일을 찾을 무렵부터 나는 일에 대한 환상이 짙었다. 멋지고 의미 있는 일을 하겠다는 포부로 헤매기도 했고, 일에 뼈를 갈아 넣던 시절도 있었다. 그건 내가 만든 허상이었을까, 환상이었을까.
'나는 내 일을 사랑해. 일을 하는 내 모습 멋있어!' 같은 이미지를 가진 사람들이 보인다. 모두가 그런 건 아닌데, SNS에서 혹은 입소문을 따라 그런 소식을 듣다 보면 부쩍 내가 초라해 보인다. '나도 멋진 일을 하고 싶었는데, 왜 고작 이런 일을 하고 있지?' 생각하며 스스로를 갉아먹으며 너무 오랜 시간을 보냈다.
최근에 만난 친구와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누군가는 일에 대한 자기만의 허상이 있고, 누군가는 일에 대한 환상을 심는다고. 그날의 대화를 곱씹으며 며칠을 보냈다. 어쩌면 나 또한 의도하지 않았지만 일에 대한 환상을 누군가에게 전했을지 모른다. 고달픈 현실 중 찰나의 순간일지라도.
어느 순간 인스타그램을 하는 게 어려워진 것도 그런 이유에서 일지도. 내가 환상이라 믿었던 허상을 온전히 현실로 받아들이는 순간, 모든 게 멈춰버린다. 포장 없이 현상을 바라보다 보면 무엇이 허상인지, 현실인지, 환상인지 모르겠다. 아니, 모르겠다기보다 받아들일 자신이 없어진다. 혼란 속에서 옳은 것을 바라보는 힘이 생기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