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하다 Jul 14. 2022

일의 환상과 허상 그리고 현실

퇴사준비록 028

 일을 찾을 무렵부터 나는 일에 대한 환상이 짙었다. 멋지고 의미 있는 일을 하겠다는 포부로 헤매기도 했고, 일에 뼈를 갈아 넣던 시절도 있었다. 그건 내가 만든 허상이었을까, 환상이었을까.


 '나는 내 일을 사랑해. 일을 하는 내 모습 멋있어!' 같은 이미지를 가진 사람들이 보인다. 모두가 그런 건 아닌데, SNS에서 혹은 입소문을 따라 그런 소식을 듣다 보면 부쩍 내가 초라해 보인다. '나도 멋진 일을 하고 싶었는데, 왜 고작 이런 일을 하고 있지?' 생각하며 스스로를 갉아먹으며 너무 오랜 시간을 보냈다.


 최근에 만난 친구와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누군가는 일에 대한 자기만의 허상이 있고, 누군가는 타인에게 일에 대한 환상을 심는다고. 그날의 대화를 곱씹으며 며칠을 보냈다. 어쩌면 나 또한 의도하지 않았지만 일에 대한 환상을 누군가에게 전했을지 모른다. 고달픈 현실 중 찰나의 순간일지라도. 


 어느 순간 인스타그램을 하는 게 어려워진 것도 그런 이유에서 일지도. 내가 환상이라 믿었던 허상을 온전히 현실로 받아들이는 순간, 모든 게 멈춰버린다. 포장 없이 현상을 바라보다 보면 무엇이 허상인지, 현실인지, 환상인지 모르겠다. 아니, 모르겠다기보다 받아들일 자신이 없어진다. 혼란스러운 시간 속에서 옳은 것을 바라보는 힘이 생기길. 

매거진의 이전글 분홍 벽을 찾아서 길을 잃어버리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