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하다 Dec 16. 2023

무엇이 되고 싶냐는 질문에

퇴사준비록 033

 정기 면담을 앞두고 회사로 돌아가는 길, 걷다가 문득 실장님은 '무엇이 되고 싶어요?'라고 물었다. 마침 까만 고양이가 지나갔고, 나는 고양이가 되고 싶다고 답했다. 가벼운 웃음으로 마무리된 그 대답은, 정식 면담이 시작되고 고양이라는 대답에 대한 이유를 다시 답해야 했다. 


 힘들 때는 종종, 고양이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자고 싶을 때 자도 되고, 살이 쪄도 귀엽고, 기품 있고 당당한 고양이. 어느 집 둘째 고양이로 입양 가고 싶다. 첫째는 부담스러우니 둘째 고양이가 좋겠다. 


 자꾸 지나온 과거를 후회한다. 그 순간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한 행동이 현재의 후회가 되어 돌아온다. 미래를 그리다 불안해진다. 현재를 되새김할수록 행복한 미래가 그려지지 않는다. 현재에 충실히 살아가는 고양이가 부러웠다. 졸릴 때 잠을 자고, 따듯한 곳을 찾아 눕고, 불안해하지 않고, 후회하지 않는 고양이가 부러웠다. 직장인으로 산다는 것은 지난 일을 회고하고, 앞으로 할 일을 철저하게 계획하고 공유해야 한다. 지금에 충실하고 싶은 나는 회고도 계획도 미래도 과거도 생각하고 싶지 않다. 지금은 오직 현재를 살고 싶은 갈망뿐이다. 무엇이 되고 싶냐는 질문에, 한동안 나는 고양이라고 대답하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요즘의 나는 좋은 동료가 아니라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