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 면담을 앞두고 회사로 돌아가는 길, 걷다가 문득 실장님은 '무엇이 되고 싶어요?'라고 물었다. 마침 까만 고양이가 지나갔고, 나는 고양이가 되고 싶다고 답했다. 가벼운 웃음으로 마무리된 그 대답은, 정식 면담이 시작되고 고양이라는 대답에 대한 이유를 다시 답해야 했다.
힘들 때는 종종, 고양이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자고 싶을 때 자도 되고, 살이 쪄도 귀엽고, 기품 있고 당당한 고양이. 어느 집 둘째 고양이로 입양 가고 싶다. 첫째는 부담스러우니 둘째 고양이가 좋겠다.
자꾸 지나온 과거를 후회한다. 그 순간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한 행동이 현재의 후회가 되어 돌아온다. 미래를 그리다 불안해진다. 현재를 되새김할수록 행복한 미래가 그려지지 않는다. 현재에 충실히 살아가는 고양이가 부러웠다. 졸릴 때 잠을 자고, 따듯한 곳을 찾아 눕고, 불안해하지 않고, 후회하지 않는 고양이가 부러웠다. 직장인으로 산다는 것은 지난 일을 회고하고, 앞으로 할 일을 철저하게 계획하고 공유해야 한다. 지금에 충실하고 싶은 나는 회고도 계획도 미래도 과거도 생각하고 싶지 않다. 지금은 오직 현재를 살고 싶은 갈망뿐이다. 무엇이 되고 싶냐는 질문에, 한동안 나는 고양이라고 대답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