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지 못하기 때문일지도
다시 꽃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아마도 2년 만이다. 회사에 다니며 죽을 만큼 힘들다는 생각이 들 때 나는 언제나 꽃에게 돌아갔다. 생각해 보니 이전 직장을 선택한 이유도 당장 꽃 수업 수강료가 필요해서였다. 주변 분위기에 휩쓸려 일 욕심이 생겼고, 본 목적을 잃고 직무상 책임을 지는 선택을 하고 일에 심취한 시절도 있었다. 그러다 죽겠다 싶었다. 횡단보도를 무사히 건너고 후회했다. 살아버렸네 싶어서. 이러다 진짜 죽겠다 싶어서 퇴사했다. 10개월을 쉬고 재취업, 그리고 다시 퇴준생(퇴사 준비생)이 되었다. 나는 늘 퇴사를 약속하고 꽃 수업에 임했다. 그 마음가짐은 조금 특별했다. 늘 고민을 안고 꽃에게로 갔다.
나의 꽃 선생님은 비우고 채우라 말씀하셨다. 비우고 채우고, 다시 비우고 채우고. 빈 공간이 있어야 채워진 부분이 돋보인다고. 들어갔다 나왔다, 다시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해야 정형화되지 않은 그림 같은 작품을 완성할 수 있다고. 선생님의 설명 속에서 명화가 되어가는 꽃을 바라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의 부족함을 채우지 못하는 이유는 비우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비워야 할까? 무얼 채우고 싶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