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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어 Oct 15. 2021

당신의 월요일은 안녕하신가요?

2021.03.08.

요즘 주말만 지나면 반쯤 미쳐서 월요일을 맞이하기 때문에, 월요일은 정말 나에게 병 같다. 주마다 극복해야 하는 고정과제 같다. 그 짧은 주말동안 켜켜이도 쌓인 잡생각들이 월요일 오전내내 나를 쥐고 흔들기 때문이다. 나는 월요일 오전마다 시무룩해진다.     


최근 큰 깨달음을 얻었다. 부자가 행복하지 않다면 그 이유는 사랑이 없어서라는 것. 난 남들이 볼 때 절대 부자는 아니지만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지만, 오로지 내 생애만을 기준으로 따졌을 때 지금까지 살아온 날들 중 오늘이 제일 부자다. 그런데 오늘이 제일 불행하다고 느낀다. 그건 바로 사랑이 없어서. 사랑이 없을 때 나는 존재하지 않는 사람과도 같다. 아무리 많이 먹어 겉모습이 살이 쪄도, 내 존재는 살이 찌지 않았다. 아무도 나를 알아봐 주지 않았다.      


나는 행복하고 싶어서 다시 알을 깨고 나왔다. 내게 남자친구가 있어서 내가 일부러 거리를 뒀었던 친구 H에게 H가 다니는 동아리에 티오가 있냐고 물었다. 친절한 카톡 너머 그의 냉담한 얼굴이 선명히 그려졌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의 용기는 거기서 도전을 받고 그 다음에 다른 곳으로 걸었다. 코로나를 핑계로 멀어진 친구 C에게도 뜬금없이 연락했다. 둘 모두에게 일년만의 연락이었다. 마치 정답의 문을 두드리기라도 한 것처럼, C와는 대화 같은 대화가 오갔고, 마음이 좋았다. 어쩌면 내가 용기를 내 다다라야 했던 곳은 친구 C였을지도 모르겠다. 코로나가 사람들의 약속을 무수히도 미뤄왔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약속을 또 잡아본다.    

 

살면서 모든 행동은 선택이고, 그 선택은 나도 모르는 사이 나의 잠재적 행복과 불행을 선택한다. 내 섣부른 행동에 대한 상대방의 반응으로 내가 상처받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상처 받는 게 두려워 스스로를 옭아맨 채 내가 만든 무인도 갇혀 내내 불행할 순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다. 무언가를 하고자 한다면 상처는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었고, 내가 거기에만 매몰되지 않고 나아갈 수만 있다면 오히려 받아도 되는 것이었다.   


때로 누군가를 증오하고 원망하며 또 어떤 일은 지독히 후회하며 어리석은 나날들을 보내지만, 남들이 모르는 나만의 극복은 매순간이라서 매순간이 기회다. 매순간 나는 다시 태어날 수도, 다시 알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여전히 한치 앞을 모른 채 산다. 그래도 사랑은 포기하지 말고 살아야지.      


결혼을 약속했던, 1년 동안 만난 남자친구가 지 전여친과 바람이 나 헤어진지 한달 째. 여전히 놀랍지만, 그럼에도 나는 돈도 벌고, 밥도 먹고, 사랑까지 해야겠다. 그게 곧 행복은 아닐지라도, 그게 곧 행복을 포기하지 않는 일이니까. 이 생각으로 월요일 오후 기지개를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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