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어 Apr 16. 2023

구불구불한 골목 어딘가에서 나는 그만 얼굴을 잃어버렸다

모두가 눈보다 하얀 얼굴을 하고서 인사를 한다

구불구불한 골목 어딘가에서

나는 그만 얼굴을 잃어버렸다    


골목골목 전봇대 밑에 선 사람들이

하나같이 징그러운 글을 토해내고     


나도 그 어딘가에서

짙누런 위액의 글을 토해냈다

나는 눈보다 하얘졌다     


비 오지 않은 골목에 하수구 뚜껑이

달그락달그락 콸콸거리고

이내 고개를 든 얼굴들 모두 눈보다 하얘졌다   


모두가 눈보다 하얀 얼굴을 하고서

인사를 한다

눈보다 하얀 인사를 한다


    

이전 05화 피투성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