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칼을 본 적 없는 그 새파란 꽃은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로
잠든 사이의 일이었다
가슴께 꽂힌 칼
벌어진 그 틈 사이에
누군가 꽃씨를 심은 것이다
매일매일 조금씩 가슴이 뻐근해지더니
어느 날 고개를 숙여 바라보니
꽃 하나 빼꼼히 피어 있었다
맨들맨들한 잎사귀와 한껏 고개를 내민 암술머리
이제 막 깊은 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펴듯
천진난만히 가슴께 걸려 있었다
이제 막 흐물흐물해진 가슴의 살결 사이로
깊게 묻힌 칼 슬컹슬컹 빠져나오더니
바닥에 툭- 떨어졌다
꽃이 잎사귀를 부르르 떨었다
아무래도 칼을 본 적 없는 그 새파란 꽃은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로
희미한 사랑의 노래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