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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어 Apr 16. 2023

희(希)미한 사랑의 노래

아무래도 칼을 본 적 없는 그 새파란 꽃은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로

잠든 사이의 일이었다

가슴께 꽂힌 칼

벌어진 그 틈 사이에

누군가 꽃씨를 심은 것이다     


매일매일 조금씩 가슴이 뻐근해지더니

어느 날 고개를 숙여 바라보니

꽃 하나 빼꼼히 피어 있었다     


맨들맨들한 잎사귀와 한껏 고개를 내민 암술머리

이제 막 깊은 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펴듯

천진난만히 가슴께에 걸려 있었다  


이제 막 흐물흐물해진 가슴의 살결 사이로

깊게 묻힌 칼 슬컹슬컹 빠져나오더니

바닥에 툭- 떨어졌다

꽃이 잎사귀를 부르르 떨었다     


아무래도 칼을 본 적 없는 그 새파란 꽃은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로

희미한 사랑의 노래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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