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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어 Apr 16. 2023

검정 캔버스와 푸른 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침묵이 새파랗게 뚫린 밤

때로 감당이 되지 않을 만큼 커져 버린 푸른색에는 검정칠을 했습니다

감당이 안 되는 것이 많았고요

내 캔버스에는 검정색이 늘어났죠


푸른색이 푸른색일 때는 알 수 있었어요

처음에 어떤 마음을 품고 있었는지

어쩌다 푸른 색이 되었는지

어떤 마음을 지나오고 어떻게 견뎌왔는지

그런데 검정색이 되고난 것들은 저도 알 수 없어졌습니다


사실 검정색이 되면 이제 모든 것이 상관 없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그저 저도 저를 모르게 되는 것이었지요

언제 어디서 푸른색이 불쑥 푹- 하고 찢고 나와 줄줄 흘러내릴지 갑자기 왜인지

푸른색만 알고 터져 나오는 것이겠죠


어제가 그런 밤이었어요 

푸른색이 뚫고 지나간 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침묵이 새파랗게 뚫린 밤

그 사이로 푸른 빛 와르르 쏟아져 내리던 밤

푸른 빛깔 끄트머리 그 끝 다른 색 머리 삐져나오던 밤


푹 꺼진 구멍을 뚫어져라 쳐다봤습니다

그러면 기억이 날까해서요

아니 푹- 찍어 보면 알 수 있을까요

애초에 검정색도 푸른색도 아니었던 

그 빛깔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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