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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은유 Oct 21. 2024

고양이는 혼자 있지 못한다

당신이 필요해

고양이에 대해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생각들이 있다.

'고양이는 혼자 잘 있는다. '


'고양이는 혼자 잘 논다.'


'고양이는 혼자 배변활동을 잘한다.'


'그러니 고양이는 혼자 둬도 돼.'


어느 정도는 맞고, 어느 정도는 틀리다.


세상의 쓴 맛을 본 이후로 집에 나를 반겨주는 반려동물 하나 있었으면 하고 늘 생각해 왔던 것 같다. 그런데 밖에서 주로 일과를 보내는 직장인으로서 반려동물을 홀로 집에 두는 건 너무나도 미안한 일이라 생각해 내 인생에 반려동물은 없을 거라 믿었다. 사람만 보면 꼬리를 흔드는 강아지란 종은 꿈도 못 꿨고, 그나마 혼자서도 잘 지낸다는 고양이는 마음 한켠에 담아뒀던 것 같다.  


그런데 웬걸, 고양이를 키워보니 고양이는 혼자 잘 못 지내는 것 같다. 혼자 있으면 몹시 외로워한다. 사람과 같이 있는 걸 너무나도 좋아한다. 꼬리를 수직으로 빳빳하게 세우고(기분이 무척 좋다는 뜻이다) 집안 곳곳을 부지런히 누빌 때조차 내가 어디 있는지 꼭 확인한다.


내가 보이지 않으면 나를 찾고, 혼자 뒹굴고 놀더라도 꼭 내 옆에 와서 논다. 아침에 일어나 세수를 하러 가면 화장실에, 옷을 갈아입으러 가면 옷방에, 밥을 먹을 땐 식탁에, 작업을 할 땐 책상에, 내가 있는 어느 곳이든 따라온다. 아기 같은 이 존재에게 내가 정말 보호자가 된 기분이다.


빼꼼


그런 고양이에게 미안할 때가 있다. 외출할 때다. 출근할 때 내가 현관으로 나서면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한쪽 고개를 약간 기울여 갸우뚱하며 나를 쳐다본다. '어디가...?' 하는 눈빛이다. 처음엔 그 눈빛에 발이 안 떨어져 몇 번 쓰다듬어주러 다시 들어가기도 했다. 이제는 어느 정도 적응이 돼서 '고양아, 나 돈 벌어 올게!' 하고 씩씩하게 나간다.


주말에 집을 비울 때는 너무나도 미안하다. 처음으로 하루 반나절 정도를 비운적이 있었는데 귀가해 현관문을 열자 고양이가 말 그대로 '튀어'나왔다. 한 번도 현관문 밖으로 나온 적 없던 아이여서, 깜짝 놀랐다. 그리고 너무 미안했다. 평소에 말도 잘하지 않는 아이였는데 야옹야옹 울어대며 내 몸에 얼굴을 비비고 뱅글뱅글 한참을 돌았다. '어디 다녀왔어!! 기다렸잖아!!!' 슬프면서도 반갑고, 그리워하면서도 서러운 목소리였다.


나는 독립적인 편이라 혼자서도 잘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한 적이 있었다. 사람에게 지쳤던 언젠가는, 다 필요 없고 나 혼자 살아야겠다고 혼자만의 다짐을 한 적도 있다. 그런데 요즘 생각해 보면 나는 사람들과 함께 지내고 싶다. 사람들이 필요하다. 내가 살고 싶은 인생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인생이다. 사람들과 같이 지내고  이야기하고 웃고 울고 싶다. 사람들이 없다면 인생의 여러 맛을 느낄 수 없겠지. 그 속에는 단맛, 간이 적당한 맛도 있겠지만 짠맛, 쓴맛, 신맛, 매운맛, 떫은맛까지 다양한 맛이 있을 거다. 처음에는 이상하게만 느껴졌던 맛이 생각나기도 하고, 급기야 좋아지는 일도 있겠지.


고양이는 나를 계속 지켜본다. 고양이는 알려진 대로 예민하고 조심성이 많은 존재라 처음 나와 함께 살게 되었을 때는 계속 나를 관찰했던 것 같다. 며칠 지내보자 안전한 인간이라는 확신이 들었는지 내게 다가와 같이 지내고, 품에서 잠들기도 하고 뒷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누군가로부터 신뢰받고 사랑받는다는 건 어마어마한 기쁨이고, 두고두고 감사한 일이다. 이 고양이가 나의 모든 모습을 알지는 못하지만 그동안의 시간을 통해 내게 무한한 신뢰를 보내주는 것처럼, 나도 누군가를 믿고 관계가 시작된다면 무한한 신뢰와 사랑을 보내야겠다.


지금도 고양이는 내 옆에 앉아서 움직이는 내 손과 자판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뚫어져라… 쳐다보다… 앙!




나와 같이 있어줘. 네가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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