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마음을
감히 말하자면, 엄마의 마음을 조금은, 아주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고양이를 데려온 날이었다. 아무 준비도 없이, 길고양이를 갑자기 데려왔기 때문에 고양이에 대한 해박한 지식도, 고양이에 대한 물품도 하나도 없는 상태였다.
고양이를 키우는 친구에게 전화해서 당장 필요한 물품을 확인했다. 필수물품은 사료, 화장실, 모래 정도였다.사료는 24시 동물병원에서 구했지만 화장실과 모래는 구하지 못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모래와 화장실을 주문했지만 다음날 새벽까지 도착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동안 이 아이가 화장실에 가고 싶으면 어떡하지?’
이 아이를 혼자 두고 나가기도 어려워 편의점에 판다는배변패드도 구하지 못했다. 우선은 임시방편으로 나무상자에 휴지를 여러 겹 깔아놓았다. 그리고 진땀이 나는 채로 잠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 어떻게 되었을까? 너무 고맙게도 아이는 나무상자에 소변을 본 상태였다. 어떻게 알고 그곳에 갔을까, 기특했다.
혹시나 해서 현관문을 열어봤지만 아직 택배는 오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출근을 해야 했다. 아기 고양이를 혼자 두고 나가려니 발이 차마 떨어지지 않아 한동안 바라보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녀석은 밥을 먹고, 킁킁대며 주변을 돌아다녔다. 그때였다. 박스 뒤에서 뭔가 앞발로 사사사삭 쳐내는 소리가 났다.
이상하다, 혹시...? 하고 박스 뒤를 보니 아기 고양이의 똥이 있었다.
고양이는 원체 깨끗한 동물이고 제 똥이라도 그걸 무척싫어한다고 들었다. (냄새가 고약하긴 하다.) 그래서 재빨리 치워주고, 환기도 시키고 바닥도 박박 닦았다. 동시에 고양이의, 나를 유심히 지켜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그리고 왠지 나는 그 이후로 고양이의 신뢰를 얻게되었다고 스스로 믿고있다.
출근을 했는데 애기가 혼자 잘 있나, 그 사이 화장실이 필요하면 어떡하나, 방이 너무 덥진 않나 오만가지 걱정이 다 되었다. 점심까지의 시간이 너무도 길게 느껴졌다.
늦은 오전, 모래가 도착했다는 반가운 문자가 왔고 나는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문을 조심스레 열자 고양이가 알은체를 한다. 방은 깨끗했다. 아무 일도 없었다.
‘휴 고맙다 고양아, 잘 있어줘서 고마워.’
안 그래도 더운 여름날, 걱정 하나에 땀이 한 바가지였고 혼자서 이 걱정들을 가득 안고 있으니 걱정이 자가복제하는 듯 했다. 마음이 무거운 채로 엄마한테 전화를 했다.
“엄마,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어. 오늘 집에 혼자 두고 갔는데 … (위 내용) … 자꾸 생각났어. 내가 고양이 마음을 잘 모르니까 얘가 필요한 게 있는데 내가 못해주는 걸까 봐, 그게 너무 미안하고 걱정되고 무서워. ”
“꼭 아기 키우는 엄마 마음이 그런데. 너 어릴 때 재워두고 요 앞에 잠깐 뛰어갔다 올 때가 딱 그런 심정이었는데. 곤히 자는 거 보고 잠깐 나왔는데도 깨면 어쩌나,무슨 일 없겠지 마음 졸였던 기억이 나네. ㅎㅎ”
그런 마음이었구나, 우리 엄마가… 그 순간 이상하게도아기인 나를 돌보는 엄마의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그려지면서 마음이 저려왔다. 그 시절이 이해가 되면서도 내가 고양이에게 가지는 마음보다 작았을 리 없는 엄마의 마음이 애달프게 느껴졌다.
데려온 지 몇 달이 되었지만 떨어져 있으면 여전히 눈에 밟히고 걱정이 된다. 이 아이가 건강하고, 즐겁게 잘컸으면 하는 마음에 오늘도 이 아이를 하염없이 바라본다. 그리고 같은 눈을 하고 있었을 우리 엄마의 얼굴도 떠오른다. 고맙습니다, 엄마. 당신 덕분에 제가 이렇게 컸어요. 지켜줘서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