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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은유 Oct 26. 2024

고양이는 의사표현이 확실하다

고양이의 교양


우리집 고양이가 의사표현을 하는(내가 알아차린) 방법은 두가지다.

- 소리내어 울기와 톡 치기


고양이가 내는 여러가지 소리들을 아직 다 분간하진 못하지만 한가지 자신있게 알아듣는 소리가 있다.

“냐↘︎ (짧고, 점점 줄어드는 소리)” 


가끔은 꺄…가 되기도 하는 이소리는 밥 달라(!)는 뜻이다.


밥그릇 바닥이 드러난 상태에서 고양이는 풍선의 공기가 빠지는 것처럼 힘없는, 짧은소리를 낸다.


그리고 나에게 다가와 몸을 비빈다. 가끔은 나를 밥그릇 앞까지 데려가기도 한다.

 



요새는 점프 실력이 늘어 위험한 공간에 올라가기도 한다. 그럴땐 한손으론 고양이의 가슴팍을 잡고, 한 손으론 엉덩이를 안정감있게 받쳐 고양이를 바닥에 내려둔다.


처음으로 싱크대에 오른 아기고양이


고양이가 놀랄까봐 심혈을 기울여하는 동작이기에 고양이는 착지하고서도 큰 거부반응이 없다.


그런데 가끔 내 품에서 버둥대며 내려올 때가 있다.

그땐 어김없이 땅에 발이 닿자마자 ‘앙’ 하면서 나를 살짝 문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뜻 같다. 크게 아프진 않다.

나에게 상처 내려는 의도가 아닌, 단순 의사표시이라는사실을 알기 때문에 ‘불편했어? 미안해~’ 하고 만다.


맨 처음 고양이가 나를 물었을 땐 놀라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속상해했던 기억이 난다.


주로 고양이가 하기 싫어하는 행동-손톱깎이, 양치-을 할 때 그러는데 내 입장에서는 억울했다.


‘내가 네게 해로운 짓을 한 게 아닌데 왜 물어…’


그러다 반대로 생각을 해봤다. 얘가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지 않고 계속 참다가 한번씩 폭발을 한다거나, 그때그때 불만을 표현하지 않은 채로 나를 미워하게 된다거나… 사랑하는 고양이와 멀어지다니, 그건 견딜 수 없는 일이다.




고양이가 거절을 할 때도 두가지 방법이 있다. 조심스럽게 스윽 피하는 것과, 힘을 사용하는 거다.


스윽 피하는 건 신사적인 방법이다. 나는 다치지 않고 고양이의 의사를 파악할 수 있어 좋고, 고양이도 별다른 물리적 노력 없이 마음에 들지 않는 어떤 행동을 멈출 수 있다.


사람 간의 거절도 '물기식'보다 '스윽 밀어내기 식'이 좋을 것 같다. 회사생활을 하다보면 같은 거절이라도, 정성껏 부드럽게 하는 분들이 있다.


거절을 당한 나로서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해 속상하긴 하지만, 상대방의 거절할 만한 이유가 납득이 되고, 거절당하는 내 입장까지도 생각해서 저리 부드럽게 해주는 거절이면 고마움까지 든다.


그래서 나도 거절할 땐 이러한 점들을 염두에 두고 '스윽 밀어내기 식'으로 하려는 편이다.


확실하지만 부드러운 의사표시는 수락만큼의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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