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의 시(詩)
그런 날이 있다.
좁은 숨만이 들락날락할 정도로 작은 공간만 허락된, 처연한 숨결이 나를 사로잡는 날
이런 날은 혼자만의 굴에 몸을 숨겨야 한다.
이런 나를 알아차린 순간 작은 동굴로 들어가 새어 나올 틈이 없게 나를 숨긴다.
그 속에서 울어버리면 짧게 경쾌해지지만 오늘은 그럴 시간이 없다.
그곳으로 들어가 모든 문을 걸어 잠그고 내일 새로운 숨을 기다려야 한다.
아쉽다. 내일 하루도 길 텐데.
고양이에게 다가가 머리를 맞댄다.
폭닥한 고양이 이마가 내 이마를 받아주었다.
고양이가 손을 들어 내 머리를 톡톡 치는가 싶더니 부드럽게 쓸어내린다. 평소와 다르게 손이 천천히 움직였다.
이젠 고양이도 이마에 힘을 실어 내 이마에 기댄다. 고단함이 노곤해지며 흉곽이 조금은 느슨해진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마음 달랠 길이 없다. 떠오르는 얼굴들이 있지만 누구 하나 닿는 이가 없다.
역시 혼자구나. 홀로 잘 있어야 한댔는데. 고독을 잘 지낼 수 있어야 한댔는데.
아니, 이 정도면 잘 해내고 있는 건가.
아직 깊은 숨은 잘 쉬어지지 않는다. 고양이를 만나면 좀 낫지 않을까 싶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