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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은유 Oct 30. 2024

고양이는 이마를 맞대어준다

고독의 시(詩)

그런 날이 있다.


좁은 숨만이 들락날락할 정도로 작은 공간만 허락된, 처연한 숨결이 나를 사로잡는 날


이런 날은 혼자만의 굴에 몸을 숨겨야 한다.

이런 나를 알아차린 순간 작은 동굴로 들어가 새어 나올 틈이 없게 나를 숨긴다.


그 속에서 울어버리면 짧게 경쾌해지지만 오늘은 그럴 시간이 없다.


그곳으로 들어가 모든 문을 걸어 잠그고 내일 새로운 숨을 기다려야 한다.




아쉽다. 내일 하루도 길 텐데.


고양이에게 다가가 머리를 맞댄다.

폭닥한 고양이 이마가 내 이마를 받아주었다.


고양이가 손을 들어 내 머리를 톡톡 치는가 싶더니 부드럽게 쓸어내린다. 평소와 다르게 손이 천천히 움직였다.


이젠 고양이도 이마에 힘을 실어 내 이마에 기댄다. 고단함이 노곤해지며 흉곽이 조금은 느슨해진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마음 달랠 길이 없다. 떠오르는 얼굴들이 있지만 누구 하나 닿는 이가 없다.


역시 혼자구나. 홀로 잘 있어야 한댔는데. 고독을 잘 지낼 수 있어야 한댔는데.


아니, 이 정도면 잘 해내고 있는 건가.


아직 깊은 숨은 잘 쉬어지지 않는다. 고양이를 만나면 좀 낫지 않을까 싶을 뿐이다.


무슨일이야
응, 계속 얘기해봐
흥, 그런일이 있었어?
내 이걸그냥, 나와봐봐
머리 콩- 고마워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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