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워지기, 수용
고양이는 인간보다 4~5배 예민한 청력을 가지고 있다.
공간 가득 음악듣는 걸 좋아하지만 고양이와 함께한 이후로는 들릴듯 말듯한 정도의 소리만 켜둔다.
점심때 집에서 간단히 운동을 하는 편인데 오늘도 역시나 인내심을 좀 더 연장시켜줄 음악이 필요했다. 바짝 운동을 시작하는데 고양이가 나의 묶은 머리를 톡톡 친다. (우리 고양이는 동그란 것을 참 좋아한다.)
윗몸일으키기를 하느라 동그란 똥머리가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니 신이 난 모양인지 이 아이는 운동리듬에 맞춰 툭툭툭툭 열심히 친다.
고양이의 행동을 고치려면 행동이 나타나는 순간 바로 자리에서 벗어나 고양이 눈에 띄지 않는 곳에 20~30분 정도 있으라 한다. 나는 이 가이드를 따르는 편이라 방으로 들어갔다.
야옹야옹 나를 찾는다. 안보이는 나를 찾고 있다는 생각에 미안하고 마음이 아프지만 그래도 일관성을 지키기 위해 방에서 운동을 이어한다.
스피커가 거실에 있어 음악과 나의 거리는 조금 멀어졌다. 그러니 이제 고양이보다는 음악이 아쉬워졌다. 그런데 고양이는 어떨까?
고양이는 제손으로 음악을 끄지 못한다. (제손으로 음악을 멈출 수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를테지)
고양이는 음악을 듣고 있어야 한다.
저 아이가 이 음악을 어떻게 생각할지 나는 알 수 없다.
이 아이에게는 이 소리 자체가 그냥 세상이다. 좋든 싫든 받아들여야 하는 세상.
나를 둘러싼 환경들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너무 싫어!!를 외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도 이건 내 세상이다.
내가 바꿀 수 없다면 그냥 그 사실들을 있는 그대로 주변의 나무처럼, 차들처럼, 건물들처럼, 나를 둘러싼 배경처럼 그냥 받아들여볼까 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즐겁게 지내보려한다.
지금 고양이는 아주 잘 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