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의 시작
고양이 이갈이는 생후 6개월 쯤 마무리 되는데 이때 입냄새가 날 수도 있다는 수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잘 기억해 두었다. 왠지 그 시기가 곧 다가올 것 같다는 예감이 들어서였다.
우리집 고양이는 데려와서 딱 한번 목욕을 했는데, 그 후로 씻기지 않아도 보송보송 귀여운 아기 냄새가 났다. 그러다 최근 들어 드디어(!) 새로운 냄새가 나기 시작했는데 약간 비린 냄새 같기도 하고 침 냄새 같기도 했다.
고양이는 놀잇감에도, 이불과 베개에도, 그리고 티셔츠에도 흔적을 남겼다. 처음엔 선홍빛이었을 색이 시간이지나면서 어두운 붉은빛으로 바래있었다. 덕분에 부지런히 빨래를 했다.
고양이는 평소에 장난감을 세게 물고 어디든 뛰어다니는 걸 좋아했는데 이제는 잘 물지 않는다. 평소보다 밥도 잘 못 먹는 것 같아 딱딱한 건식사료를 물에 불려서 주고, 촉촉한 습식사료도 더해줬다.
이갈이 시기인 게 분명했다.
‘우리 고양이 이빨을 하나라도 주울 수 있으면 좋겠다.’
고양이 이를 줍는 건 행운이라고 한다. 고양이는 빠진 이를 삼키는 습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날도 여느 때처럼 사냥놀이 중이었는데 긴 줄들을 엮어 내가 직접 만든 장난감을 따라, 고양이는 폴짝 팔짝 뛰고 있었다. 그때였다. 하얗고 작은 뭔가가 허공에서 툭 떨어졌다.
‘설마…’
자세히 보니 고양이 이빨이었다! 상아빛의, 옛날 슈퍼에 파는 석기시대 초콜릿처럼 생긴 물체였는데 고양이가 장난감을 물었다 빼면서 같이 떨어진 것 같았다.
설레는 마음으로 쥐어보니 따끈하고 촉촉했다. 좀 전에먹은 고소한 사료냄새도 났다.
그 뒤로도 두개나 더 주웠다. 비슷하게 세모 모양도 있었고 뾰족한 송곳니도 있었다. 예쁜 통을 구해 간직해야겠다.
어렸을 때가 떠오른다. 초등학생 때 앞니가 빠진 채로 찍었던 사진이 찾아보면 어딘가에 있을 텐데, 지금 보면 꽤나 귀여울 거다.
치과 가는 건 여전히 무서운 30대가 되어버렸지만 이 빠진 채로 온종일 뛰어놀았던 그 활기찬 기운이 조금은그리워진다.
이제 그 시절은 돌아갈 수 없으니 고양이를 보며 만족하는 수밖에.
쑥쑥 커가는 고양이를 보면 내가 조금씩 늙어가는 것도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아직은 자신이 없지만...
이제 우리 고양이 영구치도 났으니 양치도 잘하고, 중성화 수술도 슬슬 알아봐야겠다.
천천히 자라줬으면 좋겠는데, 정해진 시간을 어찌할 수없으니 있는 힘껏 사랑해 줄게!
ps. 행운님, 그날 만난 운은 우리 고양이 건강에 다 써주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