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 ~ 흘러 액셀러레이터
사실 처음부터 액셀러레이터가 되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은 아니다. 나는 오히려 IT 서비스 기획자라는 꽤나 또렷한 커리어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그 반증으로 3.5개월 동안 IT 서비스 기획에 대해 공부했다. IT 서비스 기획자라하면 기업의 대표, 개발자, 디자이너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해 웹/앱 서비스를 만드는 과정을 기획하는 사람이다.
이왕 일을 할 것이면 자고로 배울 수 있는 게 많고 재밌는 일을 하자는 생각이 있어 기획 쪽 업무는 폭넓은 지식이 필요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소통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었다. 그래서인지, 내가 쌓아온 경험을 살릴 수 있으면서도 다양하게 배울 수 있는 직무라면 기획자가 아니여도 괜찮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러던 중 액셀러레이터가 눈에 들어왔다.
기획이란 직무도 여러 갈래로 나뉜다. 그 중 IT 서비스 기획은 APP 기획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교육을 들으며 APP UX 설계의 뼈대가 되는 와이어프레임을 그리고, 기능 단위로 서비스를 개선하는 등 실무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 형식으로 가벼운 실습을 몇 차례 진행했다. 이런 절차를 통해 앱이 만들어지는구나 하며 재밌게 배웠지만 번뜩 들었던 생각이... '이 직무가 내 꿈을 이루는데 도움이 될까?' 였다. 난 사실 어렸을 때부터 주체적으로 나의 일을 하고 싶은 마음, 즉 창업에 대한 뜻이 있었다. 그런 면에서 직무를 택한다면 좀 더 뒷단의 경영 지원이나 전략 기획 쪽이 더 맞지 않을까? 라는 고민이 들었던 것이다.
여러가지 고민 끝에 직무를 따져 회사에 지원하는 형식이 아닌, JD(Job Description)를 읽어보고 나의 기준에서 재밌고 미래에 도움이 될 것 같은 회사에 지원하자라는 결론이 나왔다. 각 회사들이 정의하는 서비스 기획, 경영 기획, 전략 기획, 액셀러레이터는 유사한 듯 하지만 그 업무 범위나 방향성이 달랐기 때문이다.
나름의 취업 전략을 정했으니 열린 마음으로 여러 직무에 지원을 했다. 감사하게도 몇몇 회사에서 면접 기회가 주어졌고 그 중 현재 재직중인 N15Partners가 있었다.
입사 서류 준비는 IT 서비스 기획자 취업캠프를 다니며 이미 어느정도 하고 있었기에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물론 입사서류를 만드는 과정에선 엄청난 공을 쏟았다. 인사 담당자들은 서류를 꼼꼼히 살필 시간이 없다는 말을 듣고 핵심적이고 직관적인 이미지와 키워드 위주의 구성으로 준비했다.
나는 한 분야에 깊이있는 전문성을 가지고 있지 않아서 여러 분야(디자인, 교육 운영, 서비스 기획 등)에 대한 폭넓은 경험을 어필하는 포트폴리오를 만들었다.
TMI지만, 누군가에겐 참고가 될 수도 있으니, 아래 내용들 첨부!
(이력서&경력기술서, 포트폴리오, 예상질문지 등)
N15Partners는 서울창업허브 공덕에 있다. 꽤나 좋은 시설이고 회사 사람이 아니라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오픈스페이스도 마련되어 있으니, 공덕역에서 업무를 보거나 공부할 일이 있다면 들려보시라.
- 도서관같이 조용하고 쾌적하다. 추천! -
면접은 공덕 창업허브 본관 2층 회의실에서 진행됐다.
미리 알려준 시간에 도착하니, 팀장님이 사람 좋은 미소로 반겨주시고 면접실로 안내해 주셨다.
면접실에 도착하니 단골 멘트인, "자기소개 해주세요" 시작으로
달달 외워둔 1분 자기소개를 쏟아냈다. 나의 강점을 요약해서 일목요연하게 설명했고 이어서 지원동기, 포트폴리오와 자기소개서에 나와있는 내용들에 대해 세부 질문이 진행됐다.
면접관은 팀장님, 본부장님 2명이었다. 압박 면접의 느낌은 전혀 없었고 편안하게 진행됐다. 아무래도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액셀러레이터란 직무 특성상, 한 가지 분야의 전문성 있는 인재보다 다양한 경험을 가진 인재를 선호했고 창업 경험과 다양한 직무의 경력들이 있던 나를 좋게 봐주셨다. 면접을 여러번 보면서 갖춘 눈치(?)로 면접관 분들이 마음에 들어하시는 것을 느꼈다.
특별하게 기억에 남았던 내용은 포지션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디자인을 할 줄 알고, 제안서를 작성했던 경험이 있음을 알고 액셀러레이팅 or 오프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직무로 배정될 수도 있지만 경영전략본부 팀에 소속될 수 있음을 언급해 주셨다. 그 외 회사 홈페이지에는 상세히 기재되어 있지 않던 회사의 방향성과 업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내가 배울 수 있고 기여할 수 있는 회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점이 입사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였다.
2차 면접은 사이드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다른 면접도 보러 다니는 꽤나 바쁜 시기에 진행됐다. 이번엔 실무진이 아닌 이사님과의 1:1 면접이었다. 30분 정도 인터뷰가 진행됐으며 1차 면접의 질문과 별반 다르지는 않았다. 오히려 좀 더 자세하게 액셀러레이터의 업무에 대해 알려주고 궁금한 것이 있으면 물어보라는 태도가 강했던 기억이다.
그래서 직무에 대해서 물어봤는데, 나의 상황에서 어떻게 액셀러레이터 직무의 역량을 갖출 수 있을지에 질문이었다. 지금 지방대 졸업인 내 스펙에서는 경영 대학원(MBA)을 추천해 주셨고, 전문 지식보다는 직무에서 경험을 쌓는게 중요하다는 조언과, 관련 인맥을 확장하는게 좋다는 등의 이야기를 해주셨다.
합격 발표 이후 고민의 시간을 가졌다.
직전 회사를 그만두고 실업급여도 꾸준히 나오는 터라, 시간적/금전적 여유가 있었다. 즉 성급하게 의사결정을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하루라도 빨리 이 직무에서 경력을 쌓고 싶던 마음이 컸다. 내가 학벌이 좋은 것도 아니고 직무와 관련된 직접적인 경력이 있는 상황도 아니니, 먼저 부딪혀 보고 역량을 쌓아야 더 많은 기회들이 생길거란 판단이었다. 무엇보다 관련 경력이 없는 신입의 입장에서 액셀러레이터 직무를 배울 수 있는 기회의 폭이 좁았으니 감사한 마음으로 입사를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