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톱 쳐서 교장 된 게 아닙니다만

날림 공사와 무책임한 업체 사이에서 학교를 지키는 법

by 해림

주말 내내 내린 비로 강당 안 체육 준비실이 물바다가 됐다. 또다시 물이 새다니! 작년에 누수 문제를 잡겠다며 지붕 방수 공사를 마쳤다는 보고를 들었건만, 내가 부임한 개학 첫날 적은 비에도 양동이를 받쳐야 했던 그 건물이 또 말썽이다.


행정실장이 교육지원청을 통해 수차례 독촉한 끝에 작년 시공 업체 책임자가 나타났다. 그런데 그의 첫마디가 가관이다. 자신들은 옥상 방수 페인트를 잘 발랐으니 누수는 본인들 탓이 아니란다.

웃음밖에 안 나왔다. 우리가 누수 전문가를 부른 이유는 지붕에 페인트를 예쁘게 칠해달라는 게 아니라, '새는 물'을 잡아달라는 것 아니었나. 원인 파악도 제대로 하지 않고 겉면만 번지르르하게 칠해놓고 책임이 없다니, 대체 이게 무슨 해괴한 논리인가.


"여자 교장이라고 만만하게 보지 마시오"

이번에는 건물 외벽에 금이 간 곳을 땜질해 보겠다고 한다. "또 누수가 생기면 그땐 우리도 모르겠다"는 무책임한 말을 덧붙이며 말이다. 나는 공사 내내 현장을 지켰다. 몇 시간 뒤 행정실장이 일을 마쳤다는 보고를 해왔을 때, 나는 다시 현장으로 달려 나갔다.


외벽을 꼼꼼히 훑어보니 여전히 실금이 간 곳이 수두룩했다. 손이 닿기 쉬운 위쪽만 대충 바르고 끝낸 것이다. 나는 당장 책임자를 불렀다. 이곳저곳 미비한 지점들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보완을 지시하자, 그는 "그쪽은 누수 지점보다 아래라 상관없다"며 버텼다.


"그럼 그 틈으로 물이 들어가서 다른 쪽으로 누수되면, 당신이 다시 와서 책임질 겁니까?"

나의 단호한 물음에 그는 슬그머니 눈치를 보더니 인부를 다시 벽 위로 올려 보냈다. 여자 교장, 여자 행정실장이라고 깔보고 대충 넘어가려다 따끔한 일침을 듣고 나서야 제대로 마무리를 지었다.


고스톱 쳐서 이 자리에 온 게 아닙니다

학교 공사는 철저히 따지지 않으면 눈 깜짝할 사이에 '날림'이 된다. 업체는 떠나면 그만이지만, 그 뒤처리를 위해 학교는 몇 배의 보수 공사비를 들여야 하고 학생들과 교사들은 두고두고 불편을 겪는다.


교장이 되고 보니 교육 행정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시설 감독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낀다. 특히 방학 중에 이루어지는 공사는 감독이 소홀해지기 쉽다. 이때 업체들은 흔히 '눈 가리고 아웅'을 한다. 요즘 학교 관리자와 행정실 직원 대다수가 여성이다 보니, 업자들은 우리를 전문가로 보지 않고 만만하게 대하곤 한다.


그래서 나는 업자를 만날 때 일부러 더 깐깐하게 따진다. 인터넷을 뒤져 공사 관련 지식을 무장하고, 수시로 현장에 나가 사진을 찍어 증거를 남긴다. "이 정도면 됐지"라는 타협은 내 사전에 없다.


내가 고스톱을 쳐서 이 교장 자리에 올라온 것이 아니듯, 나라의 세금을 우습게 알고 날로 먹으려는 업체는 절대 용서할 수 없다. 똑바로 하시오! 내 눈은 당신들의 페인트 칠 너머, 건물 깊숙한 실금까지 보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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