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 선생님, 이러다 파파라치 되시겠어요!”

공권력의 한계를 넘어 직접 '신고 버튼'을 누르게 된 사연

by 해림

오늘도 퇴근길, 학교 앞 골목에 멈춰 섰다. 익숙하게 휴대폰을 꺼내 ‘안전신문고’ 앱을 연다. 불법 주정차 신고 메뉴를 클릭하고 현장에서 차량 사진 한 장을 찍어 올린다. 그리고 다시 1분의 시간을 기다린다.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가는 좁은 골목이라 사진 한 장을 더 찍기 위해 비상등을 켜고 대기하는 이 1분이 유독 길게 느껴진다. 뒤따라오는 차량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 조바심이 나지만, 아이들의 안전을 생각하며 꿋꿋이 두 번째 셔터를 누른다. 드디어 신고 완료. 오늘도 한 대의 불법 주차 차량을 고발하며 학교를 나선다.


표지판은 보지 못하는 걸까, 안 보는 걸까

우리 학교가 구청에 지속적으로 민원을 넣은 끝에, 골목길 모퉁이에는 ‘불법 주정차 중점 단속 구역’이라는 커다란 게시판이 부착되었다. 하지만 게시판이 무색하게도 주차하는 차들은 끓이지 않았다.

참다못한 나는 직접 안전신문고 앱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만 벌써 다섯 대가 넘는 차량을 신고했다. 접수 문자가 오고, 민원이 수용되어 처리하겠다는 안내가 도착한다. 과태료의 힘은 무서웠다. 신고된 차량은 다시는 그 자리에 나타나지 않았다. 물론, 며칠이 지나면 또 다른 낯선 차량이 그 자리를 떡하니 차지하긴 하지만 말이다.


직접 발로 뛰며 얻어낸 '속 시원한 등굣길'

그래도 변화는 체감된다. 등교 시간에는 적어도 그 자리를 지키는 차들이 사라졌다. 초등학교 주변 단속 시 우리 학교 근처도 챙겨달라는 끈질긴 요청과, 매일 아침 내가 직접 차 유리에 붙인 주차 금지 안내문이 효과를 발휘한 모양이다.


현장의 반응은 뜨겁다. "골목 입구에 차가 없으니 속이 다 시원합니다. 코너를 돌 때마다 주차된 차를 들이받을까 봐 조마조마했는데, 이제는 마음 놓고 진입해요." 선생님들과 학생들의 만족 섞인 목소리에 내 뿌듯함도 커진다.


오랜 숙원이었던 교문 밑 급경사 구역도 주차 금지 구역으로 지정받는 성과를 거뒀다. 그곳에 수십 년간 주차하던 트럭 소유주와는 세 차례나 직접 만나 대화했다. 무작정 쫓아내기보다 학교 내부에 주차할 수 있도록 공간을 내어주는 상생의 길을 택했다. 이제 교문 위에서 내려다보는 등굣길은 불법 주차 차량 한 대 없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


파파라치라 불려도 괜찮은 이유

내 신고로 과태료 고지서를 받았을 차주들을 생각하면 아주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전봇대에 대문짝만 하게 붙은 표지판을 보지 못한 것인지, 혹은 보고도 '나 하나쯤이야'라고 생각한 것인지 묻고 싶다.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가는 좁은 골목 모퉁이에 차를 버려두고 사라지는 무책임한 행동. 나는 그것이 과태료 고지서라는 따끔한 처방으로만 교정될 수 있다고 믿는다.

오늘 내 행동을 지켜보던 행정실장님이 정색하며 한마디를 건넨다. "교장 선생님, 이러시다가 정말 파파라치 되시겠습니다!"


그 말에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파파라치면 좀 어떠랴. 내 아이들이 걷는 길이 조금 더 넓어지고, 선생님들의 출근길이 조금 더 여유로워질 수 있다면 말이다. 내일도 내 휴대폰 속 안전신문고 앱은 쉼 없이 돌아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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