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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니seny May 31. 2024

독립생활자의 다음 집 구하기 시리-즈 : 4탄

부동산에 가보자, 였는데 이대로 계약까지?

<독립생활자의 다음 집 구하기 시리-즈 : 3탄>에서 이어집니다.





급작스럽게
   이사가 결정되었다.



      사실 지금 살고 있는 집의 집주인은 엄빠다. 어쨌거나 2년 살고 나가기로 했기 때문에 진즉에 부동산에 집을 내놨고 그동안 집을 보러 온 팀들이 몇 있었는데(그때마다 쎄빠지게 청소하느라 힘들었다 흑흑) 결정적으로 계약까지는 가지 않았다. 그나마 집 보러 오는 것마저도 초반에 몇 번 오더니 아예 보러 오는 사람이 끊기고 말았다.


     엄마는 상황이 그러하니 세입자가 들어오는 대로 천천히 이사를 가도 될 거 같다며 나를 안심시켰는데...! 어차피 이 집에도 내 돈이 물려있어서 세입자가 들어와야 내가 이사를 나갈 수 있는 구조였다. 그래서 당분간은 마음 편하게 있을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집을 내놓은 지도 두 달이 다 된 이번주 월요일 저녁. 엄마로부터 통화할 수 있겠냐는 연락이 왔다. 보통 카톡을 하지 통화를 하자고 할 때는 뭔가 중요한 얘기를 하거나 급한 일이 있을 때다. 무슨 일인지 싶어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얼마 전에 집을 보러 온 몇 팀 중 가장 마지막에 왔던 팀이 계약을 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다는 거다. 한 달이 다 지난 이제야?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그런데 집을 보러 왔을 당시엔 두 달 전이었으니까 5월쯤 이사를 나갈 수 있다고 한 건데(그때 계약한다면, 이라는 전제가 깔린 거지) 이미 두 달이 다 된 4월 말이 된 시점인데 본인들이 빨리 이사를 오고 싶다면서 언제쯤 나갈 수 있는지 물어봤단다. 하지만 귀한 세입자님께 안 된다고 딱 잘라 말할 순 없어서 아무리 그래도 5월 당장은 어려워서 5월 말에서 6월 초로 타협점을 잡았다.


     그들로부터 계약금은 받았고 계약서는 이번주 토요일에 쓰기로 했다. 그러고 나니 현세입자인 나의 처리 및 안위가 문제였다.


당장 내가 살 집을 구해야 해!


     보통은 두세 달 전에 이사 갈 집을 구하는데 아니 당장 한 달 만에 이사 갈 집을 어떻게 구하느냐고. 엄마는 자금도 그렇고 시간 여유도 없으니 일단 본가로 들어왔다가 다시 나가는 건 어떻냐고 했다.


    현실적으로는 그게 가장 베스트지만 다른 건 둘째치고 그렇게 되면 이사를 두 번 해야 하는데 이사를 두 번한다는 행위 자체가 너무 귀찮았다.


     누가 뭐래도 이사는 내가 해야 되잖아? 그리고 본가로 들어가면 내가 원래 쓰던 좁은 방에 갇힌다는 생각이 드니 답답해졌다. 정확하게는 내 생활 반경이 딱 내 방으로만 한정되어 버리는 것. 그리고 본가에 들어가 살면 밤늦게 씻는 것도 눈치 봐야 하고 버스 배차간격이 커서 매일 출퇴근할 생각 하니 벌써부터 스트레스가... (절레절레)


     그래서 어떻게든 한 달안에 집을 구해서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엄마가 우리가 이사 올 때 도움을 줬던 동네 부동산 실장님에게 연락했더니 일이 후다닥 진행되었다. 엄마는 자꾸 본가가 있는 동네로 이사오라고 하면서 실장님이 추천해 준 집 매물을 보여줬다. 하지만 본가가 있는 곳은 동네 자체는 괜찮은데 출퇴근이 힘든 편이다. 지금은 교통편이 좋은 곳에서 출퇴근을 하다 보니 더 비교가 됐다.


     그랬더니 친절한 부동산 실장님이 자기네 물건 말고 가까운 데면 찾아봐줄 수도 있다고 해서 그럼 전에 처음에 집 내놨을 때 이사 가려고 여기저기 알아둔 곳과 이번에 새로 조사하면서 알게 된 마음에 드는 지역과 아파트 두 군데를 알아봐 달라고 부탁드렸다.


     약간 무리해서라도 새로 찾아낸 마음에 드는 동네로 가고 싶었지만 실제 부동산에 전화해 보니 역시 네이버 부동산에 올라온 건 미끼매물이었다. 내가 전세대출을 받아도 꽤 무리해야 되는 금액에다가 엄마가 왜 월세로 매달 돈 버리냐고 해서 월세 매물은 그대로 안녕.


    결국 예산에 맞고 본가에서도 어느 정도 가까우면서 출퇴근하기도 나쁘지 않은 선택지를 택했다. 택한 건 아니다. 한 달안에 이사를 가려면 비어있는 집이거나 전 세입자의 이사 타이밍과 맞는 집이 나와야 하는 건데 이거 없으면 그냥 시망똥망이다.


     원래는 내가 부동산에 전화 돌려보고 알아봐야 하는데 친절한 부동산 실장님이 전화를 다 돌려주고 등기부등본까지 확인해서 보내주셨다. 감동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지금 본가라고 부르는 곳도 부모님 소유의 집이 아니라 우리는 그저 전세로 살고 있는 세입자일 뿐인데... 역시 엄마가 만들어놓은 관계의 힘을 이럴 때 느낀다.


     여러 군데 전화해 봤는데 마침 빈 집이 하나 있었고 리모델링까지 되어있다고 했다. 딱 하나 아쉬운 건 1층이라는 것. 하지만 '비어있는 집 = 돈만 내면 들어갈 수 있는 집 = 집주인도 급한 집'이라는 뜻이므로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마침 오늘 저녁에 시간 되면 집을 보러 가자 해서 퇴근하고 집을 보러 가기로 했다.


     퇴근하고 바로 새로운 동네로 향했다. 회사에서 거리는 멀지 않은 편으로 버스에서 내려서 조금 걸어야 하지만 이 정도면 교통은 양호한 편이다.


     종종걸음으로 아파트 단지에 도착했다. 실은 한 달전쯤 드라이브하다 지나가는 길이길래 일부러 들러보고 갔던 바로 그 동네였다. 그땐 '차마 용기가 나지 않음 + 당시엔 지금 살고 있는 집이 언제 빠질지 몰라 이사 날짜를 확정할 수 없었음 + 혼자 부동산 가본 적 없음'이라는 3단 콤보로 인해 (결론은 쫄보) 부동산엔 가 보지 않고 아파트 단지만 휙휙 둘러보고 갔는데... 여길 다시 오다니. 결국 이곳이 나의 새로운 동네가 된다는 생각을 하니 기분이 이상했다.


     매물이 나온 곳은 아파트 단지의 제일 구석에 있는 안쪽 동이어서 생각보다 많이 걸어 들어갔다. 동 앞에 가니 본가에 이사 올 때 힘써주신 중개사 실장님이 서있었다. 서로 인사를 하고 그쪽 부동산에 연락했더니 안 그래도 이미 와서 다른 팀도 보고 있으니 몇 동 몇 호로 오라고 했다.


     90년대에 지어진 오래된 아파트라 정문에 키패드가 달려있어서 비밀번호를 알아야 출입 가능한 것과 같은 보안시설은 없었다. 당당히 걸어서 바로 1층으로 입장했다. 내가 가니까 이미 나보다 먼저 온 한 팀이 집을 둘러보고 나오는 상황. 오호라? 이거 경쟁이 있을지도?


     지금 살고 있는 집에 비하면 작지만 그래도 내 예산에 맞는 집임을 알 수 있었다. 작은 방 하나 그리고 거실 겸 방 하나. 부엌은 싱크대 하나 있는 게 다였고 작지만 베란다도 있고 화장실은 생각보다 컸다. 오래된 아파트인데도 리모델링을 해서 내부가 깔끔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역시 1층이라는 것. 이제는 더 이상 고층에 살 때처럼 베란다 창문을 마음 편하게 열어놓을 수는 없겠지.


     나도 내가 살고 있는 집을 몇 번 보여줬지만 남의 집을 둘러보는 건 금방이다. 오늘 같이 못 온 엄마를 대신해 사진 몇 장을 찍고 집을 나온다. 중개사 실장님하고 헤어져서 도서관에 들르기 위해 다시 버스정류장으로 가면서 여러 가지 변수를 떠올리고 어찌할 것인지 머리를 굴려본다.


    집에 가서 엄마한테 사진을 보내주고 통화를 했다. 전 세입자가 무슨 이유인지 전세권 설정을 해놓고 중간에 퇴거를 한 게 찜찜하길래 그것만 확인해 달라고 했다. 그리고 혹시 나도 전세권 설정할 수 있으면 해달라고 했는데 내가 들어오면 당연히 전 세입자의 전세권 설정은 말소할 거고 내가 전세권 설정하는 것도 허락해 준다고 했다.


     이제 이사일이 한 달 남은 시점에서 내가 원하는 물건을 고를 시간이 없다. 계약하기로 마음먹고 밤이 너무 늦었으니 자세한 건 내일 이야기하자고 했다.



<독립생활자의 다음 집 구하기 시리-즈 : 5탄>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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