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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탐방 제20탄 : 서울시티투어버스로 서울여행

2023년 10월의 기록 (3) : 남산 야외식물원-창경궁

by 세니seny Feb 16.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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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불구불한 남산길을 다시 내려온다. 그리고 바로 다음 정류장인 하얏트호텔에서 하차할 예정이다. 안내방송에는 집중을 못했지만 가는 내내 조선의 왕이 어쩌고 저쩌고 이런저런 내용이 나온다. 금방 내리는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소월길을 꽤 돌아간다. 내가 좋아하는 소월길. 이름마저도 낭만적이야.


     하얏트호텔 정거장에 하차한다. 하지만 나의 목적지는 호텔이 아니라 바로 근처에 있는 남산야외식물원이다. 지도를 보다 발견한 곳인데 시티투어버스 안내에도 근처 관광지로 소개되어 있었다. 그동안 이 길을 지나다니면서 한 번도 들어가 본 적 없었고 식물원이 있는지도 몰랐기에 한번 가보기로 했다.


     내려서 길을 건너다보니 오른편으로 숲길 진입로가 나와 들어가 본다. 남산타워에서 걸어 내려오는 길과 남산둘레길과도 연결되는 모양이다. 야외식물원이라기 보단 그냥 아주 큰 공원 느낌이다. 사람도 없고 잘 알려지지 않은 그런 곳.


     그래도 내가 사람 없고 조용한 장소를 좋아하므로 상관없다. 그리고 항상 다니던 길 근처에 이런 게 있는지 몰랐으니 이게 차 타고 다니면 들르기 어려운데 여행자로서 가볍게 버스를 타고 돌아다니다 보니 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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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오후의 한적한 산책. (@남산 야외식물원, 2023.10)


    산책은 다했는데... 이대로 곧바로 다음 버스를 탈까 하다 여유를 가지기로 했다. 중간중간 의자에 앉아서 쉬면서 혼자 주절거리고 생각 정리하기. 아까 처음에 들어온 곳으로 다시 돌아가는데 알고 보니 그게 중간쯤이었던 거고 그 뒤로도 공원이 이어져 있어서 가봤다.


     이쪽에 사람이 더 많네. 운동하시는 분들도 있고 산책하는 사람도 많고. 버스를 빨리 타지 않길 잘했어. 그래서 이 공원을 거의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하게 누릴 수 있었다.


     그리고 나니 어느새 한 시간이 흘러있었다. 그리고 다시 버스에 탑승했다. 2층까지 올라가기는 귀찮아졌고 1층에 남은 자리는 역방향이었지만 그냥 앉았다. 아까 왔던 길이라 어차피 본 길이기도 했고.


     그런데 역방향으로 앉으니까 영화 같은 데서 보면 카메라가 줌아웃 하면서 피사체가 멀어지는 식으로 영상이 흐르는데 지금 이거는 내가 역방향 자리에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자동 줌아웃이 되고 있었다. 재밌는 경험이었다.


     한참 시내를 달려 창경궁에 도착했다. 창경궁은 작년 가을에 오기도 했고 오늘의 목적은 가을풍경을 보는 거라 궁 내부는 자세히 보지 않고 안쪽에 있는 호수와 온실 쪽으로 직진했다. 작년에 왔던 곳이라 헤매지 않고 바로 길을 찾았다. 그런데 확실히 작년보다 물이 덜 들었다. 작년엔 11월 10일에 왔었는데 지금은 10월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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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경궁 내의 호수와 식물원 구경. (@창경궁, 2023.10)


       올해는 그 시기(11월)를 택해 용산공원과 서울숲을 가기로 한 게 다행이군 싶었다. 오늘은 아직 초록잎이 많고 중간중간 물든 나무가 있는 정도. 그래도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가을을 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한 50대 정도 돼 보이는 두 분이 돌아가면서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그중 한 분이 이렇게 찍어야지 하면서 상대방을 찍어주더니 자기는 쇼츠를 올린다면서 동영상으로 해달라고 하는데 웃겼다. 나도 안 해본 쇼츠를 올리신다니. 거기가 길목이라 그분들이 사진을 다 찍고 나면 지나가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얘기를 다 듣고 있었는데 예상치 못한 장면을 본 거다.


      호수 반대편으로 돌아 나오는 길. 시간이 남을 거 같아 빈 의자를 찾았는데 의자가 별로 없어서 적당히 평평해 보이는 돌 위에 앉았다. 오후 3시부터 비 표시가 있었고 오전에 비해 확연히 구름이 많아졌는데도 다행히 비가 안 오고 오히려 해가 비치고 있다. 오늘 하루종일 날이 쨍쨍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비가 안 욌으니 그걸로 다행이라 생각하련다.


     호수에 앉아 음악을 들으며 멍하니 앉아 있자니 떠오르는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 여행의 기억. 호수 이름은 기억 안 나는데 우연히 지나가다 발견한 헬싱키의 어느 호숫가 벤치에 앉아 잠시 쉬었다. 그리고 거기서 이틀 뒤, 한국으로 돌아갈 비행기 사전 체크인을 했던 기억이 났다. 왜냐면 그날도 꼭 오늘처럼 날이 흐렸었고 지금과 같이 호숫가였고 또 똑같이 혼자였다. 그래서 그날의 기억이 소환된 걸까?


     다만 그때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6월이어서 춥고 쌀쌀한 계절은 아니었다는 점 하나는 다르네. 하지만 6월임에도 불구하고 북유럽이라는 위치에서 오는 공기의 흐름과 그날의 흐린 날씨에서 기인한 온도차는 분명 있었다.


     오늘은 권순관의 목소릴(음악) 들었는데 역시 나에겐 봄과 더 잘 어울리게 느껴진다. 그의 목소리 자체는 가을이 더 잘 어울리는 편일지도 모르지만 아마 권순관의 1집 앨범을 처음 그리고 실컷 들었던 게 그 앨범이 발매된 봄이기 때문일 거다. 그 기억이 아로새겨져서 나도 모르게 그렇게 되었다.


     봄과 가을은 과학적으로 온도는 똑같지만 봄은 상방(+)으로 가능성이 열려있고 이파리들도 아래에서 위로 피어나면서 점점 초록빛으로 진해진다. 그에 비해 가을은 숫자 상 봄과 온도가 똑같을지언정 계절의 방향이 하방(-)으로 열려있어 이파리들이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고 진한 초록빛에서 쓸쓸한 색감으로 바뀐다. 그래서 숫자상으로는 봄과 온도가 같지만 같은 노래를 들어도 느낌이 달라지는 것 같다.


     하필이면 내가 앉아있는 자리 주변이 사진 찍기 좋은 장소인지 스냅팀도 한 두 팀이 왔다 가고 개인적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계속 들락날락하면서 주변이 시끌시끌하다. 그 사람들은 예쁜 사진을 남겨야 하니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하라며 목소리가 점점 커진다. 나는 그들에게 관심도 없고 듣고 싶지 않은데 계속 디렉션하는 소릴 들어야 하니 별로다.


    그럼 이제 마지막 코스를 향해 버스를 타야 하니 이동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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