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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초원과 얼하이 호수” 다리의 꿈 속 같은 여행지

13. 여행지 속 여행지, 중국 다리 씨저우와 솽랑 방문기

by 리우화


다리, 그곳은 나를 현실과 완전히 동 떨어진 곳으로 데려다 놓기 충분했다.

꿈속에서 우연히 들린 예쁘고 소담한 마을 같달까.
중국에서 이처럼 아름다운 곳을 만나리라 감히 상상이나 했겠는가.


찻집마다 문 앞에 매여 있던 알파카 (왼쪽) 장미 잎을 손수 손질하고 있는 나씨족 할머니 (오른쪽)


다리는 커다란 얼하이(洱海)호수를 중심으로 주요 관광지가 모여 있다. 그중 유명한 곳은 바로 씨저우구전(喜洲)와 솽랑구전(双廊)이다. 각각의 매력이 있어 오후엔 씨저우와 솽랑을, 저녁엔 야경이 예쁜 다리고전을 즐기는 것이 추천한다. 두 곳의 거리는 꽤 멀고 교통이 불편해 택시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



중국은 택시를 부를 때 카카오택시와 유사한 디디(滴滴)를 이용한다. 택시 위치를 실시간 확인 가능하고 미터기 택시가 아닐 경우 사전에 안내받은 택시 요금만 결제하면 된다. 만일 현장에서 부당하게 요금을 징수받을 경우 앱을 통해 즉시 신고도 가능하다. 택시를 수요 하는 인구가 많은 만큼 요금도 상당히 저렴하다. 기본요금은 10~15위안(한국 돈 약 2000~3000원).


씨저우 가는 길에 함께한 택시 아저씨 롱산(龙三)은 노홍철 급으로 쾌활한 수다쟁이였다. 다리에서만 살아온 그는 전직 아나운서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꽤 정확한 부통화를 구사했다. 롱산 아내는 한국 드라마 광팬으로 조인성을 직접 만나보는 게 평생 꿈이라고. (서울 사는 나도 만나 뵌 적 없는 그)



“다리에서는 사흘 정도 머물 계획예요. 사실 좀 아쉬워요. 이런 도시인 줄 알았다면 더 머물렀을 텐데.” 내 말에 롱산은 마치 자기 일처럼 아쉬워했다. 그리곤 핸드폰으로 다리의 여행지들을 담은 영상들을 보여 주며 말했다. “리장 사람들도 다리로 밤을 즐기러 모여요. 다리는 혼자 다니기 좋고 리장은 커플끼리 다니기 좋은 곳이라 부르죠. 리장의 야경엔 로맨틱한 분위기가 있거든요. “


문득 지역민들을 만날 때마다 하는 단골 질문을 그에게도 꺼내보았다. ”롱산, 다리 사람이라고 했죠. 당신이 생각하는 다리의 장점은 뭐예요? “ 롱산은 한 치의 고민도 없이 자신만만하게 답했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행복해요. 베이징이나 상하이 같은 대도시 부럽지 않죠. 당신은 내 첫 한국 친구니 또 다리에 오면 공짜로 도시 구경을 시켜 줄게요. 분명 이곳과 사랑에 빠질 거예요. “


해사한 웃음으로 가득한 롱산의 표정을 보며 고향 생각이 났다. 노잼 도시로 정평(?) 나 있는 ‘대전’. 유일한 관광지가 성심당이 아닐까 의심되는 그곳을 나도 가끔 민망해했었다. 누군가 놀러 온다고 하면 ”볼 거 없어, 여길 왜 와?”라고 손사래치곤 했었는데. 롱산처럼 한 번이라도 내가 나고 자란 고향을 사랑한다고 말해 본 적 있었나. 순간 부끄러운 마음에 얼굴이 붉어졌다.



다리 고성에서 약 한 시간을 달려 도착한 씨저우. 하얗고 낮은 담벼락 사이 나 있는 골목을 몇 번 돌아서면 드넓은 초원이 나온다. 푸르른 봄을 담은 초원은 하얗고 낮은 건물들과 어울려져 몽골을 떠오르게 한다. 녹색으로 물들인 기차는 초원을 철컹철컹 누비고, 멋들어지게 단장한 백마들은 푸르릉 소리 내며 손님을 기다린다. 언젠가 행복한 꿈에서 거닐었던 것 같은 평화로운 풍경에 저절로 감탄이 나왔다. 이곳에 나만 있었다면 와아, 하고 시원하게 소리를 질렀을 텐데!



아시아에서 보기 드문 이색적인 분위기에 곳곳엔 젊은 사진사들로 가득하다. 여성들은 알프스 소녀를 생각나게 하는 화이트 프릴 머리띠나 롱스커트를 착용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짐을 줄이느라 예쁜 옷 하나 챙기지 못한 게 불쑥 후회가 됐다. 꼬질 해진 후드티가 ‘나 여행객이요’라고 홍보하는 것 같아 무색한 미소가 지어졌다.


윈난 여행 중 자주 만난 머리따기(?) 어머님들. 요즘 트렌드란다. 사진 속 엠지 친구들에게 허락을 받고 사진을 찍었다.


맑은 날씨, 드넓은 초원 앞에서 즐기는 평일의 여유라니! 호사스러움을 만끽하며 마을 근처 식당으로 들어갔다. 메뉴판을 해석하느라 애 먹고 있는데 옆 자리에서 엄마와 함께 앉아 있던 여성이 어깨를 툭툭 건드렸다. 그리곤 고기접시가 올려져 있는 자신의 테이블을 가리키며 말했다.


우리나라 수육하고 맛이 똑같은 위로우. 식감은 좀 더 촉촉하고 부드러운 느낌이다.


“저기, 한국인이에요? 음식, 뤼로우(卤肉,수육) 유명해요. 먹어 봐요.”


서툰 한국어로 더듬더듬 말하던 그녀. 역시, 한국 드라마 광팬이었다! 다시금 어마어마한 한류 인기를 실감하며 그녀의 추천대로 백족 대표 요리라는 뤼로우를 주문했다. 쌈장에 찍어 먹는 한국과 달리 산초에 고추기름, 고수를 넣은 소스와 어울려 먹는다. 이색적인 새콤한 조합에 은근히 손이 간다.


다시 택시로 한 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솽랑은 또 다른 매력이 있는 여행지다. 씨저우가 푸른 초원이었다면 솽랑은 맑은 얼하이 호수를 둘러싸고 있다. 얼하이 호수는 바다처럼 넓어서 이름에도 바다를 뜻하는 해(海)가 들어간다. 관광객은 많지만 조용하고 잔잔해 중국판 <호수마을 다이어리>을 떠올리게 한다..



좋아하는 중국 노래를 들으며 호숫가를 오래도록 걸었다. 얼하이 호수 주변으로는 예쁘고 아담한 카페가 많다. 잠깐 서성이다 호수가 가장 잘 보이는 예쁜 카페에 자리를 잡았다. 옆 자리에는 대학생으로 보이는 친구들 여럿이 서로 사진을 찍어주며 웃음을 터트리고 있었다. 헤어스타일이나 옷차림은 낯설지만 어울려 노는 모습은 우리와 똑같다.


살짝 부러운 마음으로 그들의 모습을 오래도록 눈에 담았다. 여행일이 지속될수록 불쑥불쑥 고개를 드는 외로움은 어떻게 해야 할까. 매번 혼자 여행할 때마다 느꼈던 외로움은 늘 무덤덤히 가슴속에 묻어두곤 했다. 혼자여도 괜찮다며 수 십 번씩 되뇌며. 오늘도 어김없이 찾아온 외로움에 눈을 감고 타자기에 손을 올렸다. 홀로 용기 내 시작한 여행이니 다시금 독하게 마음을 다잡으며. 해가 지려는 듯 얼하이 호수의 끝이 붉어 왔다.




안녕하세요, 한제인입니다.


오늘은 요즘 듣는 노래 하나를 추천하려고 합니다.

鄧紫棋(등자기)의 <唯一(오직 하나)>​입니다. 아이유가 라이브 공연에서 불러 화제가 됐던 노래기도 하죠.


중어 노래는 우리나라에 친숙하지 않은 편인데 잘 찾아보면 일본 노래만큼이나 듣기 좋은 곡들이 많습니다.

이 노래만 들으면 얼하이 호수에서 글을 쓰던 4월의 봄날이 생각나네요 :)



你真的懂唯一的定义

넌 유일한 사랑이 뭔지 알고 있잖아

并不简单如呼吸

숨 쉬듯 쉬운 게 아니란 걸​

你真的希望你能厘清

넌 진심을 알길 원하지만

若没交心怎么说明

솔직하지 못하잖아

我真的爱你 句句不轻易

널 사랑한다는 내 말은 모두 진심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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