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의 숨결에서 국가 교육의 미래까지
교육은 백년지대계이자 현재와 미래를 바꾸는 국가의 핵심 과제다. 그러나 우리는 학생들의 삶과 교실의 언어를 깊이 이해하는 교육부 장관을 만나기 어려웠다. 정책과 제도의 언어는 화려하지만, 정작 칠판 앞에서 하루를 보내는 교사와 의자에 앉아 수업을 듣는 학생의 언어는 종종 정책 문서 속에서 사라진다.
이번에 지명된 최교진 후보는 교사와 교육혁신 운동가, 그리고 교육행정 수장을 두루 거친 드문 이력의 소유자다. 오랜 교직 생활을 통해 쌓은 교육현장의 감각, 혁신 운동에서 다져진 비전, 교육감으로서 정책을 설계·집행한 경험이 함께 있는 인물이다. 교실의 숨결을 이해하고 교육정책의 맥을 짚어본 그이기에, 이번 인선은 단순한 인사 소식이 아니라 ‘현장을 아는 장관’에 대한 사회적 기대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그간 교육부는 개혁의 상징이자 동시에 실망의 대상이었다. 굵직한 개혁안을 발표할 때마다 국민의 눈길을 끌었지만, 실행 과정에서 현장과의 괴리로 비판을 받았다. 때로는 ‘교육부 무용론’이 공공연히 회자되었고, 일방적이고 하향식인 통제 정책이 교사의 반발과 학부모의 불신을 불러왔다.
특히 지금은 교육의 대전환기다. 유보통합, AI 디지털교과서, 고교학점제, 대학입시 개편 등 국가 교육의 중대 과제가 동시에 맞물려 있다. 그 어느 하나도 단순히 ‘행정 처리’로 해결할 수 없으며, 국민적 공감과 현장의 신뢰 없이는 완수하기 어렵다. 장관이 어떤 철학을 가지고 정책을 설계하고, 어떻게 교육공동체와 소통하며, 어떤 실행 과정을 거치는지가 교육정책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교육정책의 기획, 법령 개정, 시행까지 여전히 강한 하향식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학교가 정책의 ‘대상’으로만 존재할 뿐, 능동적인 ‘주체’가 되기 어렵다. 이제는 정책이 현장에서부터 시작해 위로 올라가는 상향식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학생, 학부모, 교원, 교육공무원 등 다양한 교육 주체의 목소리를 제도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발언 기회가 적은 학생, 장애인, 농어촌 지역 구성원 등 소외된 집단의 목소리를 담는 일은 더욱 중요하다. 정책은 정부 청사 안에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설명과 설득, 그리고 조율의 과정을 거쳐 학교 현장에서 숨을 쉬며 실현되어야 한다.
사교육비 과다는 더 이상 개별 가정의 문제가 아니다. 가계의 경제적 부담은 물론, 학생들의 생활 균형을 무너뜨리고 학습의 자발성을 약화시키며, 저출생 문제까지 악영향을 미친다.
공교육만으로도 충분히 학습할 수 있는 교육체계 재설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입시경쟁을 완화하고, 학교 수업의 질을 높이며, 방과후학교·온종일학교 등 학습·돌봄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 특히 대입제도의 구조적 개혁을 통해 사교육 의존도를 낮추는 병행책이 필요하다. 공교육이 신뢰를 회복하는 순간, 교육의 중심축이 학교로 돌아오고, 아이들의 하루가 균형을 되찾을 것이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의 엇박자는 학교 현장에서 혼란을 만들고, 동일한 정책이 지역마다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적용되는 결과를 낳는다. 이는 교육의 형평성과 안정성을 해치는 문제다.
교육감 경력을 가진 장관이라면, 정책 기획 단계에서부터 시·도교육청과 공동 설계를 추진하고, 실행과 평가 과정에서도 역할을 분담하며 상호 지원 체계를 강화할 수 있다. 교육자치의 자율성과 국가 차원의 조정 기능은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라, 서로를 보완해 교육의 질을 높이는 양축이 되어야 한다.
교육은 단절 없이 이어져야 한다. 유보통합은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질적 개선을 이루어야 하며, 고교학점제와 대학입시 제도는 유기적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새로운 제도는 또 다른 불평등을 만들어낼 수 있다.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추진되는 ‘서울대 10개 만들기’ 구상은 단순한 숫자 확대가 아니라, 각 지역의 특성을 살린 특화 전략과 상생 계획이 필요하다. 전국 어디서나 학생이 원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은 단순한 교육정책을 넘어 국가 균형발전의 핵심 전략이 되어야 한다.
교육부는 더 이상 단순한 행정기관이 아니라 교육의 방향을 잡는 나침반이어야 한다. 현장 출신 인력을 적극 등용해 실무와 현실을 아는 인재들이 정책의 기획과 집행에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학교 자율성을 보장하고, 과도한 감독과 통제를 줄이며, 정책 집행 과정에서도 존중과 신뢰의 문화를 실현해야 한다. 교육부가 정책의 ‘관리자’가 아니라, 교육 혁신의 ‘촉진자’로 거듭날 때 비로소 정책은 현장에서 뿌리를 내릴 수 있다. 조직문화의 변화가 곧 교육정책의 변화를 가능하게 한다.
교육부 장관은 단순히 정책을 만드는 자리가 아니다. 교육의 시스템을 설계하고, 그 과정 자체를 교육적으로 만드는 자리다. 최교진 후보가 교사의 경험과 교육감의 통찰을 살려 교육정책의 설계부터 실행까지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길을 열어가길 기대한다.
지금 우리 교육은 거대한 변곡점에 서 있다. 방향을 바로잡고, 교육공동체 모두가 함께 나아가도록 하는 것이 장관의 소명이다. 최교진 후보가 그 길잡이가 되어, 교육이 다시 희망의 언어로 말할 수 있는 시대를 열어주기를 바란다.
2025. 8. 14. (목) 별의별 교육연구소 김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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