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일기쓰다.

by 엄마A



임신을 하고 나서 - ‘태교일기’를 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가를 기다리는 열 달 동안 널 이렇게 많이 생각했다고, 엄마는 아빠는 널 사랑으로 품으며 행복했다고. 나중에 자란 아이가 그 일기를 보면 좋은 선물이 되지 않을까.


하지만 직장인이던 내겐 퇴근 후 태교일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것만 적어두고 싶었지만 내 현실은 그다지 그렇진 않았다. 반복되는 나의 일상은 ‘태교’와는 거리가 있었다.


나는 핸드백 디자이너다. 디자이너라는 직업의 직장인이다. 당연히 회사에서 임산부에 대한 배려는 있었지만, 직업 특성상 임신을 했다고 내 업무가 다른 사람에게 가진 않았고 나도 나름 일 욕심 있는 성격이라 꾸역꾸역 일을 쳐내려고 했다. 좋아서 선택한 직업이지만 그렇다고 업무 스트레스가 없는 건 아니었다. 출퇴근길엔 분홍색 동그란 임산부 배지를 가방에 달고 지하철을 탔지만 - 서서 가는 날이 더 많았다. 임산부석엔 늘 다양한 사람들 - 하이힐을 신고 다리를 꼰 젊은 여자분이나 우리 엄마 또래의 나이 있는 아줌마, 아저씨, 어떤 날은 건장한 청년이나 심지어 군복을 입은 군인까지도- 이 이미 앉아있었다.


어떤 퇴근길엔 아무 일 없이도 눈물이 나기도 했다. 호르몬 때문인지 배부른 직장인의 설움이었는지.

아무튼, 태교일기는 망했다. 자기중심적인 나는 아가에게 해주고 싶은 아름다운 말 보다 나 자신에게 하는 넋두리와 위로가 많았고 어떤 날은 흡사 데스노트처럼 거칠었다.

태교일기로 스트레스받지 말고 그냥 쉬기로 했다. 내가 편해야 아가도 편하지. 이너 피스가 최고 아닌가!

하다 보니 어느새 아이가 태어났다. 태교일기 대신 육아일기를 써볼까?


하지만 아이를 가져본 부모라면 다 알 것이다.

뱃속에 있을 때가 가장 편했던 순간이라는 것을.

아이의 성장 기록으로 뭔가 해주고 싶은데... 했지만 어느새 아이가 22개월 어린이(어린이집 다니니까 어린이)가 되어있었다.


인정한다. 나는 말뿐인 게으름뱅이다. 그런 주제에 완벽을 추구한다. 뭔가 하고 싶은 건 있는데 잘하고 싶어서 시작조차 못하고 시간만 흐르게 둔다. 어설프게 시작하다가도 ‘난 더 잘해야 하는데?’ ‘이것밖에 못해? 이건 내가 생각한 수준이 아닌데..’ 하는 생각에 멈춰버린 적도 종종 있다. 이러다간 애기가 어린이가 되고, 초등학생이 되고, 대학생이 되고 누군가의 부모가 되는 순간까지도 난 육아일기를 시작도 못하겠단 생각이 들었다.


안돼, 난 태교일기는 못썼어도 육아일기는 써보고 싶어. 아니, 그냥 일기라도 써보자.



그래서 시작해봤다. 엄마 A의 일기. 앞서 말했지만 난 상당히 자기중심적인 사람이라 이 일기는 ‘엄마’ 보다는 엄마인 나 ‘A’에 초점이 맞춰질 것 같다. 아무쪼록 꾸준히 엄마인 내 일상을 기록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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