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워킹맘이다.
아직까지는. 오늘까지는. 일단은 그렇다.
매일 가슴속 사표 한 장을 품고 출근한다.
솔직히 일은 좋아하는 편이다. 회사가 싫은 건가 출근이 싫은 건가.
아무튼 , 임신을 하고도 출산 10일 전까지 출근을 했고 출산하고도 출산휴가 90일, 육아휴직 1달 후 바로 복귀했다. 디자인 회사라 상당히 여초인데, 위의 언니들이 대부분 그런 식이 었기에 라떼는 당연한 건 줄 알았다. 이쪽 직군이 아닌 친구들과 얘길 하다 보면 요즘 임신하고 그렇게 일하고 그렇게 복직을 빨리하냐고 다들 의아해한다. 요즘 육아휴직은 당연한 권리 아니냐며.
어쨌든 내가 덜 쓴 육아휴직이 사라진건 아니니까 - 나는 매일 사표냐 이직이냐 육휴냐의 치열한 싸움과 함께 출근을 한다. 아직까진 현상유지 가 이겼다. 내가 게으르기 때문이리라.
일을 하는 것에 거창한 의미는 없다. (의식의 흐름대로 적어보겠다.)
백세시대니까 벌 수 있을 때 벌자. 전세 사니까 자가 마련하려면, 대출받으려면 다니자. 이 일이 아직은 나에겐 가장 쉬우니까 다니자. 저 쪼끄만 생명체(우리 아가) 앞으로 들어가는 돈이 장난 아니고 앞으로도 계속 돈이 필요하니까 다니자. 일을 ‘할 수 있을 때’ 하자.
그리고 아직까진 일에서 주는 만족감과 재미가 꽤 큰 편이기도 하다. 출근하기 싫다고 징징거리다가도 막상 출근하면 내꺼 몇 개 팔렸나 판매 데이터 먼저 보는 디자이너가 나다. 이 일을 하는 것이 하지 않는 것보다 쉽고 당연해서 아직은 일을 한다.
아, 그리고 솔직히 주말에 애기 보는 거. 진짜 쉽지 않다. 내 아이고 너무 예쁘고 사랑스럽지만 체력소모는 출근만큼 어마어마하다. 근데 무급이라니 이 얼마나 자본주의의 원리에 위배되는 일인가!
나이가 드니까 새삼 어릴 때 주말마다 피곤해했던 아빠가 생각나고 안 놀아준다고 징징댄 게 죄송스럽다. 나는 원래 주말에 안 깨우면 2시까지도 잘 수 있는 사람인데 , 친구들 만나서 힙플도 가고 놀고도 싶은데 그때의 아빠도 쉬고 싶었겠지 -만 그게 가장의 무게예요. 아버지.
저도 오늘도 그 무게를 짊어지고 출근합니다.
또 치열한 내적 갈등과 함께 퇴근하겠지만 다들 파이팅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