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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임 Oct 15. 2023

쌀국수가 들어간 이것은 무슨 요리인가?

내 멋대로 팟타이

남은 월남쌈 재료를 해치우려 고민 중이다.


고수와 태국 바질 향이 피어나는 국물이 따듯한 쌀국수를 해야 하나?

불맛 나는 목살을 볶아 고소한 견과류를 올린 볶음 쌀국수를 할 것인가?


이번 주는 텃밭 도 멈추고 오랜만에 탱자탱자 놀고 있는 동생 두부의 의견을 물어 결정하기로 했다.     

거실에 이불을 깔고 뒹굴고 있는 저 녀석을 호주에서 만났다.

대학원 마지막 수업을 마치고 돌아갈 날만을 기다리고 있는 나에게 턱 하니 안겨 버린 그녀.

하루하루를 달력에 가위표를 치며, 귀찮은 일은 다시는 안하리라 마음먹고 있을 때 만난 위인이다. ‘어이구 웬수.’

“두부야, 쌀국수 볶음?”

“엉~ 나 볶음.”     


난 호주, 시드니에서 한 6년을 살았다.

이탈리아에서 돌아와 '유럽으로 다시 돌아갈까?' 라며 고민하고 있을 때, 논문 준비로 쌓아놓은 자료 속에 들어있던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라는 도시 이름.

20년째 미국 비자 스탬프가 여권에 찍혀있음에도 끌리지 않았는데, 여기는 내 눈길을 멈추었다. 따뜻한 나라. 영국에서 너무 춥게 살았던 기억이 있어서인지 따뜻한 나라가 끌렸던 걸까?

유학원에 찾아가 바로 “나 여기, 이 나라 갈래.”라고 하자 “왜? 차라리 새로운 나라로 가고 싶으면 프랑스나 미국으로 가세요.”라는 반응만 돌아왔다. “불어를 왜 또 배워 지금도 만족해. 그냥 여기도 영어 쓰잖아. 나 여기.”

일사천리로 호주, 시드니로 날아갔다.


어학원에서 나눠주는 설문지와 간단한 테스트지를 보고, ‘나 영어를 연필로 써보는 게 언제야?’ 15년 전이었다.

난 다시 대학과 연계된 랭귀지에서 브리지 코스를 밟아야 했다. 이럴 줄 알았음, 새로운 언어를 배울걸…. 하지만 때는 늦었고.

이태원보다 한국인이 많은 시드니에서 살게 되었다.


오페라하우스와 하버 브리지가 있고 관광객이 가장 많다는 더 락스(The Rocks) 그리고 주말이면 발 디딜 틈이 없는 달링하버 (Darling Harbour)에서 '내가 정말 시드니에서 6년을 살았나?' 할 정도로 일을 했다.

하나라도 더 배워 볼 요량으로 휴일엔 잘 나간다는 모자 달린 레스토랑이나 호텔에 이력서를 넣고 트라이얼(실력테스트)을 통해 음식 만드는 법을 눈동냥으로 담아 오며 열심히도 살았다.

조리 과와 호텔 경영 학부를 거쳐 국제 호텔 관광학 석사에 들어갔다. 처음엔 고민도 많았다. 한국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이름 있는 시드니 대학, 관광 마케팅을 할 것인지, 아니면 시드니에서 유일한 관광경영학을 가르치는 학교로 갈 것인지.

결론, 내가 학자가 될 것도 아닌데 배우고 싶을 과목을 택하자.


대학원에 입학하고 오리엔테이션이 있던 날, 버스를 탔다. 저기 앉은 여자아이, 내 뒤에, 뒤에 앉은 민머리 남자아이가 나와 같은 곳으로 가는 것 같았다.

역쉬 나와 같이 학교 앞에서 내렸다.

아이들이 뻘쭘하게 두리번거리기에 내가 따라오라는 몸짓으로 먼저 앞장섰다. 그리고 학교 입구에서 우물쭈물 두리번대며 서 있던 여자아이. 눈길을 한번

주고 뒤에 따라오는 아이들을 쳐다봤다. ‘너도 따라와.’라고 말은 안 했지만 따라왔다. 난 길을 알았냐고? 아니 나도 첫날이라 몰랐다.

무슨 배짱이었는지, 무작정 들어가 사무실 같은 곳이나 어른이 보이면 물어볼 생각이었다.

그런데 얼마가지 않아 커다란 표지가 있었다. 화살표와 함께 ‘Master of International Hotel & Hospitality Management’ building 2, level 2.

뒤를 돌아보고 씨익 웃었다. 아이들도 얼굴이 밝아지며 같은 미소를 지었다.


강의실로 들어와 자리를 잡고 앉자, 따라오던 아이들이 내 옆으로 다가와 앉았다. 태국에서 온 민머리 ‘암’, 앞에 앉아있던 여자아이는 베트남에서 온 ‘트룩’ 그리고 우물쭈물 서 있던 여자아이는 중국에서 온 ‘알리스’. 우린 한 팀이 되어 졸업할 때까지 함께했다.


매일 도서관에서 만나고, 가장 가까웠던 우리 집에서 과제를 하며 지냈다. 그러면서 나 이외에 유일한 태국 요리사였던 ‘암’, 그는 우리나라로 말하자면 청와대 요리사였다. 난 그에게 동남아 요리를 많이 배웠다. 특히 태국 요리에 들어가는 재료 쓰임 법 같은 그만의 독특한 방식을 가르쳐줬다. 그래서인지 한국에 돌아와 한국 음식 재료로 동남아 요리를 하면서도 그다지 불만이 없었다.


더군다나 이 산천에는 일자리를 찾아온 동남아 사람들 덕인지, 아시안 마트가 생겨나고, 농협이나 큰 식자재 마트 한켠에도 다문화 코너라는 것이 생겼다. 그린 파파야가 들어간 쏨땀을 만들 수 있고, 인스턴트 똠얌꿍도 생겼다. 이젠 특별히 찾아가지 않으면 발견하기 힘들던 동남아 신선 채소부터 공산품까지 없는 게 없다.     


그래서 오늘도 내 친구 ‘암’이 가르쳐준 팁을 생각하며 요리 시작.

<월남쌈 재료 참고>     https://brunch.co.kr/@ginayjchang/124

남아있던 월남쌈 재료를 모두 꺼낸다.
얇은 쌀국수를 찬물에 담가놓는다.
어제 재워두었던 돼지 목살을 잘게 썬다. 길쭉한 상태로 써도 상관은 없다.
양파와 타이바질을 채를 썬다.
태국 고추, 카이엔 하나를 다진다.
부쳐두었던 달걀지단을 가늘게 채를 썬다.
뜨겁게 달군 팬에 식물성 기름을 두르고, 고기와 마늘을 넣고 볶는다.
양파를 넣는다. 그리고 지단, 그다음 채 썬 타이 바질과 다진 카이엔을 넣는다.
느억맘을 한 바퀴 돌려주고, 살짝 단맛을 위해 팜슈가나 설탕을 넣어준다.
색감을 위해 간장을 조금 넣는다.
쌀국수를 채에 걸러 물기를 빼주고, 뜨거운 팬에 넣어 돌려준다.
레몬즙을 넣고 뒤집어준 후, 숙주와 채 썰어진 파프리카를 넣는다.
숙주가 숨이 죽으면 불을 끈다.
접시 바닥에 채를 썰어놓은 신선한 양상추를 깔고, 쌀국수 볶음을 올린 후, 고수잎을 흩뿌리고, 볶아 곱게 빻아 놓은 잣을 올려 먹는다.     


“언니, 맛이 팟타이 같아.” 그러더니 집게로 한 번 더 집어 접시에 담는다.     


사실 고기만 굽고 쌀국수 익혀서 모든 재료 다 넣고 월남쌈 소스 넣고 비벼드셔도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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