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동임 Jun 27. 2023

특별히 두부라 불러달라는 분. 6

산천 요리생 ......

“선생님 두 번째 강의료가 들어왔어요. 선생님도 확인해 보셨어요?”

보조 선생님이 신난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두 달에 한 번 들어온다 했는데, 벌써 들어왔나요?”

나는 보조 선생님께 커피를 건네며 “선생님이 너무 잘해줘 일찍 줬나 보네요."라고 너스레를 떨어보았다.


그러더니 신사임당이 그려진 오만 원권 두 장을 나에게 건넸다.

“아이들 맛있는 거 사주세요.”

나는 너무 감격해 신사임당이 그려진 오만 원권 두 장을 손에 공손히 쥐고 아무 말도 못 했다.

“부족할까요?”

보조 선생님은 내 얼굴을 살피셨다.

(내 표정이 무서웠나요. 나도 부드러운 여자로 보이고 싶다.)

“부족할 것 같죠?" 하며 다시 지갑을 열고 계신 보조 선생님의 손을 잡으며 “감사합니다. 충분합니다.”


그리고 나는 아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했다.

“얘들아~ 보조쌤이 재료비를 보태주셨어. 보조 쌤께 감사하다 인사드리자. 그래서 고기 요리를 할까 하는데 뭐 하지? ”

아이들 모두가 보조 선생님께 인사를 드렸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그럼 우리 돈가스도 하는 건가요?”

역쉬~ 우스였다.

“그럼 6월 4주는 돈가스 그리고 5주는 탕수육 어때?”

“네네 좋아요!” 아이들이 소리친다.

“기말 잘 보면 7월 3주는 짜장면 입니당~” 나는 기말시험 상품으로 짜장면을 내놓았다.

여기저기서 짜장면·짜장면·짜장면·짜장면 소리가 들린다.


신사임당 2장에 아이들은 행복해한다. 아니, 보조 선생님의 마음이 아이들 마음에 전해져 기뻐하는 건가? 아니면 둘 다.

“저렇게 좋을까요?” 아직도 액수가 너무 적은 건 아닌지에 고민하는 보조 선생님.

“좋지요~”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바라보며 보조 선생님께 거듭거듭 감사함을 전했다.


그러고 보니 참 고마웠던 분들이 많았구나.


작년 수업을 시작하고 재료비에 허덕이던 우리에게


- 노랑 집 아저씨, 아주머니가 주신 코끼리 마늘로 아이들 요리 연습하는 동안 마늘 걱정은 안 했다.

- 만물상회 아저씨, 아주머니가 주신 밤 호박으로 낙지, 밤호박 수프 끓여 요리 축제 메뉴에 올렸다.

- 학교 마을 이장님, 작년 한창 배추 한 포기 가격이 이만 원일 때 배추를 두 망이나 주셔서 요리 축제 준비에 한 고랑을 터주셨다.

- 진로 체험 센터 선생님이 쌀 20Kg 한 포대도 주셨다.

- 뻘낙지 사장님이 낙지와 전복을 싸게 주시고 외상도 해주셨다. 지금은 단골이 되었다.

- 두부 어머니가 후라이드 치킨을 아이들에게 쏘셨다.

- 2학년 담임 선생님이 학급비로 탄산음료를 대주셨다.

- 기가 선생님이 기술·가정 수업 재료비 아껴 요리대회에 쓸 유기 접시를 사주셨다.

- 사회 선생님이 아이들과 같이 밤 호박 껍질을 까 주셨다.

- 수학 선생님, 한결같이 난 동아리와 상관없는 사람이라며 매번 오셔서 칼도 갈아주고 휴대용 가스레인지도 고쳐주셨다.

- 국어 선생님이 요리대회 나갈 메뉴 이름을 만들어 주셨고 앞치마 끈도 달아주셨다.


나 때문에 가장 힘들었을 동아리 담당 과학 선생님, 고생 많이 하셨다.

늦게까지 연습하는 아이들 집에 하교시켜야지, 아이들이 행주며 앞치마를 깨끗이 세탁하는지 확인해야지, 재료 사러 다녀야지, 내가 없는 시간에 아이들 단속해야지 기타 등등 기타 등등

동아리 담당 선생님이 요리 축제 준비로 힘들어하는 아이들 간식도 많이 사다 주었다.

생각해 보면 신혼이었던 담당 선생님이 댁에 다녀오실 때마다 집에 있는 양파·파·마늘 같은 요리 재료를 무자비하게 털어 왔었다.

특히 예쁘게 말하지 못하는 나와 선생님들 사이에서 관계 조절하느라 담당 선생님, 정말 힘들었을 거다.

선생님 고마워요~


그리고 또 한 사람 '두부'

나의 실질적 조력자다.

두부는 나와 같이 사는 동생이다. 나를 이 산천에 데리고 온 장본인이다.


진로체험 수업을 할 때부터 아이들을 너무 싫어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돈도 안 되는 일 한다고 그냥 싫다고 했다.

처음 만난 동아리 아이들을 보고도 그랬다.

예의가 없다. 냄새가 난다. 그냥 싫다. 라며 꼭 얘들을 가르쳐야겠냐고 했었다.


그런 그녀가 아이들을 기다린다.



이전 05화 너의 화는 내가 받아줄게. 5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