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동임 Jun 28. 2023

아이들이 싫다는 그녀, 두부. 7

산천 요리생 .......

“난 애들이 싫어.”라고 말하는 그녀는


고등학교 시절, 선생님을 따라서 간 복지회관에서 아이들과 지낸 시간이 좋았었다고 한.

고등학교 졸업 후 가족·아동학과에 진학했다.

두부는 대학 시절 알바로 내니로 일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가 돌보던 아이의 식구가 시드니로 이사를 하며 두부에게 같이 가자는 제안을 했다. 선뜻 ‘OK~’하고 따라나선 두부. 시드니에서 아이와 놀다 갑자기 ‘난 아이를 좋아하지 않는구나.’라고 느꼈다 다.


그날 이후, 내니를 그만두고, 다른 알바 찾기를 하다, 내가 일하던 레스토랑까지 왔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에게 나를 설명할 때, 레스토랑에서 처음 만난 날 이야기를 한다.

“우리 일하다 만난 사이잖아요.” 두부는 이렇게 말을 이어나간다.

“한국 사람이 있다고 해서  무지 반가웠죠. 언니를 찾아가 인사를 했거든요. 그런데

‘Speaking English.’(영어로 말해.) 한마디 하고 가버리는 있죠.”

“어찌나 쫄리게 말을 하던지.”

그녀는 지금은 언니가 아주 부드러워졌다며 나의 흑역사를 폭로한다.

    

내가 그녀를 만났을 때, 나의 시선은 이러했다.

우린 제법 크고, 유명한 (이건 내 생각인가) 레스토랑에서 일을 했다. 주방에서 일하는 직원만 25명은 넘었던 듯하다. (기억이 안 난다.) 난 레스토랑 오픈 멤버에 메인 파트 팀장이었고 두부는 샐러드 파트 알바로 어느 날 들어왔다.

두부가 낯선 곳에서 더군다나 주방에 여자는 딱 3명, 거기다 한국인이 있다니 반가웠다는 거 나도 알았다. 나도 반가웠다.


내가 일하는 레스토랑은 주방 청소하는 사람들이 따로 있을 정도로 정신없는 주방이었다. 그리고 난, 내 자리를 노리는 남자 요리사들 사이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여자 메인 파트 팀장 ‘미친 00’이었다. 서양에서 여자에게 관대하다는 건 시간과 장소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두부네 샐러드 파트는 가끔 군기 잡기 같은 걸 했다. 5년 차 정도의 초보 요리사들 모여 있는 곳이라 항상 시끄러웠다.

그러던 어느 날 샐러드 파트 중간관리가 나에게 뛰어왔다.

“두부 좀 말려 줘.” 놀란 눈을 하고 달려오며 말을 하는 것이 급박한가 보다.

“너희 일은 니들이 알아서 하지."라며, 난 하던 일만 계속했다. 외국도 주방 서열은 확실하다.

‘아니 얘는 도대체 무슨 일을 벌이고 다니는 거야.’ 속으로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제발 부탁이라며 두부가 아직 영어가 부족해 의사소통이 안 되니, 나보고 한국말로 설명을 해달라 했다.

“무슨 일인데? 어디서?” 그래도 나와 같은 한국 사람인데 가봐야지 어쩌겠어. 그것도 하나밖에 없는.

“쿨룸, 쿨룸”(저온 창고) 다급한 소리로 중간관리가 말을 했다.

저온 창고 문을 여는 순간  입에서 ‘헉!’ 소리가 튀어나왔다.

우쒸~ 오늘 주말인데.


“야! 나대지 말고 나와.”

“마이클이 이거 정리하라는데요.”라며 두부가 ‘나 잘하고 있죠.’라는 얼굴로 날 쳐다보았다.

나오라 손짓하고, 난 샐러드 파트로 달려가 내가 아는 욕이란 욕은 다 퍼부은 것 같다.

내용인즉슨, ‘내가 아는 건 이런 게 아닌데, 다른 데선 이렇게 하던데’라며 말 안 듣는 두부 교육하려고 저온 창고 청소를 시켰단다. 그런데 두부는 샐러드 파트 ‘싼 풀떼기’는 선반에 올리고, 자기네 자리 침범한 메인 파트 ‘비싼 고기들’을 다 바닥에 내려놨다.


이것이 17살 차이 나는 두부와 나의 인연이다.


어쩌겠어, 날부터 '주방에서 살아남는 법' 교육을 시작했다.

그리하여 두부는 시드니에서 마지막으로 만난 나의 학생이 되었다.

난 얼마 후 한국으로 돌아왔고 두부는 남아서 돈 많이 벌어 부모님 해외여행도 시켜줬다.

그리곤  산천으로 데려왔다.      


난 산천에서 두부와 같이 살며 두부의 실체를 알게 되었다.

그 멍청한 중간관리가 왜 두부에게 저온 창고 청소를 시켰는지.

두부, 그녀는 말을 더럽게 안 듣는다.

그리고 진짜 애들 싫어한다.     


그런 두부가 내가 일하고 있는 학교에 도와주러 왔다.


요리 축제 부스에서 판매할 메뉴를 검사받기 하루 전, 정신없이 준비던 난 허리를 삐끗해서 혼자서는 움직일 수 없었다.

영화에서 봤던 것 같은 이 느낌.

검사 당일, 아침 일찍 학교에 도착한 나는 바퀴 달린 의자를 끌고 다니며 재료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 나에게 서둘러 회사를 조퇴한 두부가 와 주었다.

두부는 아무 말 없이 일을 도왔다.


요리 축제 판매관 총괄 담당 교수님께 아이들이 아직 부족한 상태라 시간이 필요하다. 말씀을 드렸지만, 예외 없이 오셨다.


도착시간보다 한참을 늦게 오신 교수님은 조리실에 들어서자마자

“준비는 다 되셨나요? 지금 주시면 됩니다. 제가 좀 바쁩니다.”

교수님은 아이들과 인사도 하지 않았다.

“얘들아, 너희 음식을 평가해 주실 교수님이셔 인사해야지.” 난 아이들에게 인사를 시켰다.

교수님에게 기다리는 말을 했다. “탕비실에 선생님들과 함께 계시면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몸도 안 좋은데 왜 날 긁지, 가슴에 '참을 인' 자를 새기며 아이들에게 이야기했다.

“아까 선생님이 얘기했던 대로 들고 가는 거야.” 그리고 교수님 평가를 자세히 듣고 오라고 했다.


먼저 떡꼬치가 전달되었다.

아이들이 바로 돌아왔다.

“왜 교수님 얘기 안 듣고 왔어?”

“가라는데요.” 아이들 얼굴에 실망이 차있다.

두 번째 배추 빵을 들고 갔다. 들고 갔던 아이들도 마찬가지로 바로 돌아왔다.

세 번째 아이스크림이 올라간 고구마시트를 들고 아이들과 나는 같이 탕비실로 갔다.

“다 안 와도 되는데.” 교수님이 아이들을 보고 말했다.

“그럼 선생님들이 빠져야 하는데요. 이 요리는 아이들이 만들었고 아이들이 판매할 겁니다.” 

나는 주눅 든 아이들을  보며 말했다.


아이들을 쭉 둘러보시던 교수님은 말을 이어나갔다.

“너무 맛있다. 특히 소스가 너무 맛있다. 일반 판매해도 될 것 같다.”하며 내 얼굴을 보는 교수님.

“하지만 아이스크림은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요리 선생님 오실 때까지 먹지 않고 기다렸다. 시간이 지나니 흘러내리는 거 보이죠. 먹기 힘들어 보이지 않나요.라며 흔들거렸다. 

아이스크림이 녹을 때까지 기다렸다 먹는 사람도 있나!’ 난 한마디 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그러더고구마 시트는 눅지지도 않고 맛있다며 교수님은 오도독  씹어 드셨다.

‘오도독 씹힌 시트가 포인트지!’라고 내뱉고 싶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할 말이 있다 하는 교수님.

교수님: 너희들 요리사가 꿈이니?

아이들: 아니요.

디엔: 요리 잘하면 여자 친구 생길까 해서요.

교수님: 요리사란 직업이 얼마나 힘든지 알고 있지. 식당을 열어서 성공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하생략한다.)

그리고 사진 찍고 돌아가셨다.

우리 애들 아직 중학생인데.,

그래도 교수님은 축제 내내 우리 부스 당골이 되셨다.


인상 쓰고 있는 날 보던 두부는 “언니 기죽지 마! 잘하고 있어. 그런데 언니 허리 안 아파?”

어느새 나도 모르게 내 허리를 꼿꼿이 펴고 씩씩거리며 걷고 있었다.

교수님이 내 허리를 고쳐주고 가셨다.

결국 불치병 판정을 받았지만. ‘디스크’


그래도 난 천군만마를 얻었다. ‘두부’


그 후론 두부와 같이 장 볼 때, 학교에 떼어가려 산 벌크 단위 고기를 보고도 눈치 안 주고,  

두부가 가끔 학교에 피자나 치킨도 사 왔고, 두부 회사에서 나온 돼지 목살도 한 상자 가져와 고기 파티도 하고, 아이들 방학 중엔 공부도 가르쳐 줬다.


누구도 도와주지 않았던 축제요리 준비를 고마운 두부가 회사와 축제를 오가며 손이 부족한 나와 아이들을 도와주었다.


그녀는 축제가 끝난 다음날 휴가를 냈다. 그리고 앓아누웠다. 내 옆에...


이제는 밝아진 아이들의 모습을 두부가 같이 기뻐해 주고, 귀찮아도 함께하려고 애써준다.

     

두부는 17살 차이 나는 나의 딸 같은 고마운 동생이다.

“두부 사랑해~”     

어제 두부가 만든 저녁, 파프리카볶음, 향신료 없는 토마토계란볶음, 감자전을 퍽퍽 담아줬다. 그래도 맛은 있다.
이전 06화 특별히 두부라 불러달라는 분. 6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