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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임 Jun 29. 2023

개과천선 프로젝트. 8

산천 요리생 ........

어제는 약속대로 ‘탕수육’을 만들었다.


아마도 요리실습하며 가장 큰 고기를 사가지고 간 것 같다.

돼지 등심을 꺼내 놓자.

“우와~”라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가위바위보 게임에 져서 요리동아리에 못 들어온 아이들이

“너희 오늘은 탕수육도 만들어?”라며 부러워하는 소리가 듣기 좋았다. (나 변태?)

동아리 아이들이 “저번 주엔 돈가스 했는데.”라며 자랑했다. (나도 자주자주 고기 요리해 주고 싶어….)


고기를 다듬어 썰고, 준비한 파프리카, 양파, 라디치오, 오이, 감자 등을 썰며 아이들은 다음 주에 있을 시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디선가 들리는 목소리

“얘들아, 수업 시간에 선생님 말씀만 잘 들으면 시험 걱정 해도 돼.”라는 재범이.

2학기부터 시험을 보는 1학년 아이들의 걱정스러운 이야기를 들어주며 재범이가 이런저런 설명하고 있었다.

나의 시선을 느끼며 멋쩍은 듯 웃고 있는 재범.

 

우리 못난이 삼 형제 3학년 아이들이 끽끽 대며 웃는다.

“그래서 이번엔 다들 70점 이상 나오는 거야? 평균이 아니라 각 과목당”

“선생님 저 어제 1시까지 공부했어요. 선생님이랑 한 약속 지키려고.” 래도가 으쓱거리며 나를 쳐다본다.

“1시까지 게임을 한 게 아니고? 너는 면역력이 약해서 일찍 자야 해.”하며 그 녀석을 꼭 안아주었다.

그리도 지지 않겠다는 듯, “저도 노력하고 있어요. 기말고사 성적은 항상 잘 나오지 않지만요.”

재범이가 “야! 언제는 우리가 점수기 잘 나왔었냐?”


“너희 중간고사 점수가 어떻게 되지?” 나는 아이들 기억을 더듬어 주려 말을 꺼냈다.


재범: 과학 65점, 수학 70점, 국어 60점.

그리: 과학 70점, 수학 55점, 국어 60점.

래도: 과학 80점, 수학 70점, 국어 60점.


“얘들아 20점 30점은 어디 갔니?” 웃으며 말하는 나에게

아이들은 “선생님 원래 20점 30점 없었어요. 5점 아니면 50점이었지.”

래도가 말한다. “야! 동생들한테 창피하지도 않냐?”


우스가 옆에서 하하하 웃더니 “우리 동아리 개과천선 프로그램이야?”

나의 시선을 느꼈는지 우스가 한마디 더 한다. “저도 많이 좋아졌죠.”

    


‘개과천선 프로그램’ 같은 거 없다.


내가 아이들을 처음 만났을 때 빛을 잃은 눈을 보았다. 의욕이라곤 개미 똥구멍만큼도 없었다.

긴 시계추가 마냥 왔다 갔다 하는 학교, 공부방, 집 그리고 게임이 아이들 인생에 전부였다.

‘우리는 미래가 없어요.'라는 아이들이 안쓰러웠다.

그래서 아이들 정신을 일깨워줄 요량으로 빡쎄게 굴렸다.

요리하는 정확한 방법을 알려주고, 스스로 할 때까지 기다려 주었다.


그리고 우리가 만들어 놓은 약속과 안전 규칙은 철저히 지키도록 했다.


-친구를 도와준다.

-요리 시간에 일어나는 모든 일은 함께한다.

-남에게 미루지 않는다.

-친구를 비방하는 말은 하지 않는다.

-'고맙다.' '미안하다.' 정확히 말을 한다.

-우리는 부끄러운 사람이 아니라 행복한 사람이다.

동아리 안전 규칙

나는 아이들에게 실수한다고, 맛이 없다고, 예쁘지 않다고 타박한 적이 없다.

하지만 서로 도와가며 재료를 다듬고, 정확한 요리 재료를 준비하는 과정이 잘못되었다면 가차 없이 혼을 낸다.


작년 어느 날, 파마머리 선생님이 찾아오셨다.

“선생님, 요리하는 게 재밌냐고 아이들에게 물어봤거든요. 너무 재미있다고 말하더니 요즘 게임을 하는 시간이 줄었다네요.” 하시며 아이들과 같이 산처럼 쌓인 밤 호박을 다듬어 주셨다.

밤호박을 몇 개 다듬어 주시다, “그런데 공부를 안 해요.”라고 말씀하시고 파마머리 선생님이 가셨다.


그러다

“선생님, 애들이 요리반에 오면 등도 펴지고 눈도 초롱초롱해져요. 그런데 요리 시작하고부턴 수업 시간에 자꾸 조네요.”라고 개량 한복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음…. 선생님 2학년 3명은 초등학교 때부터 수업 시간에 잤다던데요? 그래서 아이들이 문제가 있다 말씀하시고선. 참! 3학년 디엔인 신경도 안 쓰시는 것 같던데.”


이렇게  아이는 "선생님, 선생님들이 저희는 포기한 학생이래요."라는 푸념을 늘어놓은 적도 있었다.

"누가?"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아이들에게 내가 더 미안하다. 같은 어른으로서.

공부가 다는 아닌데.


우리 동아리에 공부 잘한다는 녀석이 들어왔었다. 선생님들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있었던 듯하다.

매번 나에게 특별 관심을 요청했지만, 난 모두 똑 같이 대했다. 그래서 그 녀석은 나갔다. 영재 교육받는다고. (영재 안 같아 보이던데...)


사람 인생 모르는 거다.

그래서 죽을 때까지 배우고 간다지 않나.

그래서 아직도 난 요리생이다.


어제, 그 선생님들 옆 탕비실에서 고기 구워 먹었다. 우리는 부족한 재료비로 정성 들여 만든 요리를  아이들이 매번 나눠드린다. 그런데 고기 한 점 안 가져오셨다. 아이들은 괜찮다 하지만 '난 밉다.'


사실 아이들이 마음 아픈 얘기를 들을  때마다, 난 내가 아는 우리 아이들 이야기를 해준다.

“선생님이 보기엔 너희들 요리를 제법 잘 따라 하거든, 고로 머리가 나쁘지 않다는 거야. 머리를 쓰는 법을 배워보지 못해서 그렇지. 뇌가 한번 '팍'하고 터지면 누구도 모를 것 같은데.”

"얘들아, 사람 인생 모르는 거다."

그래서 나의 잔소리는 하나 더 늘었다.

“얘들아, 뇌를 돌려봐~ 그럼 답이 보일 것이다.”

이제 우리는 하나의 문제가 생기면 다 같이 모여 풀어본다.


이제는

3학년 모두 숙제를 잘해오고 수업 시간에 졸지 않는다.


- 그리: 이제는 생각한다고 서 있지 않고 움직인다.

         대화를 하려고 노력한다.

         어제는 감자를 정확한 크기로 채 쳤다.


- 재범이: 메모지와 볼펜을 들고 다닌다.

             플레이팅에 신경을 많이 쓴다.


- 래도: 제법 어른스러워졌다.

          내 마음을 읽어주려 노력한다.

2학년

- 우스: 뺀질대는 수준이 낮아졌다.

          설거지와 청소를 스스로 한다.

          음식물 쓰레기통도 버린다.

          3학년엔 동아리 부장이 꿈이다.

          요리 고등학교 진학을 도전하고 있다.


졸업한 디엔:

              초등학교, 중학교 통틀어 꼴등이었다.

              그러나 이젠 꿈이 생겼다.

              정리정돈을 잘한다.

              정리정돈을 잘한다.

              대학에 가려고 공부를 하려 한다. 

              운동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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