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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동임
Jun 30. 2023
X to Alpha. 9
산천 요리생 .........
“넌 누구니?”
처음 보는 아이가 조리실 (나는 기술·가정 교실을 조리실이라 부른다) 청소를 하러 왔다. 우리 불꽃이 보다 더 작은 아이다. (불꽃: 학교에서 제일 작은 아이)
“저 여기 청소 당번인데요.” 조그만 아이가 말하며 나를 힐끔힐끔 쳐다본다. ‘그런 너는 누구?’라는 듯
“나, 요리
선생님, 안녕. 옆에 계신 분은 보조 선생님.” 난 아이랑 눈을 맞췄다. 대답이 없다.
“다음부터는 인사해 줘~ 그리고 수요일은 청소 안 해도 돼. 어차피 실습이 끝나면 다시 해야 해. 좋지?”
조그만 아이는 빗자루로 같은 곳만 계속 쓸며, 날 빤히 쳐다본다.
그도 그럴 것이 31명 전교생인 윤산중학교 아이들을 모두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나.
나
는 일주일에 한 번 수업하러 온다.
나는 그래도 너보다 1년
더
다녔고
,
선생이라고 뻐기는 중이었다. 주객전도?
저 아이는 매일 오는데.
1학년 방울이가 들어왔다. (방울:
졸업한 작년
요리동아리 부장 동생) “저랑 같이 청소하게 된 전학생이요. 얘는 필리핀에서 전학 왔어요”
이 조그만 아이가 전학을 와줘서 전교생 32명이 됐다.
“우리 요리선생님. 무서워.” 방울이가 웃으면 말을 잊는다.
“방울아, 너 나 무서워하는 거 맞아?” 내가 눈을 흘기며 방울일 보자.
“네 무서워요.”
진짜 방울이가 날 무서워하는 건지, 무서워하는 척을 하는 건지 그래도 날 좋아하는 것 같아 기분은 좋았다.
“
이 선생님이 그 선생님이야?” 조그만 아이는 날 힐끔 쳐다보곤 방울이에게 물어본다. 방울이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애들이 뭐라는데? 선생님 좋다지?” 좋다고 말해라 말해라 주문을 걸며 물어보았다.
“아니요. 무섭데요.”
작은 아이가
내 가슴에 화살이
쏘았
다.
“맞아. 내가 그 꼰대 선생님이야. 반가워~”
_
조리실 평소 대화_
“방울아 마늘이랑 양파는 까놨어?”
“아까
선배님
들이 쌀도 씻어 불려 놓았어요.”
“
냉장고에 있는 달걀 다 꺼내놔.”
“이거 다요?” 하며 달걀 3판이 무겁다고 구시렁구시렁 걸린다.
“응. 오늘은 달걀 요리”
칠판에 적었다.
‘닭이 먼저? 달걀이 먼저?’
-
달걀 프라이
-
달걀 볶음밥
-
수란
-
달걀 수플레
-
베이컨, 달걀 오븐 구이
-
달걀 레몬 빵
“선생님
,
닭이 있어야 알을 낳지요?”
“
그럼
닭은 어떻게
생기는
거야?”
“알에서 나온 병아리가 커서 닭이 되는 거지?”
“그럼
알이
하늘에서 뚝 떨어졌나.”
아이들이 이렇다 저렇다 말들을 계속 이어나간다.
그러더니 불꽃이 물어본다.
“선생님은 알아요?”
“글쎄…. 갑자기 나타난 알에서 태어난 사람도 있으니, 난 알이 먼저라고 믿을래.” 난 웃었다. 웃자고 써논 거니까.
“난 산타클로스가 있다고 믿거든, 아직 착한 일 한 게 없는지 선물이 안 와.” 나도 선물 받고 싶다고
투정을 부리자, 어이없다는 아이들은 산타클로스는 없다며 기대하지 말란다.
“참! 선생님 우리가 알파 세대인 거 알아요?” 유일하게 인스타를 하는 불꽃이 물어본다.
“불꽃아 먼저 미안한 마음을 전해야겠다. 너희는 마지막 MZ세대일껄. 아니면 잘파세대라고 해야 하나. 안타깝지만
지금 초등학교 6학년부터
.”
“
그럼
선생님이
X세대예요?”라고 불꽃이 물어본다.
SNS도 안 하고 심지어 핸드폰도 없는 녀석이 있는 우리 동아리 아이들, ‘그게 그렇게 중요해?’라며 불꽃일 쳐다본다.
나는
허리에 손을 얻고 큰소리로
“선생님은
그 유명한
X세대
오렌
지 족이야.”
나는
88 올림픽과 대학생들의
데
모만 보다 난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그리고
X세대 오렌지족이라는
타이틀이 생겼
다.
한참 잘 나가는 소방차와 혜성처럼 나타난 서태지와 아이들을 환호했던 사람들이 내 친구다.
이렇게 우리는 처음 알파벳으로 X를 붙인 세대라 불리며 ‘015B의 신인류의 사랑’을 들었다.
그리고 Y, M, Echo, Z, MZ, Alpha까지 다른
신인류와 부대끼는
우린 구인류가 되어있다.
지금
,
나는
꼰대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라떼를 마시는 세대. 그럼 이제 난 GD나 GL세대로 불리나?
전에는 구세대와 신세대로 나뉘어 구식·신식을 따져 간단했는데
.
지금은 여러
세대의 스타일을
기억해야
꼰대 소리 안 듣는다고 충고를 듣는
나, 너무 힘들
다.
하긴 유치원 아이들도 선후배 따지며 세대 차이를 콕콕 집어 주는 걸 봤다. 그런 걸 보면 나보다 더 꼰대처럼 보인다. 하하하
그래도
난, 내가 경험한 일들을 학생들에게 얘기해 줄 거다. 그리고 이들이 나보다 더 현명한 어른이 될 수 있다면, 난 기꺼이 꼰대가 되어 라떼 소리를 해줄 거다.
“얘들아, 알파세대도 밥은 먹을 거야.” 그래 태초에 사람이 생기면서부터 먹었다.
“그만 얘기하고 밥 볶을 준비 하지” 우리도 밥을 먹어야지.
“선생님은 X세대 오렌지족 MZ
같아요.” 아이들이 소리쳐 준다.
“고마워~ 그런데 너희는 꼰대 같어 메롱.”
난 이렇게 시공간을 넘나드는 사람이 됐다.
달걀 레몬 빵. 예쁘게도 구웠다.
keyword
청소
세대
달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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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천 요리생 MIX
07
아이들이 싫다는 그녀, 두부. 7
08
개과천선 프로젝트. 8
09
X to Alpha. 9
10
절친. 10
11
웃어줘 고마웠다.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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