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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임 Jul 02. 2023

절친. 10

산천 요리생 +

나에겐 특별한 친구가 있다.


서로의 삶이 있어 자주 보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의지가 많이 되는 친구다.


내가 여기, 이 산천에서 아이들과 잘 지내고 있는 것도 이 친구의 도움이 다.

학생 중 반 이상이 남자아이들인지라 이 아이들의 생각과 행동을 이해하는데 꽤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럴 때마다, 난 이 친구에게 전화하게 된다.

“뭐 해? 바빠?”

나의 첫마디는 왜 이리 정이 없는지. 잘 지내고 있어? 보고 싶어서 전화했어.라고 말하면 좋으련만 마음만큼 잘 되질 않는다.

“아니 별로, 난 학교. 무슨 일 있어?”

이 녀석도 그렇게 곰살맞은 편은 아니라 별로 미안하지는 않다.

“별일은 아니고. 중학생이면 성에 눈뜰 나인가? 애는 어떻게 생기냐고 자꾸 물어본다. 이런 질문은 보통 초딩 때 하지 않아? 뭐라고 해야 하냐? 사춘기라 그런가?”

우리도 아이였을 때 한 번쯤 엄마에게 물어본 질문이었다. 난 사실 기억이 잘 안 나지만.  

성에 관한 질문은 처음 받아봤다.

“애들 잡담하고 싶어 하는 소리야. 신경 쓰지 마. 선생님 당황하는 모습이 보고 싶었을 수도 있고. 그런데 걔들은 진짜 애들이네. 나 중학교 때도 그런 건 안 물어봤는데. 남자애들은 대충 알껄.”

말을 이어해 준다.

“그냥 평소처럼 대답해 주면 되지.”

“오. 오. 알았어. 언제 안 내려와?” 걍 모른 척하라는 얘기다.

“일도 해야지, 공부도 해야지, 동아리 활동도 해야지. 시간 나면 갈게. 언제 안 올라와?” 아들은 바쁘다.

“요즘은 장 볼 일이 별로 없네. 저번에 갔었는데 너 도서관에 있다고 해서 못 봤잖아.” 3시간을 넘게 달려갔다 아들도 못 보고 내려왔었다.

“그냥 엄마가 나한테 얘기하는 것처럼 애들한테 해. 잘하잖아. 내 친구들한테도 얘기 잘하면서.” 아들 친구들이 내가 툭툭 약을 올리는데도 날 좋아한다.

“알았소~ 전화 좀 자주 하지. 아들”

“알았어. 엄마”

“아들 사랑해~”

“엄마 사랑해~”


내 절친이다.

항상 이런 식의 대화만 주고받는 관계지만 서로를 잘 알아준다고 해야 하나.


아이들을 가르치고 나서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네 아들은 어떠니?”라는 식의 질문이다. 어찌 보면 애들에게 그렇게 신경 쓰면서, 넌 얼마나 네 아들을 잘 키웠냐는 식이지만.

그래도 뭐. 나와 내 아들은 가끔 만나지만 같이 한잔하고 한방에 누워 이런저런 얘기하다 손잡고 잠드는 사이 정도는 된다.


내 아들은

지금까지는 학비도 안 들어가는 대학 잘 다니고, 동아리 활동도 잘하고, 알바도 열심히 하고, 여자 친구도 있고, 가끔 술 먹고 전화도 해주고, 철없는 엄마 챙겨주고.

항상 만족하게 생각한다.


그런 내 아들이 아이들을 가르치며 내가 힘들다고 할 때 “나한테 한 것처럼 해.”라고 해준 말에 이제 너도 어른이구나. 혼자도 잘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난 아이들에게 내가 우리 아들에게 해줬던 이야기, 생각 그리고 행동을 똑같이 하려고 노력한다.

설마 똑같겠어?

똑같을 순 없지, 내 아들이 중학생 때를 생각해 보면 우린 무덤덤한 사이였다.


내 아들이 중학생이 되고, 우리 부모님도 이혼했다고 커밍아웃을 친구들에게 한 후로 가끔 우리 집은 아이들로 북적댔다. 아이들이 가고 난 후엔 냉장고, 김치냉장고, 식료품 창고, 모두 털렸다.

아 이것이 ‘메뚜기떼가 지나갔다.’라는 것이요를 가끔 보여주고 간다.

그렇다고 나는 마냥 요리만 해주는 사람은 아니었다. 청소, 요리 모두 아이들과 같이했었다. 그래야 다음에 와도 서로가 부담이 없으니까.


하루는 아들에게 물었다.

“아들, 넌 왜 친구들 데리고 와서 자거나 핸드폰만 보고 애들하고는 안 어울려?”

“애들 엄마 보러 오는 거야.”

아들의 말은 처음 친구를 데려왔을 때 엄마가 잘해줘서 소문이 났다. 그래서 한 명 두 명 오다 이렇게 된 거다. 친구들이 가정이 어렵거나 이혼한 부모님들이 있는 아이들이다. 그냥 엄마가 맛있는 거 해줘라.


아들은 그때처럼 아이들을 대하면 어렵지 않을 거라 얘기를 해줬다.


아들의 조언에 따라 난 아이들에게 무자비한 선생님이 되었다.



자~ 얘들아 선생님이 아이를 만드는 과정을 설명해 줄게

아이는 어떻게 생기냐면

일단 너희들의 몸을 한상 청결하게 유지해야 해 어른이 될 때까지.

특히 편의점 음식만 먹고 엄마가 해주신 음식을 먹지 않으면 너의 몸 중,

지금 가장 신경이 쓰이는 그 부분이 예쁘게 크지 않는다는 거야.

이 당근을 봐 예쁘게 키우니 반듯하고 크고 색깔도 예쁘지

너도 너의 몸을 키우는 농부라고 생각하면 돼

그렇게 예쁘게 키워나가면

너의 중요한 곳에서 튼튼한 정자들이 자라고 있을 거야.

그 정자들이 사는 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전립선으로

...

그 아이들이 예쁘게 자라지 않으면 이상한 모양을 하고 있는데

...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한 아이들은 어디로 가고, 모두들 열심히 요리를 하고 있었다.


"얘들아 애 만드는 게 궁금하다며?"

아이들 들은 척도 안 다.


친구 너 힘든 엄마랑 살았었구나.


고맙다.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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