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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임 Jul 05. 2023

너희가 만든 요리.12

산천 요리생 +..

레몬 버터빵, 호두 버터빵, 무생채, 무생채 비빔밥, 깍두기, 동치미, 무밥,
소고기뭇국, 소고기 볶음밥, 토마토소스, 디마레 (토마토파스타),
아마트리치아나(돼지 볼살이 들어간 토마토 파스타),
풍기 토마토 (버섯 토마토 파스타), 오븐 치즈 파스타, 피자빵구이, 죽순 덮밥,
스파니쉬 스펀지케이크, 케이크 테코, 시트러스 과일차, 스파클링 에이드,
달걀 프라이, 수플레 에그 오믈렛, 수란, 레몬 에그빵, 베이컨 에그 베이크,
콩나물밥, 콩나물무침, 콩나물국, 버섯볶음, 배추나물, 머위나물,
죽순 w 들깨 볶음, 들깻잎 볶음, 중식 볶음밥, 오이소박이, 돈가스,
마카로니 치즈구이, 탕수육, 중식 감자볶음 그리고 솥 밥  
아직 만들지 못한 짜장면까지



와우~ 올  1학기는 꽤 많은 요리를 했네.


이렇게 우리가 많은 요리를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내가 잘 가르쳐서?

아니다.


난 아이들과 함께 요리수업 시작 전과 후의 규칙을 만들었고, 아이들이 지금까지 잘 따라주고 있다.

아이들은 요리 수업 전날부터 재료를 준비해 준다.

수업 전날, 냉동실에 미리 넣어놓은 푹 끓인 '진한 육수'라든가, 다양한 소스를 위해 만들어둔 '소스베이스', 천연조미료 그리고 학교 초입, 대밭에서 따온 '죽순' 같은 나물들을 해동하기 위해 냉장실로 옮긴다.

수업 당일엔 점심시간에 필요한 재료를 '쌀 씻어 불리기와 마늘, 양파, 파 등' 준비해 주는 센스 있는 예비 요리사들이다.


사실 나는 아이들에게 요리사가 되라고 가르치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에게 학교에서 배우는 것이 굳이 장래희망과 직업을 결정짓게 하는 것이 아니라고 난 말해준다.

많은 것을 경험하고 배워보고 느껴보라고 말해주는 편이다.

그리고 장래 희망과 직업은 별개라 생각해본다. (장래희망이 직업이 된다면 금상첨화겠지만.)

아이들이 성장을 하고 어느 날 "선생님 저 요리가 좋아요. 요리사가 되고 싶어요."라는 말을 한다면 난 기꺼이 성심을 다해 가르쳐 줄 것이다.


내가 아이들에게 요리를 열과 성을 다해 가르치는 이유는 간단하다.

요리는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필요하다.

미적 감각, 섬세함, 지구력, 순발력, 이해력 등 다채로운 기능들을 깨워준다.

다른 직업은 그렇지 않다고 단정 짓는 것이 아니라.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 요리에 필요한 '미적감각, 섬세함, 지구력, 순발력, 이해력'이  아이들에게 좋은 수업이 된다는 것을 소심히 이야기해본다.


또 한, 단시간에 결과물을 만들 수 있는 요리야 말로, 성취감과 뿌듯함을 많이 가져 갈수있는수업이라고 생하기 때문이다.

난 아이들에게 성취감이란 '기분좋음'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든든한 기분.

남들이 예쁘지 않다 해도, 맛있지 않다 해도

우리는 뿌듯하다.

아이들은 인스타에 올라간 사진을 보고

'우리가 이런 걸 만들었어?' 하며 늘어나는 실력에 스스로 만족감을  느낀다.


또한 같이 하는 즐거움을 가르쳐 주고 싶다.

그래서 우리는 2 인팀으로 요리를 하거나, 단체로 요리를 한다. (3학년과 2학년은 작년 요리 축제에서 다 함께 매일 500인분 이상의 요리를 만들어본 경험이 있다. 정말 도움이 많이 되는 든든한 제자들.)

하지만 개인의 연습이 필요한 굽고, 볶고, 플레이팅 하는 것은 예외로 하고 있다.

즉 단체전, 팀전, 개인전이 골고루 들어있다.


모두가 요리하고 나면 털썩 의자에 앉아 “오늘도 대단했어.”를 외친다. 나도 예외는 아니라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아리 아이들은 매 요리수업마다, 무슨 내기라도 한 양, 항상 하나·둘 뛰어 조리실로 들어온다.

목이 터져라, 뛰지 말라고 소리치고 소리쳐도 소용이 없는 팔팔한 중학생.

부산스럽게 복도를 뛰어다니고, 지구력도 부족하지만 조리대 앞에서는 부산스러움은 사라지고, 끈기만 남아있다.


내가 열과 성을 다하는 이유 중 하나는 아이들의 관계성이라고 해야 하나?

아이들 서로가 뚝뚝 떨어진 마을에 살다 보니 방과 후 모여서 놀 곳이라곤 '공부방'. 그마저도 안 가는 아이들은 학교가 끝나면 쉴 새 없이 달려가 통학 차를 타고 집에 가야 한다.

한 마을에 아이들이 많아야 몇 명이나 될까?

설령 마을에 놀이터가 있다 해도 같이 놀 친구가 없어 집에서 전자 게임이 놀이 전부다.

아마도 같은 학년이 같은 마을에 산다는 건 행운일지도 모른다. (참고로 3학년 3명 전원 요리동아리에 있다) 같이 노는 것보다 혼자 노는데 익숙한 아이들이 많다.


혼자가 익숙한 아이들은

작년 첫 요리 수업부터 서로를 배려하며 도와주질 못했다. 부족한 조리기구를 먼저 차지하려 들고, 더 좋은 재료를 가지려 하고, 같이 먹기보다 그릇에 툭 담아 탄산음료 꺼내 ‘너는 너 나는 나’ 딱! 거기까지였었다.

난 그런 아이들에게 매 수업 6시간을 단체전, 팀전,  개인전으로 요리 연습시키고 또 동아리 부원들은 연습했다.

올해는 신입부원들과 함께 4시간을 움직이고, 생각하고, 질문에 대답하며 중간중간 설거지에, 선배들은 후배들을 도와야 하고, 후배는 선배들을 도와야 하는 시스템에 적응하는 데 얼마 걸리지 않았던 것 같다.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던 걸까?

서로를 배려한다는 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일이다.

이렇게 아이들은 새로운 에너지를 서로 주고받는다.

선배님들

다음 학기를 위해, 난 더 섬세한 요리를 준비하고 있다.

우리 아이들을 모르는 사람들은 “애들이 그런 걸 하겠어?” “선생님이 다 만들어 주겠지.”

답은 “NONO”

난 가르쳐 줄 뿐 요리는 아이들이 한다.

"웬만한 어른들보다 잘해요. 흥!"


아…. 그리고 텃밭! 풀도 뽑고 정리도 해야 한다.


요리 수업 재료비를 줄이기우 위해 텃밭을 만들었다. 그래야 그 돈으로 고기를 사니까.

처음엔 작은 공간으로 시작하려 했으나 산천에서 사기 힘든 허브를 재배하기 위해 하나 심고 또 하나 심다 보니 커졌다.

각종 쌈 채소와 깻잎, 토마토, 오이, 가지, 고추, 대파, 쪽파, 부추, 호박, 미나리, 돌미나리, 그린빈, 차이브, 와일드루꼴라, 오레가노, 딜, 세이지, 타임, 로즈마리, 각종 민트, 스위트바질, 타이바질, 공심채, 스틱 브로콜리, 한련화 또 뭐가 있더라...


올해는 날씨가 오락가락하다, 장마가 일찍 와 야채 가격이 장난이 아닐 것 같은 이 느낌.


아이들은 요리사가 될 만큼 실력이 늘고

나는 농부가 될 실력이 늘지가 않네….     

시원한 과일 에이드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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