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언니 글이 왜 이래?” 두부가 (아이가 싫다는 그녀, 두부. 8 등장) 기가 막힌다는 듯 쳐다봤다.
같이 장을 보고 우연히 만난, 두부네 상무님이랑 맥주 한잔하고 기분 좋게 집에 들어왔는데….
핸드폰을 켜고 내 글을 읽어보더니, “또 무슨 열을 받아서?” 개발새발 비틀거리냐는 불라불라 잔소리를 하고 있다.
“아니, 그럴 수도 있지 내가 전문 작가도 아니고 말이야….”으로 시작한 나의 변명을 두부는 듣지도 않고 지적질이다.
사실 두부에겐 말하지 못했지만, 어제 글을 쓰다 ‘저장’을 눌러야 하는데 열받은 데다, 약속 시간은 다가오지, 급한 마음에 발행을 눌러버렸다. “나갔다 와서 고치지 뭐.”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그냥 놔뒀다.
혹시라도 2023년 7월 4일에 이렇게 많이. 13이라고 올린 글 읽으신 분들께 죄송한 마음을 전합니다.
부족한 글을 읽어 감사한 마음을 전하며, 가까이 계시면 차라도 한잔 대접하고 싶네요.
글재주는 없지만 열심히 써보겠습니다.라고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곤 나는 컴퓨터 앞에, 두부는 핸드폰을 들고, “그래서 여기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오오 그러니까….” 난 무슨 말부터 꺼내야 할지 모르겠다.
“언니! 아니 요즘은 화나면 글이 중구난방 뭉탱이야. 뭐 때문에 화난 건데?” 우리 두부 선생님 같다.
"다 다그치지 마. 삭제하려는데 뭘 눌러야 하는지 모르겠잖아." (나중에 찾았습니다. 휴지통, 당황하니 보이질 않더라고요.)
"그. 러. 니. 까. 왜 화가 나셨었는데요?" 집요한 두부
“내가 사진을 정리하다 보니 갯마을 초등학교 사진이 없다.”
내가 화가 난 이유라면
학교 수업을 다니며 일어난, 남들이 느낄 땐 흘릴 수 있는 기분 나쁨이, 가끔 나에겐 거세게 밀려들 때가 있다.
예를 들자면
갯마을 초등학교 진로 담당 선생님이 ‘요리 선생님이 기분을 나쁘게 했다. 수업 준비가 안 돼 있다고 소리쳤다.’라는 피드백이 진로 체험처로 전해졌다.
체험처에선 기분 나빠하지 말라고 하며 종종 있는 일이라 했다.
하지만
왜? 기분은 내가 더 나쁜데.
사건의 시작은 이러했다.
난 진로 체험처에 미리 칼과 도마 그리고 접시와 볼 등 요리에 필요한 도구들을 준비해 달라 부탁했다. 그러나 나와 보조 선생님이 학교에 도착하자 진로 담당 선생님이 안내한 강당은, 테이블도 없는 황량한 허허벌판이었다. 난 당황했었다.
내가 사는 산촌마을은 학생수가 40명 남짓하는 작은 학교가 많아, 초등학교 대부분이 전교생이 모여 특별수업을 받는다.
즉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모두 모여 수업을 해야 한다.
그런데 이 상황에 ‘어떻게 요리 수업하라는 거지?’라는 표정으로 선생님을 바라봤고 옆에 있던 보조 선생님도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고 계셨다.
“선생님, 수업하려면 칼, 도마, 접시, 볼 같은 도구들이 필요하고, 도구와 재료를 올리고 작업할 테이블이 있어야 합니다.”
“다 가져오시는 것 아니었어요?” 세상에 마상에…. 이 담당 선생님 어쩌면 좋을까요.
"부족할 것 같은 기구들은 조금 챙겨 오긴 하는데, 사전에 어떤 연락도 받지 못했습니다. 제가 요리 교실 버스를 운영하는 것도 아니고, 버스가 있다 해도 30명가량 되는 아이들을 태우진 못합니다. 제가 학교에 확인 부탁한다고 체험처에 미리 공지해 드렸는데요.”
여기서 미리 공지란
1. 요리에 필요한 도구와 기물들 확인 (부족한 물품은 내가 조금 더 준비해 간다.)
2. 담당 선생님 참여 필수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보조 선생님으로 참여를 부탁드린다.)
이 두 가지가 성립되지 않으면 수업을 안 한다.
“담임 선생님 모두 참여하시라 부탁도 드렸고요.”
아무 말 없이 개량 한복 입고 근엄하고 싶었던 젊은 진로 담당 선생님은 빤히 노려보듯 날 쳐다보았다.
그래도 어쩌겠어.
나는 보조선생님과 갯마을 초등학교, 모든 선생님, 아이들이 강당에 모여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엎치락뒤치락하며 학년당 테이블 조립하고 학교에 있는 칼, 도마, 쟁반, 접시, 숟가락, 젓가락 등 모든 요리하는데 필요한 물건들이 다 모였다.
테이블 7개가 준비를 마쳤다.
아이고~ 아이들 해맑다.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는 모르고 담임 선생님과 함께하는 요리하는 시간이 즐거운가 보다.
“먼저 선생님들께 가르쳐 드릴 거예요. 그다음에 아이들이 한 명씩 돌아가면서 썰어보도록 도와주세요.”라고 소리쳤다.
“어머~ 선생님 잘하시네요. 너희는 좋겠다. 요리 잘하는 선생님이 있어서.” 원래 내 목소리가 강당이 울릴 정도로 크다. 그래도 마이크 좀 주지.
“애들이 제법 하네요. 선생님이 잘 가르쳐 주셔서 그런가? 그래도 칼을 이렇게 잡고 하면 더 편해요.”
난 이런 불편한 자리에서 이상하게 평정심을 잘 찾는 편이다. 솔직히 예쁘게 말해야 사고도 안 생기고, 선생님들이 잘 따라준다.
그 진로 담당 선생님 테이블에선
“얘들아, 그렇게 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 ‘조져’ 야지.” 이런 말들이 오고 간다.
“선생님 조지는 게 아니라 다지는 겁니다. 그리고 칼은 조심해서 다뤄주세요.”
그리곤 난 아이들에게 칼 잡는 요령과 다지는 방법을 다시 알려주었다.
어찌 되었든 우당탕탕 요리 수업은 잘 끝났고, 선생님들은 재미있었다며 수고했단 인사를 해주었다. 당연히 아이들은 내가 돌아갈 때까지 인사를 해주었다.
하지만 마이크가 없어 큰 소리로 이야기를 한
난, 진로 담당 선생님께 나쁜 요리 선생님이 되었다. (목소리 큰 게 죄는 아니잖아요.)
그리고 갯마을 초등학교 선생님은 요리 수업 때 찍은 사진을 한 장도 보내주지 않으셨다.
뭐~ 이런 이야기이다.
속 좁은 내 관점에서 바라봤을 때는
나의 요리 수업 준비가 안 된 것이 속상했던 게 아니다.
정해진 수업시간 안에 끝내야 하는 아이들의 수업을 담당 선생님이 미리 신경 쓰지 않았다는 것에 속상했다.
난 적어도 30분 전에 학교에 도착해 준비를 마치는 편이다. 그래야 아이들이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만들어 볼 수 있어서이다.
그래도 인사만 하고 사라져 수업 끝나도 나타나지 않았던 선생님에 비하면 나은 건가?
아마도 앞으로 이런 이야기들이 종종 나 오겠지.
그렇다고 선생님들의 치부만 드러내려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아이들 혼이라도 낼라치면, 안쓰러워 내 편 안 들어주는 보조 선생님.
밤 11시까지 수업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아이들 일일이 집까지 데려다주시던 김 선생님.
보조 선생님을 자청해 주시는 진로 체험처 선생님들.
"귀찮아, 귀찮아"하면서 요리 수업 때마다 찾아와 주시던 정 선생님
“선생님이 진로 학습 선생님 중 인기가 제일 좋습니다. 아이들에게 항상 좋은 일 해주셔 감사합니다”라고 끝까지 수업을 같이해주시던 북창 중학교 진로 담당 선생님(지금은 정년퇴임을 하셔 못 뵙는 게 아쉽습니다.)
선생님들 덕분에 제가 힘을 얻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