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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임 Jan 16. 2024

주방의 안전 '스크래퍼'가 지킵니다

“저건 왜 도마 위에 있어?”라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왜 이런 질문을 받는지 살펴보자면, 채소나 음식 재료를 손질하고 손으로 툭툭 자르지 않고 썰어야 할 경우, 전 얇은 행주에 물을 적시고 짜서 조리대에 깔고 도마를 올립니다. 그리고 칼을 꺼내죠. 그다음 따라오는 또 한 가지 도마 옆에 '스크래퍼'를 꺼내 놉니다.      



맞습니다. 저것은 '스크래퍼'입니다.

보통 '스크래퍼'를 말할 것 같으면 검색창에 ‘제과제빵용 스크래퍼’라고 타이핑해야 나타납니다. 그만큼 제과제빵에 많이 쓰이는 도구라는 것이죠.

빵을 만들거나 과자를 만드는 제빵 주방에서 빠질 수 없는 기본 도구입니다.

특히 버터를 이용한 반죽할 때면 더더욱 필요로 하지요.

손에 있는 열이 버터를 녹일까 봐 '스크래퍼'와 '밀대'를 많이 이용하거든요.

그렇게 만들어진 버터링 쿠키, 크루아상, 버터 아몬드 빵같이 바사삭한 페이스트리 빵 종류를 만들어냅니다.      


요리하는 주방에서도 쓰지요.

'스크래퍼'가 밀가루를 이리 긁고 저리 긁어 깨끗하게 물과 잘 섞이도록 도와 반죽을 합니다. 잘 섞인 밀가루 반죽을 요리하는 사람의 팔이 아프지 않도록 뚝뚝 잘 끊어주지요.

분리된 반죽을 밀고 밀어 칼국수 면이 만들어지고 가락국수, 소면, 중면, 메밀면, 쫄면, 당면, 수제비, 만두 같은 면 요리에 사용되는 재료가 나옵니다.  


면을 다 만들었습니다. 조리대에 묻은 딱딱하거나 물컹하고 행주로 닦아도 잘 닦이지 않는 잔여물은 어떻게 처리할까요?


‘스크래퍼’를 손으로 잡고 조리대에 묻은 잔여물을 긁어주고 모아줍니다. 그런 다음 ‘스크래퍼’로 쓸어 담습니다. 행주로 박박 밀어 닦을 때보다 간편하죠. 또한 끈적끈적하게 반죽 잔여물이 묻어있는 행주는 세탁기에 넣어 빨아도 잘 떨어지지 않아요. 힘들여 뜨거운 물에 담가 불려 빨아야 할 일을 '스크래퍼'가 줄여줍니다.     


이제 밀가루로 반죽한 재료가 만들어지면 곁들일 재료를 손질해야 합니다.


도마에 무를 놓고 자른 후 칼은 행주 옆에 가지런히 놓고 도마를 들어 냄비 위로 가져가 ‘스크래퍼’로 사아악 밀어 무를 한 번에 넣습니다. 마늘과 양파는 통으로, 대파는 손으로 반 동강이를 내서, 똥을 딴 멸치와 깨끗하게 닦은 다시마도 같이 넣어 감칠맛 나는 육수를 만듭니다.


도마에 몇 개 놓인 마늘을 칼등으로 탁탁 내리쳐 납작하게 해 주고 다지기 시작합니다. 여기저기 튀어나가죠. 칼로 긁어모아줍니다. 그러면 칼에 붙어있는 마늘 조각은 어떻게 하죠? 손으로 떼어 냅니다. 처음 요리를 접한 분들은 칼에 붙은 재료를 손으로 쓸어내리는 것을 무서워합니다. 혹시라고 칼날에 손이 베일까 봐 말입니다.

그래서 전 ‘스크래퍼’를 권합니다.


손으로 쓸어내리는 것보다 '스크래퍼'로 긁어 깨끗하고 안전하게 떼어 모아주거든요.

이런 방식으로 흩어지는 파도 썰고, 팽이버섯도 썰고, 당근도 썰어 놓습니다.

만들어진 육수에 바지락과 안전하게 손질한 재료 그리고 칼국수 면을 넣어 추운 겨울을 녹여줄 시원한 칼국수 한 그릇을 끓여냅니다.    

 


위에서도 말했듯 안전한 칼질을 위해 전 ‘스크래퍼’를 권장하지요. 특히 요리 초보자께는 필수품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헉! ‘스크래퍼’ 영업사원같이 보일 것 같은 이 느낌은 뭘까요?

오해하지 마십시오. 전 영업사원은 아닙니다.     


전 아이들에게 요리를 가르치는 선생님입니다.


재료를 다듬어 도마에 올려 칼을 쓰는 요리할 때 가장 많이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 안전입니다. 무거운 것을 들 때나 불을 사용할 때도 당연히 안전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칼을 이용할 때 살짝이라도 손이 베이는 일이 생길 수 있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지요.


특히 처음 칼을 손에 잡은 초보자가 손을 베이면 그 무서움에 다시는 요리하고 싶어 하지 않을 수 있으니 더더욱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도마가 미끄러지지 않게 밑에 젖은 행주 깔고 올려 준 다음, 손을 펴서 칼을 감싸 안 듣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며, 칼에 붙은 재료를 ‘스크래퍼’를 이용해 떼어내는 법을 알려준 후, 칼을 도마 앞에 올려놓고 다시 ‘스크래퍼’로 모으는 방법을 순서대로 알려줍니다.


아! 아이들이 자꾸 ‘스크래퍼’로 손을 긁는 걸 보면 손에 붙은 재료를 쓰으윽 긁어낼 때 느껴지는 감촉이 신기하고 재미있나 봅니다.  

'스크래퍼'를 이용해 아이들을 지도하다 보니 2023년 아이들 요리 수업도 사고 없이 무사히 끝이 났습니다.  

   

혹시라도 칼이 무서워 요리하기 두려우신 분은 ‘스크래퍼’를 이용해 보시라 적극적으로 추천합니다.   

  

할 말 다 했으니 저는 요리하러 가겠습니다.

배가 고프네요.


달걀을 삶습니다. 10분 정도 삶은 달걀을 물에 넣어 식힙니다. 그리고 껍질을 깝니다…. 오나마! 동생 두부가 구운 달걀을 사 왔네요! 웃음만 나옵니다.

콩나물을 씻어 삶아 건져 식힙니다.

양배추를 가늘게 채 썰어서 물에 넣고 30분 정도 담가 둡니다.

텃밭에서 재배해 보관한 당근 껍질을 벗기고 씻어 채를 썹니다.

냉장고에 상추가 없네요. 추운 겨울을 헤치며 단단하게 크고 있는 상추를 따왔습니다. 흙을 털어내고 깨끗하게 씻어 채를 썹니다.

냉장고에 깻잎은 남아있네요. 채를 썰어줍니다.

마늘과 생강을 다집니다.

조그만 볼에 고추장, 고춧가루, 다진 마늘과 생강, 매실청, 탱자즙, 사과식초, 설탕, 간장, 후추 조금을 넣어 양념장을 만듭니다.

마지막으로 끓는 물에 쫄면을 넣어 삶아요. 아주 뜨겁게 끓어오르는 물에 넣어야 합니다.

불지 않게 삶은 쫄면을 꺼내 찬물에 손에 조금 힘을 주어 박박 씻어 냅니다.     

볼에 탱글탱글한 쫄면을 담아 콩나물, 양배추, 상추, 깻잎, 당근을 올리고 양념장을 쭈우욱 뿌립니다. 화룡점정으로 삶은 구운 달걀을 반 갈라 올립니다.     

매콤 달콤 쫄면이 완성됐습니다.



오늘에 조리도구는 냄비, 커다란 볼, 채반, 숟가락, 조그만 볼, 집게, 도마, 칼 그리고 또 무엇이 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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