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질꼬질 시골 남학생이 만든 요리동아리
다시 시작하면서
전교생 27명 폐교가 임박했던 시골 중학교에 6명 남학생이 요리동아리를 만들었습니다.
아이들이야 폐교가 될 수가 있다는 소문은 상관이 없을 테지만, 3학년 6명 중 여학생 4명을 제외한 남학생 2명 그리고 2학년 3명 전원 그리고 1학년 남학생이 그저 맛있는 간식을 만들어 먹어 보겠다고 계획한 동아리였습니다.
말은 제대로 된 음식을 만들고 싶다고 저에게 연락을 해왔지만, 아이들이 생각하는 제대로 된 음식이란 무엇이었을까요?
자주 갈 수 없는 중국집 짜장면과 탕수육을 마음껏 먹을 수 있는 동아리.
유튜브에 나오는 간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동아리.
돈가스를 만들어 주는 선생님이 있는 동아리.
후라이드 치킨과 피자도 만들 수 있는 동아리.
작은 시골 마을에는 없는 분식집 대신 떡볶이와 닭꼬치를 만드는 동아리.
우리는 선생님을 거들어주고 먹기만 하는 동아리.
설마 우리에게 요리를 시키겠어라고 생각했던 동아리였던 거지요.
이런 철딱서니 없던 녀석들은 바늘에 찔려도 피 한 방울 날 것 같지 않은 요리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동아리를 만들겠다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학교를 찾았을 때였어요.
선생님들로부터 <공부도 못해요. 그런데 뭘 하겠어요!>, <생각보다 아이들이 많이 딸려요>, <집안 형편이 안 좋아요>, <학습 태도가 좋지 않아요>, <집중력이 부족해요> 등등 우려의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물었습니다.
“저 아이들은 꼴랑 2학년 전원 3명인데, 어떻게 3명 다 성적이 수준 미달일 수 있지요? 4명이 초등학교 졸업하고 쟤들 3명만 이 중학교로 올라왔지요?”
누구도 물음에 대답해 주는 이는 없었습니다.
선생님들의 불신 속에서 책망을 받고 따가운 눈초리를 피하며 고군분투하듯 요리를 가르치고 배웠습니다.
2022년 5월에 시작해 11월에 지역 음식 축제에 나가 주전부리관 부스에서 우리가 개발해 만들어낸 배추빵, 고구마 떡꼬치, 낙지가 들어간 밤 호박죽을 판매하며 연일 이어가는 매진에 사람들은 놀라워했습니다.
3학년 남학생 2명은 난다 긴다 하는 대학생들과 명인들이나 요리의 대가들도 참가하는 요리대회에 나가 동상을 받았습니다.
아이들의 대단한 성과는 신문에 나오고 방송에서도 볼 수 있었어요.
하지만 어른들의 오묘하고 불신에 쩌든 이해관계 속에 묻혀버린 아이들은, 기쁨을 오롯이 만끽하지도 못한 채 달아올랐던 자긍심은 내려놔야 했었죠.
그래도 아이들은 기죽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그들이 키워온 건 요리실력뿐만 아니라 '자존감'이었습니다. 동아리가 살아남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축제에서 벌어들인 판매금액과 3학년 형님들이 내놓은 상금을 모았습니다.
다음 해에도 요리동아리가 지속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100만 원’이라는 거금을 장학금으로 학교에 기부했습니다.
그 철없는 아이들이 7개월 만에 철없는 어른보다 나은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것뿐인가요.
이제부터 아이들의 지난 이야기를 처음부터 하나씩 끄집어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