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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임 Feb 20. 2024

소쿠리, 채반, 뜰채, 거름망, 구멍 난 조리기구

열다섯

구멍이 송송 나, 그릇이라 부르지 않고 소쿠리나 채반이라 부른다.

가루를 낸 요리재료나 물기가 그득한 재료 또한 담을 수 없는 소쿠리나 채반을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없으면 찾게 되는 조리기구 중 하나다.     


지금은 가벼운 플라스틱이나 스테인리스로 만들어진 만든 채반과 소쿠리를 사용하고 있지만, 예전부터 쓰던 채반과 소쿠리는 자연에서 나온 재료로 만들었었다.


채반이란 껍질 벗긴 싸릿가지나 버들가지로 만들었다고 한다. 대나무 껍질을 벗기고 가늘게 길게 쪼갠 나무오리를 엮어 널따랗게 만든 것을 말한다.

소쿠리 또한 껍질 벗긴 싸릿가지나 버들가지로 만들어 썼다지만, 대나무 껍질을 벗기고 둥그렇고 오목하게 한 모양이 공을 잘라 놓은 모양을 한 소쿠리를 많이 썼었다.     


요것을 어디에다 쓰냐고?     


우리나라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먹는 김치, 배추 소금물에 절여 깨끗한 물에 헹구고 헹궈 채반이나 소쿠리에 담아 물기를 뺀다. 무, 배, 당근, 쪽파, 마늘, 생강 등의 재료를 다듬고 씻어 채반에 담아놓는다. 물기 많이 묻은 재료는 군내가 날 수 있어, 일일이 면 보자기로 물기를 닦고 짜면 주방에서 일하는 분들 몸이 힘들어지지 않게 구멍이 송송 난 채반이나 소쿠리에 널어 둔다.  

   

김장하고 남은 커다란 배춧잎과 무잎을 소금에 절인 후 채반에 올려 말려줍니다. 반건조가 된 시래기를 조금씩 뭉쳐 냉장고에 넣어두고 하나씩 꺼냅니다. 물에 담가 소금기를 조금 빼주고 채반에 올려 물기를 빼고 송송 썰어 볶음, 찌개, 조림, 무침 다용도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손질된 생선을 바로 구워 먹기보다 소금을 살짝 뿌리고 채반 위에 올려 소쿠리로 덮은 다음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놓아두고, 살짝 말리거나 구덕 구덕 말려 조리하면 탱탱한 생선 살이 입안에서 고소롬한 맛과 탱글탱글한 식감을 살려주기도 한다.     


자루  가득 따온 탱자를 커다란 대야에 넣고 씻어 커다란 소쿠리에 건지고, 또 씻고 건져 놓는다. 하룻밤 지내고 뽀송뽀송해진 탱자를 썰어 달곰하고 쌉싸름한 차를 만들고, 통째로 찌고 채반에 널어 바람이 잘 통하도록 말리기를 반복해 물에 끓여 음복하면 피부가 좋아지고 위장을 건강하게 해 준다는 건강 음료도 만든다.     


채소를 좋아하는 분이나 싫어하는 육식 마니아도 씻은 채소, 고추, 마늘에 묻은 물기를 털어내고 송골송골 맺힌 물방울이 바닥에 고여 무르지 않도록 채반이나 소쿠리에 담아놓는다.

쌈채로 먹거나 샐러드, 겉절이, 채소 묻힘을 만들기 전 긴하게 쓰인다.   

  


아! 국자에 구멍이 난 조리도구도 있다.

이 녀석은 이물질이나 건더기를 건져내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지금은 복 들어오라고 새해에 걸어 놓는 장식용 복조리가 예전엔 뜰채나 거름망 역할을 했었다.


조리는 가느다란 대오리나 갈대를 작은 삼각형 키나 삼태기 모양으로 역어 올리며 손잡이까지 달아 놓는다.

조리의 역할은 주로 깨끗하게 탈곡이 되지 않아, 이물질이 섞인 쌀을 씻을 때 쓰던 도구였다. 조리를 휘휘 저어 잡스러운 이물질을 밀어내고 쌀만 건져 소쿠리에 담았었다.

조리에 된장을 넣어 뜨물에 풀 때 거친 덩어리는 빼내 주는 역할과 조리 시 보글보글 뭉친 거품을 걷어내기도 한다.    

  

이제 조리를 대신하는 도구가 뜰채나 거름망. 소쿠리나 채반보다 작은 크기에 손잡이가 있는 것을 말한다.      

가볍게 들고 물이 들어가거나 물기를 빼낼 때 쓰인다


길고 큰 냄비에 말린 돼지감자와 칡을 넣고 물을 끓인다.

다이어트에 좋다고 소문난 돼지감자는 끓여 놓으면 쉬 상하고, 칡은 천연 방부 성분이 있어 물이 쉬 상하는 것을 보완해 주고, 해열, 발한 등에 효과가 있어 내장의 열을 빼주는 역할을 한다.

돼지감자와 칡을 찬물에 넣어서 팔팔 끓인다. 10분쯤 팔팔 끓으면 불을 줄이고 뜸 들이듯 끓여준 뒤 바로 돼지감자와 칡을 뜰채나 거름망으로 건져낸다. 바로 건져내지 않으면 물이 탁할 수 있으니 조심하도록.     


찌개나 국을 끓일 때 일어나는 거품을 걷어내 깔끔한 맛을 내준다.     


국수를 끓이고 뜰채로 국수를 건지고 얼음물에 헹궈 탱글탱글해진 국수에 남은 물기도 빼준다.     


이렇게 쓰다 보면 한도 끝도 없는 역할을 하는 채반과 소쿠리, 뜰채, 거름망 사이사이에 낀 때를 빼보자.

뜨거운 물에 과탄산소다와 천연 주방세제를 넣어 풀어준다. 그 안에 채반과 소쿠리, 뜰채, 거름망을 넣으면 보글보글 거품이 일고 불린 때를 솔로 살살 문질러 닦아준다.

사실 쓰고 난 후 바로 씻어 놓으면 때가 낄 일이 별로 없기는 하지만, 그래도 만약에 거무스름하게 얼룩이 보인다면 닦아보길 권해본다.     



깨끗해진 뜰채를 쓸 시간.

텃밭에서 뽑아온 시금치에 묻은 흙을 털어내고 다듬어 주방으로 가져와 자연스럽게 개수대 아래 싱크대 문을 열어 뜰채와 볼을 꺼낸다. 물을 받은 볼에 시금치를 넣어 씻어 작은 뜰채에 올리기를 반복한다.  


물이 주르륵주르륵 잘도 빠진다.

나도 저 뜰채에 들어가면 필요하지 않은 잡생각이 주르륵주르륵 빠져나올까?

채반에 누우면 나의 무기력함을 말려 줄 수 있을까?라는 쓸데없는 생각으로 끓는 물에 시금치를 넣어 살짝 데친 후 뜰채에 부어 시금치만 건져냈다.    


뜨거운 물에 씻은 뜰채를 채반에 올려놓고 냉장고를 열어 꼬막장을 꺼낸다.

 

바닷가 어르신이 주신 쌀로 지은 밥에 데친 시금치와 꼬막 장을 넣어 밥이나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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