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비 905억 삭감 국방의 안위는 등한시 합니까?

905억 국방예산 감액의 민낯

2025년, 대한민국 국방 예산 중 905억 2천3백만 원이 감액됐다. 단순히 숫자만 보면 그리 큰 변화처럼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삭감의 내용에 집중하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번 예산 삭감은 단순한 조정이 아니라, 미래 안보의 기반을 흔드는 결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같은 시기 소비쿠폰 확대 예산에 1조 9천억 원을 추가했고, 대통령실의 특수활동비 41억 원을 복원했다. 이런 가운데, 국방예산은 오히려 깎였다. 단순한 정책 우선순위의 문제가 아니라, 군이 어떤 준비를 할 수 없게 되었는지를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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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삭감의 중심에는 ‘방위력 개선사업’이 자리하고 있다. 이는 말 그대로 군의 전력을 질적으로 향상시키기 위한 투자다. 전장에서 장병들의 생존과 직결되는 기술과 장비, 장기적으로 국가 안보를 지탱할 기반이다.

그 중 하나가 GOP 과학화 경계시스템 성능개량 사업이다. 비무장지대(DMZ) 인근에서 북한의 침투를 조기에 감지하고 대응하기 위한 핵심 시스템이지만, 이번에 무려 300억 원이 삭감됐다. 이 시스템의 개선이 지연되면 최전방에서 실시간 감시가 어려워지고, 장병들의 안전까지 위협받게 된다.

또한 이동형 장거리 레이더 사업도 119억 원이 감액되었다. 이 레이더는 북한의 탄도미사일이나 항공기 위협을 탐지하는 방어체계의 눈과 같은 존재다. 핵과 미사일 위협이 여전한 한반도에서 탐지체계의 공백은 방어망 전체에 구멍을 만드는 일과 같다. 뿐만 아니라 120mm 자주박격포는 보병부대의 핵심 근접 화력지원 장비지만, 무려 200억 원이 감액됐다. 이는 실전에서 지상군의 작전능력 저하로 이어지며, 부대의 생존성과 작전 효율성 모두에 타격을 줄 수 있다.


대테러 작전이나 비정규전에 투입되는 특수작전용 권총 예산도 137억 원이 줄었다. 특수임무를 수행하는 부대는 장비의 성능에 생명이 달려 있다. 노후화된 장비를 현대화하지 못한다면, 요원들의 안전은 물론 작전의 성공 가능성도 낮아진다. 대형공격헬기 2차 사업 역시 97억 원이 감액되었다. 노후 헬기 교체가 지연되면, 기갑부대나 특수전 부대에 대한 근접항공지원(CAS)이 약화된다. 북한의 장사정포나 특수부대 대응에 필수적인 자산이 제대로 보강되지 않는 것이다. 최근 북한의 드론 도발 이후 주목받아온 소형무인기 대응체계 역시 12억 원이 감액됐다. 무인기 위협에 대한 탐지·추적·무력화 체계 구축이 지연되면, 핵심 시설 방호와 영공 방어 능력은 여전히 취약한 상태로 남게 된다. 기동저지탄 사업 역시 12억 원이 줄었다. 이는 적의 대규모 병력 기동을 막기 위한 핵심 전력으로, 지뢰를 대체하는 역할을 한다. 이 항목의 감액은 전면전 시 지상군의 침투를 막는 능력 자체를 낮춘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번 감액은 단지 전투력에만 영향을 준 것이 아니다. 군 내부의 복지와 운영 인프라도 직격탄을 맞았다.

관사 및 간부숙소 신축 예산 4억 5천만 원이 감액됐다. 주거 환경이 불안정하면 우수 간부의 확보와 유지는 어려워진다. 숙련 간부들의 이탈은 군의 전반적인 전투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군 통신요금 예산도 12억 원이 줄었다. 이는 곧 군 통신망의 효율성 저하로 이어지며, 전시 상황에서 지휘통제와 정보 공유에 심각한 차질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더 큰 문제는 정보보호 예산 감액(11억 원)이다. 사이버 안보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는 시대에, 보안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면 해킹과 정보 유출 위험은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이는 단순한 시스템 오류가 아니라, 국가기밀 유출이라는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번 감액은 명백히 예산상의 ‘선택’이다. 같은 시기에 복지성 소비쿠폰 예산은 대폭 확대되었고, 정치적 기조에 따라 예산의 방향이 움직였다. 그러나 전방 장병의 생명, 미래 전장의 준비 태세, 그리고 정보전에서의 방어능력은 그 선택의 뒷면에서 조용히 희생되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감액은 시간이 흐르면 눈에 ‘보이는 위협’으로 돌아올 것이다. 실전에서 부족한 장비, 준비되지 않은 통신, 노후한 정보보안 체계가 국방의 무너진 균형을 드러낼 수도 있다.

국방은 지금 당장의 인기보다, 10년 뒤를 내다보는 안목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시작은, 오늘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포기할 것인지의 예산 배분에서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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