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령까지 열린 ‘특진’, 군 인사제도 변화

삼정검이 주는 의미

“삼정검.” 군 복무를 한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단어다.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준장 진급자에게 직접 수여하는 명예의 검. ‘충(忠)·용(勇)·인(仁)’을 상징하며, 장군의 책임과 품격을 요구하는 검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삼정검은 오직 ‘전시에 큰 공을 세운 자’, 그것도 준장 이상 지휘관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전쟁이 아닌 평시에, 그리고 준장이 아닌 ‘대령’에게도 이 삼정검이 수여될 가능성이 열렸다. 단순한 의전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대한민국 군 인사제도의 철학이, 오랜 시간 고수해온 기준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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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7월, 국방부는 군인사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을 재입법예고했다. 핵심은 ‘평시 특진 대상자’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었다. 기존에는 중령 이하 장교와 장교 후보생, 부사관 및 병사만을 대상으로 특진이 가능했으나, 이번 개정안을 통해 처음으로 ‘대령’까지 포함된 것이다. 이 말은 곧, 실무와 지휘의 최전선에 있는 대령급 장교들, 특히 해외 파병이나 실전적 작전 현장에서 뛰어난 공적을 세운 이들도 평시에 특진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제는 전쟁이 아닌 일상 속에서도, 대한민국 군인은 그 공로와 성과를 통해 '계급'이라는 눈에 보이는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사실 ‘특진’은 군인들에게 있어 단순한 승진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단 한 번의 계급 상승은 이후 보직, 권한, 연금, 명예 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며, 이는 곧 인생의 변곡점이 되기도 한다. 지금까지는 이러한 특진이 사실상 ‘전쟁 영웅’에게만 열려 있었다. 그 기준은 추상적이었고, 전시 상황을 전제로 한 것이었다. 평시 훈련에서 아무리 좋은 결과를 내도, 전략적 임무를 훌륭히 수행해도, 그 공적은 ‘근거 없음’이라는 이유로 특진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이 때문에 경찰이나 소방공무원과의 형평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이들 직군은 재난 구조나 범죄 수사 등에서 뛰어난 성과를 낼 경우 평시에도 특진이 가능하다. 그러나 군인은 늘 “전시가 아니면 인정받지 못한다”는 구조 속에서 일해왔던 것이다.


이번 개정안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지난 3월, 군인사법 제30조가 개정되면서 법적 기반이 먼저 마련되었고, 이를 구체화한 후속 조치로 시행령까지 정비한 것이다. 가장 주목할 점은 특진 사유가 훨씬 더 구체적이고 넓게 정의되었다는 점이다. 이제는 단순히 전투에서의 공만이 아니라, 교전 중 현행 작전 수행에서의 공, 귀순자 유도 작전 등의 성공 사례, 천재지변이나 재난 발생 시의 인명 구조, 그리고 ‘탁월한 직무수행 능력’ 등 다양한 기준이 인정되도록 바뀌었다.


이러한 변화는 군의 ‘전장’ 개념이 확장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과거 군인의 활약 무대가 적과의 교전과 전통적 전투에 국한되었다면, 오늘날의 군은 사이버 전장, 재난 대응, 국제평화활동, 정보작전 등 훨씬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여전히 ‘총성 없는 전투’에서 수많은 군인들이 성과를 내고 있음에도, 진급이라는 실질적 보상 체계가 따라주지 못하는 것은 분명한 모순이었다. 이번 특진제도 확대는 그 모순을 해소하려는 정책적 노력의 결과다.


실제로 특진제도가 활성화되면 군 조직에 다음과 같은 긍정적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첫째, 간부들의 사기 진작과 동기 부여가 가능하다. 특히 중령~대령급 간부의 경우, 현실적인 진급 장벽으로 인해 이탈하거나 무동기 상태로 복무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개정으로 인해 탁월한 성과를 내는 간부에게 실질적 보상이 가능해지면, ‘경쟁’이 아닌 ‘기여 중심의 인정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다. 둘째, 정보, 사이버, 기술, 정찰 등 비전투적 전문 분야의 군인들에게도 승진의 길이 열린다는 점에서, 인재 양성과 전문성 강화에 기여할 수 있다. 셋째, 군 인사제도의 유연성과 전략적 운영이 가능해진다. 더 이상 일률적이고 경직된 진급체계가 아니라, 상황과 역할에 맞춘 인사 운영이 가능해진다.


물론 모든 정책에는 그림자도 존재한다. 특진 평가의 기준이 모호할 경우, 객관성과 공정성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특정 인물이 비선이나 정치적 이유로 진급한다는 의혹이 생긴다면, 제도의 근본 신뢰를 해칠 수 있다. 따라서 평가 체계의 투명화, 성과 지표의 정량화, 외부 감시와 같은 제도적 보완장치 마련이 필수적이다. 또 한편으론, 상위 계급의 포화 문제도 우려된다. 특진자가 늘어날수록 상급 보직은 포화되고, 이는 또 다른 진급 정체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단발성 포상이 아닌, 전략적 인력 운용 계획과 병행되어야 진정한 의미의 인사개혁이 될 수 있다.


이번 평시 특진제 확대는 ‘인정받고 싶다’는 군인의 당연한 욕구에 대한 국가의 답변이다. 이는 단지 대령이라는 계급의 특진 가능 여부를 넘어선 이야기다. 전쟁터만이 군인의 전장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는 순간, 우리는 군인의 역할을 재정의하고, 군 조직을 인간 중심으로 바라보게 된다. 국민이 모르는 곳에서 조용히 헌신하고, 외부의 지시보다 내부의 양심으로 움직이는 장교와 간부, 병사들이 있다. 그들이 더는 ‘무명의 영웅’이 아닌, 실명과 공로로 기억될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는 그 첫걸음을 뗐다.


삼정검은 더 이상 오직 장군의 상징이 아니다. 그것은 이제 평시의 군인, 실무의 간부, 헌신의 기술자, 현장의 지휘관에게도 열릴 수 있는 명예의 문이 되었다. 그리고 이것은 단지 인사의 변화가 아니라, ‘누구를 인정할 것인가’에 대한 군 조직의 깊은 물음이자, 대한민국이 가진 ‘보상의 철학’에 대한 대답이기도 하다. 우리가 앞으로 만들어갈 군대는, 오직 전시의 영웅만이 아니라, 매일의 자리에서 싸우는 평시의 영웅에게도 정당한 칼을 건네줄 수 있는 조직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 칼끝이 향하는 방향은, 군이라는 이름 아래 묵묵히 헌신해온 수많은 이들의 명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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