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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가안보전략서(nss)로 읽는 트럼프 2기의 국방

by 김재균ㅣ밀리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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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다시 ‘미국만’을 선택했다

미국은 늘 세계를 말해 왔다. 자유, 질서, 규범, 동맹. 그러나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국가안보전략서(NSS)를 관통하는 단 하나의 문장은 이것이다. “미국의 국익이 아닌 것은 더 이상 미국의 전략이 아니다.”


2025년 11월, 백악관이 공개한 트럼프 2기 국가안보전략서는 분량으로 보면 33쪽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 문장 하나하나는, 지난 30년간 미국이 유지해온 국제질서의 언어와 결별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이 전략서는 ‘세계의 리더’로서의 미국이 아니라, ‘미국 우선’을 선택한 국가의 자기고백서에 가깝다.


1. 미국은 왜 스스로를 ‘길을 잃은 국가’라 규정했는가


트럼프 대통령은 제1장에서 미국이 그동안 ‘astray(길을 잃었다)’고 단언한다. 이는 외교적 수사가 아니다. 그는 미국이 제한된 수단(means)으로 과도한 목표(goals)를 추구해 왔다고 비판한다. 다시 말해, 미국은 세계를 관리하려다 정작 자신을 관리하지 못했다는 인식이다.

특히 진부한 이상주의적 언어, 근거 없는 낙관론, 동맹에 대한 도덕적 책임 강요가 미국의 국력을 소진시켰다고 평가한다. 트럼프의 문제의식은 명확하다. “왜 미국의 돈과 군대가 타국의 안정을 위해 쓰여야 하는가?”

이 질문은 곧 전략 수정으로 이어진다. 미국은 더 이상 ‘옳은 일’을 기준으로 행동하지 않는다. 오직 ‘미국의 이익’이 기준이 된다.


2. 국가안보전략의 재정의: 가치에서 역량으로

이번 NSS의 가장 큰 특징은 ‘가치(value)’보다 ‘역량(capability)’을 앞세운다는 점이다. 민주주의 확산, 인권 보호, 국제 규범 수호는 더 이상 전략의 중심에 있지 않다. 대신 트럼프는 세 가지를 강조한다.


첫째, 반드시 실행 가능한 과제만 추진할 것

둘째, 미국의 역량을 냉정하게 평가할 것 셋째, 불균형과 오류를 즉시 수정할 것

이는 이상주의적 외교에 대한 명백한 거부다. 미국은 더 이상 ‘선의의 경찰’이 아니라, ‘이익을 계산하는 강대국’으로 돌아간다.


3. 미국이 진짜로 원하는 것: 안전, 힘, 통제

제2장은 미국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그 우선순위는 분명하다.


① 미국 본토의 절대적 안전

미국은 더 이상 해외 분쟁을 통해 안보를 관리하지 않는다. 본토 방어가 최우선이다. 이를 상징하는 개념이 바로 ‘골든 돔(Golden Dome)’이다. 미사일 방어 체계, 우주 기반 방어, 핵 억제력 강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로 제시된다.


② 경제는 안보이고, 산업은 무기다

트럼프는 경제적 기반(bedrock)을 국가안보의 핵심으로 규정한다. 산업 기반의 재건, 에너지 개발 확대, 지적재산권 보호는 군사력 못지않은 전략 수단이다. 미국 경제 체제 안에서 세계가 움직이게 만드는 것, 그것이 트럼프식 패권이다.


③ 소프트 파워도 ‘힘’일 뿐이다

흥미로운 대목은 소프트 파워에 대한 인식이다. 인권·문화·복지는 도덕적 가치가 아니라 힘으로 전환될 수 있는 자산이다. 즉, 이상이 아니라 도구다.


4. 다시 꺼내든 ‘몬로주의’: 서반구는 미국의 울타리

트럼프는 서반구에 대한 자신의 전략적 신념을 과거의 몬로주의와 연결 짓는다. 이는 단순한 역사적 인용이 아니다. 미국은 중남미를 다시 한 번 ‘외부 세력이 개입해서는 안 되는 공간’-으로 규정한다.

이는 중국,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에 대한 직접적인 경고이자, 미국이 최소한 이 지역만큼은 절대 양보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5. 인도-태평양 전략: 자유롭되, 미국이 통제하는 질서

인도-태평양은 여전히 중요하다. 그러나 그 의미는 바뀌었다. 민주주의 연대가 아니라 해상 교통로, 공급망, 자원 흐름의 안정적 통제가 핵심이다.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이란, 미국의 이익이 방해받지 않는 공간을 뜻한다. 동맹은 여전히 필요하지만, 더 이상 무조건적인 보호 대상은 아니다.


6. 동맹의 재정의: 보호가 아니라 분담

트럼프 NSS에서 동맹은 ‘가치 공동체’가 아니다. 비용을 분담하고 역할을 수행하는 파트너다. 나토 국방비 증액 요구, 동맹국의 군사적 책임 강화는 이 원칙의 연장선이다.

이는 한국에게도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7. 중동: 끝내고 싶은 전쟁, 유지하고 싶은 영향력

트럼프는 중동에서의 장기전을 종식시키고 싶어 한다. 그러나 영향력은 유지하려 한다. 즉, 직접 개입은 줄이되, 전략적 통제는 놓지 않겠다는 계산이다.


8. 제3장의 핵심: 미국을 다시 ‘가장 매력적인 국가’로

트럼프는 미국을 세계가 부러워하는 국가, 투자하고 싶은 국가로 만들겠다고 선언한다. 이를 위해 DEI 원칙의 철폐, 에너지 개발 확대, 세제 혜택, 산업 부활을 제시한다.

이는 안보 전략이면서 동시에 국내 정치 전략이다. 안보와 경제, 이념과 산업이 완전히 결합된 형태다.


9. 이 전략이 한국에 던지는 질문

문제는 이것이다. 이 미국과 우리는 어떻게 동맹을 맺을 것인가.

미국은 더 이상 자동으로 한국을 보호하지 않는다. 한국이 어떤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지, 얼마를 부담할 수 있는지, 전략적으로 어떤 가치를 제공하는지가 중요해진다.


10. 결론: 미국은 솔직해졌고, 우리는 준비되어 있는가


트럼프 2기의 국가안보전략서는 불편할 만큼 솔직하다. 위선을 걷어냈고, 이상을 내려놓았다. 미국은 이제 노골적으로 말한다. “우리는 우리를 먼저 지킬 것이다.”

이제 질문은 미국이 아니다. 한국이다.

우리는 여전히 미국을 ‘과거의 미국’으로 이해하고 있는가. 아니면 변화한 미국을 직시하고 새로운 전략을 준비하고 있는가.

이 전략서는 경고장이 아니라, 시험지에 가깝다. 한국의 선택과 준비 수준이 그대로 드러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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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 경험은 나를 단련시킨 인생의 전장이었고, 길러낸 멘탈과 리더십은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었습니다. 2개의 스타트업을 이끄는 군인 CEO로 새로운 미래를 개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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