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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리스 Oct 27. 2022

나의 다이어트 실패기

의지가 부족하구나!

이쯤에서 나의 다이어트 실패기를 써보려 한다. 사실 대부분의 방법이 거의 효과가 없었지만, 모든 방법에 같은 점수를 줄 수는 없다. 내 지난날을 돌이켜보니 다이어트 방법은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었다.

첫째, 먹는 것을 통제하는 다이어트, 둘째, 식욕억제제, 셋째, 자본주의의 힘_시술과 수술이다.


<먹는 것을 통제하는 다이어트>

먹는 것을 통제하는 다이어트는 종류가 많다. 그 중 내가 해본 것은 단식, 간헐적 단식, 클렌즈 쥬스, 스무디 다이어트, 레몬디톡스, 덴마크 다이어트, 자연식물식, 그리고 일명 정석 다이어트, 저탄고지, 1일1식 등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먹는 것을 통제하는 다이어트는 무조건 실패다. 위 다이어트들은 종류만 다를 뿐 먹어야 하는 음식과 양이 철저히 정해져있기 때문이다. 누누히 말했듯이 먹지 말아야 한다고 되뇌일수록 먹을 것을 생각하게 된다. 왜냐하면’ 먹지 말아야 해’ 하는 자체가 이미 음식에 대해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쥬스나 스무디처럼 마시는 류의 다이어트는 하루에 3~5병 정도의 쥬스를 마시게 한다. 그것은 아주 건강한 채소와 과일로 이루어져 있다고 써 있으며, 양에 비해 가격이 비싸다… 액체류 다이어트에서 나의 최장기간은 3일이었다. 당시 나는 2kg정도 빠졌지만 모두 수분이라서 다음날 저녁을 먹자마자 돌아왔다.

 

여러분은 내 친구처럼 의지가 강할지도 모른다. 내 친구는 놀랍게도 일주일을 정말 스무디만 먹었다. 그래서 헬쓱해졌고, 곧 돌아왔다. 업체측에서는 스무디를 일주일 먹은 후 3일간 보식을 하라고 했는데 친구와 나는 보(양)식을 했다. 우리 안의 생명력_항상성의 힘은 놀라웠다.


그래도 뭔가 씹으면서 하는 다이어트는 액체 다이어트보다 오래 갔다. 덴마크 다이어트는 보통 2주를 한다고 하는데 나는 4일 반정도 하다가 실패했다. 그리고 그 뒤에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2회 정도 더 시도하는 어리석음을 보여주었다.

 

솔직히 내가 실패했기 때문에 효과는 없었고, 보상심리 때문에 폭식이 이어졌던 것만 기억한다. 물론 여러분은 내 친구처럼 의지가 강할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3일이나 일주일이나 한달이나. 어차피 1~6개월 이내에 다 돌아오는 것 아닌가?


1일 1식도 해봤다. 우연히 나의 동료가 1일 1식을 한다는 얘기를 듣고 따라서 시작했다. 책 1일 1식의 저자는 그렇게 힘들지 않은 것처럼 얘기했는데, 엄청 힘들다. 보통 저녁 한끼를 먹는 것인데, 정말 밥을 먹는 저녁 6시까지 그 시간만을 고대하며 하루를 보낸다. 일에 집중도 안되고, 참고 참는 것의 연속이다. 그러다가 폭식한 적이 진짜 많다. 1일 1식하면 건강에 좋을 수 있고, 살이 빠질 것이다. 그런데 너무 힘든 방법이다. 너무 힘든 방법은 내게 의미가 없다. 왜냐하면 폭식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석 다이어트! 일명 건강한 방법으로 하는 다이어트다. (feat. 저탄고지) 내가 가장 오랜 기간 실천하려고 애를 썼던 방법이며, 나의 규칙들은 다 여기서 비롯되었다. 아침은 간단히 바나나 등, 점심은 일반식 2/3정도, 저녁에는 닭가슴살과 채소 위주. 운동도 일주일에 4회 정도하는 나무랄 것 없어 보이는 다이어트 방법이다. 나는 이 방법을 내 평생의 습관으로 정착시키고 싶었지만, 한달 이상 연달아 지킨 적은 인생에서 딱 2번이다. 시도한 횟수는 셀 수 없다.


나는 이 방법에 이제 진저리친다. 매일 밥먹을 때마다 적게 먹으려 해야 하고, 닭가슴살은 더럽게 맛이 없다. 나는 못 지킬 때가 더 많았는데, 이 규칙들은 하루 시작부터 돌덩이처럼 내 마음위에 얹혀 있었다. 이걸 계속 따라하면 진짜로 날씬해지긴 할 것이다. 그런데 계속 못 따라하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말했듯이 우리의 의지란 빵 앞에서 한없이 가벼워지는 그런 것인데.


차라리 자연식물식이 가장 추천할만하다. 이것은 자연식물만 먹는 다이어트인데 앞선 다이어트 방법과 다른 점이 먹는 양, 시간에 제한이 없다는 것이다. 마음껏 먹어도 된다. 나는 아침 점심을  일위주로 먹고, 저녁에는 구황작물과 과일, 약간의 채소를 먹었다. 간식이 먹고 싶으면 구황작물과 과일 중에 골라 먹었다. 놀랍게도 나는 이것을 2주 동안이나 했다.. 특별한 다이어트 방법 중 최장 신기록이다.

 

사실 난 시작 전에 “내 생애 마지막 다이어트다! 정말 내 몸에 식습관 혁명을 일으키겠다!” 는 각오로 임했다. 유명한 다이어트 카페 이름이 비만과의 전쟁이듯, 나 역시 전장에 임하는 병사처럼 결연한 각오로 임한 것이다.

 

나는 하비다이아몬드 박사님이 쓰신 책 2권을 읽고 시작했다. 박사님은 자연식물식 다이어트가 쉽다고 말했는데 역시나 그 말은 뻥이었다. 하지만 그 어떤 다이어트 방법보다 쉬웠던 것은 사실이다. 다이어트를 하면서 괴롭지 않았던 다이어트는 사실 자연식물식이 유일했으니까.


일명 정석 다이어트를 할 때 나는 저녁에 닭가슴살과 샐러드를 먹어야 했다. 나는 그렇게 실천하는 날 저녁이면 우울해졌다. 내면에서는 빵장군과 닭장군이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닭장군이 이겨 닭가슴살을 먹는다해도, 항상 간식이 먹고 싶었고 (빵 같은 거) 못 참을 때가 많아 저녁에 닭가슴살을 먹은 의미가 없어지곤 했다.


그러나 자연식물식을 할 때는 식사 시 기분이 좋았다. 신선하고 맛있고 기분 좋았다. 포만감이 있었고 식사 후에 간식 생각이 훨씬 덜 났다. 다만 포만감이 빨리 꺼진다는 단점이 있다. 물론 그럼 또 먹으면 되겠지만, 이제 더 이상 과일이나 단호박 따위를 먹고 싶진 않다는게 문제다.


자연식물식을 하다보면 한식의 짠맛이 그리워진다. 결국 2주 후부터 나는 아침 점심은 과일, 저녁엔 밥과 반찬을 먹는 일반식으로 전향했다. 즉 점심은 과일식이고, 저녁은 내 맘대로 했다는 얘기다. 그렇게 한달 반정도 점심 과일식+일반식 조합을 지켰다.

 

2주간 퓨어한 자연식물식을 할 때는 2kg정도가 빠졌는데, 일반식하고 술도 마시면서 몸무게는 다시 1kg정도 쪘다. 그러나 자연식물식으로 내가 얻은 가치있는 성과는 이것이다. 탄수화물을 많이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다는 확신. 단백질 신화를 깨고 나온 일이다.


자연식물은 탄수화물 음식이다. 고구마 감자 단호박 바나나 및 각종 모든 과일이 그렇다. 그러나 2주간 탄수화물이 많은 자연식물만 먹을 때 살이 빠졌고, 몸이 가벼웠고, 정신적 스트레스가 덜했고, 그 어떤 다이어트보다 힘들지 않았다. 몸이 가벼워지는 것도 닭가슴살 먹을 때랑 달랐다. 뭔가 깨끗하게 가벼워진 느낌이 들었고, 저탄고지로 인해 생긴 변비가 말끔하게 해결되었다. 급하게 1-2주 정도 몸을 정화하고 싶다면 그 어떤 것보다 자연식물식을 추천하고 싶다.


그리고 마지막. 간헐적 단식. 내가 유일하게 지금까지 가지고 있는 습관이다.

다이어트를 그만두었다면서요?

간헐적 단식은 이제 내게 일상이다. 나는 정확한 간헐적 단식을 하지 않는다. 16시간을 지키는게 아니라  수많은 현대인들처럼 그냥 아침을 안먹는 것 뿐이다. 물론 먹고 싶은 날은 먹는다. 파리에 갔다면 아침에 아메리카노와 크로아상을 먹어야 하지 않겠는가. 핵심은 규칙을 만들지 않는 것이다.


간헐적 단식은 원래 16시간을 공복하고 8시간동안 음식을 먹는 방법이다. 간헐적 단식은 연구결과에서도 특별한 부작용을 찾을 수 없는 방법이고 소식의 건강상 이점을 누릴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나는 대개 저녁 8-10시쯤에 마지막 음식을 먹고 다음날 12시에 점심을 먹으니 평균적으로 14-16시간 공복이다. 물론 밤늦게까지 회식을 하는 날도 있다. 그러면 그냥 그런 것이다. 넘겨야 한다.


현대인은 왜 살이 안빠지는가?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끊임없이 먹기 때문이다. 끝없이 인슐린이 나오는 것이다. 그것도 간식으로 먹는 것이 다 과자나 달달한 음료이니 혈당이 높아진다. 간헐적 단식 자체가 완전한 공복시간을 주는 목적이다. 완전한 공복시간을 갖는 것은 건강에도, 살빼는데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점은 엄격하지 않는 것이다. 너무 철저하게 정확히 하려고 하면, 먹는 8시간 중에 폭식할 수 있다. 엄격한 규칙이 당신을 망친다.


이상에서 살펴본바 다이어트 방법은 아무리 많아봤자 다 적게 먹어라의 스펙트럼에서 움직인다. 자연식물식만이 그렇지 않은 방법이었고, 그래서 내가 두 달이라도 실천할 수 있었다. 적게 먹으라는 요지의 다이어트 방법은 반드시 실패한다. 당신은 나보다는 오래 실천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의미없다.


<식욕억제제>

내가 병원에서 식욕억제제를 처방받을 때의 몸무게를 기억한다. 난 166cm이고 56kg였다. 이 몸의 체질량지수는 20.3으로 정상범위다. 체질량지수는 사실 몸을 제대로 나타내주는 지표는 아니지만 내가 그닥 통통하지도 않았음은 나타내준다. 물론 인바디는 좀 별로이긴 했다. 나는 선천적으로 근육따위 없는 체질이다. 체지방률이 27% 가량이었고 기초대사량은 1260정도로 낮은 편이었다. 솔직히 나는 뚱뚱하지 않았지만, 당시 내 눈으로 통통해보였고 사회의 눈으로도 그랬다.


남자들은 180에 80kg이 나가도 사람들은 보통 전혀 뚱뚱해보이지 않는데? 라고 생각한다. 본인이 만족함은 물론, 여자들도 그를 보고 그냥 보통이라고 생각한다. 몸무게 수치는 잘 모르지만 그냥 그 몸을 보고서 보통이라고 생각한다는 뜻이다. 내가 그 수치의 체질량지수가 나오려면 내 키167cm에 67kg이 되어야 한다. 이러면 다들 나보고 뚱뚱하다고 할 것이다.


물론 근육의 무게는 지방보다 무겁고, 남성이 근육이 더 많기 때문에 bmi로만 대칭시킬 수 없다. 그러나 여성에게 마름, 보통이라는 기준이 참으로 각박한 것이 현실이다.


나는 당시 그 병원에서 주사시술도 같이 받았다. 시술과  함께 스치듯 의사와 면담을 하고 식욕억제제를 처방받았다. 그 때 의사는 56kg이 나가는데 식욕억제제를 처방받는 나를 어떻게 생각했을까? 아 물론 아무 생각이 없었을 것이다. 워낙 많은 내 또래 애들이 나같은 몸무게를 가지고 병원을 찾았을 테니까. 의사는 처음에 기이하게 여겼을지 몰라도 나중엔 무뎌졌을 것이다. 의사는 한마디도 코멘트를 하지 않았다. 지금도 당신은 비만이나 과체중이 아니라는 말, 당신에게 약은 필요하지 않아보인다는 말. 이런 말들은 병원에서 들어본 적이 없다.


이해가 된다. 이미 보통이나 마름 수준에서 더 빼려고 오는 여자들이 태반이니까, 이런 걸 설명한대도 아무도 듣지 않았을 테니까. 고객들은 짜증을 냈을 것이다. 약받으러 왔는데 왜 안주냐고. 대기실에서 나는 젊은 여성들을 많이 보았다. 뚱뚱은 커녕 통통한 사람도 잘 보지 못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관리하니까 날씬하구나 라고만 생각했다.

 

나는 식욕억제제를 먹었다. 정말로 식욕이 억제되었다. 음식이 먹고 싶은 생각이 안들고 속이 울렁거렸다. 심장이 쿵쿵거렸다. 그리고 한 주 뒤에  또 가서 약을 처방받았다. 다음날 복용했는데, 새로운 약은 식욕억제가 잘 안 되었다. 그 다음주에 나는 의사에게 약이 바뀌었는지 물었고, 의사는 아니라고 대답하면서, 왜 그러냐고 물었다. 나는 일전의 약은 식욕억제 효과가 좋았는데, 이번 약은 효과가 없다고 답했다. 그는 똑같은 것이라고 했지만, 반응이 미적지근했다. 나는 지금도 다른 약이었던 것 같다. 몸의 반응이 차이가 많이 났다.


약을 타왔고, 나는 3주정도 먹다가 복용을 그만두었다. 아무래도 식욕억제제의 위험성이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속이 울렁거리는 기분이 불쾌했고, 몸에 이런 반응을 불러낸다는 것이 무서웠다. 소심한 나의 건강염려증으로 나는 식욕억제제를 3주만 먹고 말았다. 다행이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첫 약의 이름을 지금까지 모른다. 약은 몸에 큰 반응을 주고 동시에 뛰어난 효과를 선사했다. 의사는 첫 주에 받은 약을 내게 다시 주지 않았다. 의사가 나를 생각했던 것 같다고 그렇게 믿고 싶다.


그러나 몇 년 후 나는 다른 병원에서 또 식욕억제제를 처방받는다. 그 때 나는 가볍게 지방을 빼준다는 시술을 하고 약을 처방받았다. 심지어 그 때 난 53kg이었다. 다이어트도 좀 되고 있었고, 직접적인 시술도 받았기 때문에 조금 살이 빠졌을 때였다. 의사는 약을 처방받을 건지 물었고, 나는 해달라고 했다. 역시 어떤 코멘트도 없었다. 나는 약을 받아와서 일주일 정도 먹다 말았다. 이 약은 첫 약처럼 강하지 않아서 식욕 억제가 잘 되는지 체감하지 못했다. 여기서도 어떤 성분의 약을 주었는지 모르겠다. 나는 나중에 약을 한번에 버렸다.

 

다이어트 한약은 한약의 건강한 이미지를 방패삼아 식욕억제 성분을 녹여낸 것이다. 다이어트 한약을 먹으면 식욕이 없어지는 효과가 살짝 있었다. 그리고 한약재를 우려냈으니까 몸의 기력을 보충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식욕이 억제되어 몸의 기력이 쇠하더라도 한약재로 좀 보충해주면서 간다는 느낌으로 먹는 것이다.


한약을 먹으면 한의원에서 먹지 말라는 음식 3대장이 있다. 술 밀가루 고기. “한약 안먹어도 이거 3개 안먹으면 살 빠지겠다.” 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맞는 말이다… 다만 한약을 먹으면 3대장을 덜 먹게 되는 효과가 있다. 왜냐하면 한약을 지으려고 몇십만원 썻기 때문이다. 돈들여서 했는데, 3대장을 먹어서 망치고 싶지 않기에 동기부여가 된다.

 

효과? 없다. 반짝은 있겠지만, 금방 돌아온다! 나는 2번을 지어먹어봤지만 3대장을 먹지 말아야하는 것에 종종 실패하면서 큰 효과를 누리지는 못했다. 한약 다이어트는 한약이 살을 실제 빼준다기보다, 돈을 썼으니 열심히 지켜야지 하는 동기부여로 살이 빠지는 것에 가깝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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