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는 쿠팡맨이 없어요

프랑스에서는 서비스를 기대하면 안 돼요

by 모니카

해외살이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택배 서비스. 해외에 없는 물건 또는 한국에서 꼭 받아야 하는 물건이 있으면 국제 택배 서비스를 이용해야 한다. 우선, 택배가 안 전하 게 도착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곳에서 사는 한인들은 '택배가 다른 집으로 배송이 됐다. 택배가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도착하지 않고 있다. 택배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갔다'는 택배 관련 경험을 서로 공유한다.


프랑스에서는 택배 한번 마음 놓고 받기도 쉽지 않아 서 나는 한 번도 이곳에서 온라인 주문을 해본 적이 없다. 우리 가족은 무조건 오프라인 매장에서 물건을 직접 보고 구매한다. 택배 기사는 자신이 물건을 잘못 배송해도 전혀 미안한 기색이 없다. 오히려 당당하다. 물건을 받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가 될 때가 종종 있다.


여기서는 택배 기사가 갑이다. 올해 초 한국에서 온 택배를 받을 일이 있었다. 크로노포스트 우체국 택배 기사님이 전화가 왔다. 10분 후 도착한다고 했다. 그동안 택배 기사님이 도착한다고 전화를 주면 대게 밑에 물건을 놓고 가거나, 집 문 앞까지 오거나, 또는 관리실에 놔두고 갔다. 한 번은 이런 적도 있다. 코로나로 인한 새로운 유행인 건지, 엘리베이터 안에 쏙 넣고 그냥 가버린 경우도 여러 번 있었다. 그 엘리베이터에 다른 누군가가 타서 물건을 가져가면 어떡하려고 너무 황당했던 기억이 난다.


10분 후 도착한다고 해서 밑에 내려갔는데, 내가 없어서 그냥 갔다고 했다. 집 앞에 오지 않고, 집 주변 도로에 차를 세워놓고 기다렸던 것이다. 그 당시에는 몰랐다. 그분이 내게 받을 돈이 있어서 놔두고 가지 않고 나를 꼭 만나야 한다는 것을. 5분 후, 사정해서 다시 집 앞으로 와달라고 부탁했고 다행히 차를 돌려서 우리 집 앞으로 왔다. 택배를 받으려고 하는데 32유로를 내라고 했다. 나는 돈을 내야 하는지 전혀 몰랐고, 자초지종을 물었다. 최근 신종 택배기사 사기사건도 많다고 들어서, 내지 않아도 되는 돈을 일부러 받으려고 사기 치는 줄 알았다. 자꾸 망설이자 그는 돈을 내지 않으면 물건을 줄 수 없다고 냉정하고도 무섭게 말하며 내 물건을 트럭 뒤 창고에 집어던졌다.


나는 그제야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 같으면서도 왠지 지금 받아야만 할 것 같았다. 집에 올라가서 돈을 가지고 내려올 테니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부탁했다. 그런데 내게 돌 아오는 대답은 "지금 마담 때문에 가던 차를 다시 돌려서 왔고, 시간이 지체됐어요. 안 됩니다. 정 물건을 받고 싶으면 물품 보관소로 직접 와서 가져가세요."였다.


순간 너무 어이가 없기도 하고, 무섭기도 했다. 택배 기사는 무서운 표정으로 나를 노려봤다. 같이 따라 나온 우진이는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서 트렁크에 던져진 택배를 유심히 보고 있는데 그가 차 뒷문을 갑자기 닫으려고 했다. 하마터면 아이가 다칠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화가 났지만 누가 봐도 나는 지금 약자였다. 소통이 원활하지 않는 아시아계 여성이었다. 나의 애원에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차를 타고 쌩하니 가버렸다.


그 후 웹사이트에 들어가서 물건을 못 받은 사람은 다시 받을 수 있도록 날짜를 재조정하는 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택배 기사는 이를 모를 리가 없다. 날짜 조정해서 다시 받으면 된다고 말하면 될 것을 그렇게 사납고 무섭게 내뱉고 매몰차게 가버렸다. 날짜를 다시 정해서 택배를 받기로 했고, 그날이 다가왔다. 그 택배 기사였다. 그는 시종일관 내 눈을 피했다. 새해 초였다. 나는 "본 아네(Bonne Année,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큰 소리로 외치며 반갑게 새해 인사를 했다.


또 한 번은 한국에서 택배 받을 일이 있었는데, 관세가 200유로가 나왔다. 한화로 26만 원 정도이다. 무게도 무겁지 않고, 박스 크기도 크지 않다. 약을 보내셨는데, 약 때문이라고 했다. 그 전에도 약을 받은 적이 있는데 그때는 관세를 내지 않았다. 싸데뻥의 나라가 확실하다. 싸데뻥은 때에 따라 다르다는 프랑스어로 영어로 하자면 케이스 바이 케이스, 한국어로 하자면 복불복 정도가 되겠다. 무엇 때문에 내 택배를 주지 않냐고 물었더니, 약 때문이라고 했다. 이전에도 약을 받았는데 그때는 관세가 없었다고 하자, 그때는 검열 과정에 걸리지 않았고, 이번에는 검열 과정에서 걸렸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통관 작업하는 사람 마음이다. 그날따라 꼼꼼하게 검열하면 걸리고, 관세도 자기 마음대로이다.


처음에 200유로라고 해서 내가 너무 가혹하다고 조금 깎아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더니 50유로를 깎아줬다. 관세도 깎는 나라. 그야말로 싸데뻥의 나라임에 틀림없다. 관세가 정해져 있을 텐데, 혹시나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지른 나의 행동에 50유로를 벌었다. 이메일과 전화를 주고받고를 일주일 동안 했다. 택배 한번 받기 이렇게 어렵나 싶다. 돈을 입금하니 물건은 다음날 배송됐다. 배달 기사님이 아침에 전화가 오더니, 집 주소를 확인했다. 집이 맞다는 것을 확인하더니 택배를 우리 집 엘리베이터 안에 넣고 그냥 가버렸다. 나는 당연히 집 앞에 올라오는 줄 알았는데, 말도 없이 엘리베이터 안에 넣고 그냥 갔다. 프랑스에 쿠팡맨은 없다.


식당에서 손님은 왕이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한국에서나 가능할 것 같다. 프랑스에는 손님이 왕이 아니고, 을이다. 아니, 때로는 병이 되기도 한다. 한국인 마인드라면 수많은 식당 중에서 우리 식당을 선택해줬기 때문에 손님에게 감사한 마음으로 대한다. 반면, 프랑스는 수많은 식당 중에서 내 식당이 선택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내 식당 음식이 가치 가 있다는 말이며, 당신이 돈을 지불하고서라도 내 요리를 먹고 싶어 두 발로 직접 찾아왔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물론 값비싼 고급 레스토랑으로 올라갈수록 서비스는 조금씩 좋아진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처럼 아주 좋은 서비스를 기대할 수는 없다.


물론 프랑스에 있는 모든 식당을 일반화할 수는 없다. 저렴하거나 일반적인 식당 중에서도 종업원 또는 사장이 친절한 경우도 있다. 일반적으로는 프랑스 식당과 손님의 관계는 평등하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처음 파리에서 식사를 하게 되면, 한국인들은 조금 놀라기도 한다. 한국처럼 미소 띤 종업원의 서비스가 아니기 때문이다. 간혹 운이 나쁘면 종업원으로부터 인종 차별을 당하기도 한다. 분명 내가 먼저 주문을 했는데 옆 테이블이 음식이 먼저 나온다. 한참을 기다려도 내가 주문한 음식은 안 나 온다. 급기야 언제 나오냐고 물으면 그제야 주문을 다시 받는다. 이런 일이 파리뿐 아니라 지방에서도 일어난다.


요즘 여행사들이 바쁘다. 하늘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그동안 여행을 못 가서 몸이 근질근질한 사람들이 와르르 프랑스로 유럽으로 미국으로 여행을 떠나고 있다. 프랑스 파리에 여행을 온 검은 눈동자를 가진 아시아인들은 조심해야 한다. 팬데믹을 겪으면서 인종 차별은 한층 심해졌다.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프랑스인들도 팬데믹으로 인해 중국인을 향한 혐오감이 높아졌다. 이들의 눈에는 한국인도 중국인과 다름없다. 식당에서 발생할 수 있는 대놓고 하는 또는 은근하게 하는 인종차별에 대비하자.


keyword
이전 07화1년째 뚫려있는 화장실 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