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확인하셔야 합니다

잦은 실수와 오류 발견

by 모니카

프랑스 행정이 느리다. 그럼 느린 만큼 꼼꼼하게 정성 들여 자세히 확인한다면 한편으로는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 그런데 행정 처리에서 문제 및 실수를 발견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프랑스에 살면서 개인적으로 4번에 1번 꼴로 마트에서 계산원이 실수를 하 는 것을 경험했다. 나만 이렇게 운이 없나 싶어서 주변에 물어보면 계산 실수부터 각종 행정적 실수 등 무지하게 많은 실수를 경험했다고 한다.


계산서는 무조건 꼼꼼히 들여다봐야 한다. 그들은 자신이 계산을 잘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미안하다는 말도 하지 않는다. 프랑스 살이 6년 차의 짬밥인가 여유인가 이제는 계산이 틀린 것을 발견하면 화가 나기보다는 ‘그럼 그렇지! 이제 나올만할 때가 됐다 싶었는데 역시!’ 실수를 발견한 것이 당연한 듯 받아들이는 이상한 상황에 다다랐다. 미안하다는 말을 들으면 그게 이젠 더 어색하다.


생활 속 실수뿐 아니라, 공공 기관의 행정 실수도 잦은 편이다. 아이 이름을 잘못 적어 다거나, 이메일 주소 및 핸드폰 번호를 잘못 적는 경우들이 많았다. 실제 이메일 주소를 크고 확실하게 종이에 써서 건네줬음에도 불구하고 알파벳을 잘못 적어서 한동안 시청에서 아이 학교 관련 이메일을 못 받은 적이 있다. 이외에도 행정적인 실수를 자주 발견했다. 신랑 회사도 마찬가지였다. 회사 회계팀에서 잘못 계산을 해서 신랑 월급이 2번 들 어온 적도 있고, 더 많이 들어온 적도 있다. 물론 잘못 처리되었다면서 다시 돈을 잽싸 게 빼내가기도 했다(이런 건 또 귀신같이 찾아낸다). 월급이 잘못 들어온 적도 있고, 적게 들어온 적도 있다. 안 들어온 적도 있다.


아이 학교 급식 비용을 잘못 계산해서 돈이 더 많이 청구된 적이 있다. 프랑스는 평등을 강조해서 급식비, 방과 후 활동, 특별 활동 등 모든 비용을 각 가정 수입에 따라 약 10등급으로 나눠서 차등 지불한다. 각 가정은 연간 수입 및 세금 낸 것 등 자료를 토대로 비용을 청구한다. 나는 학기 초에 분명 세금 및 모든 자료를 제출했다. 그리고 1년 치 수요 학교 및 방과 후 활동 비용 두 가지를 모두 한 번에 내라는 통지를 받았다. 나는 큰 의 심 없이 서류에 찍힌 액수대로 돈을 지불했다. 그 당시에는 돈이 생각보다 많이 나왔다고만 여겼다. 월별이 아닌 일 년 치를 한꺼번에 처리해야 해서 많은 비용이 나왔다고만 생각했다.


며칠 후, 다시 한번 들여다보니 우리 가정 수입에 근거해서 지불해야 하는 비용보다 더 많이 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청에 문의 메일을 보냈고, 그곳에서는 알아보겠다는 답변을 줬다. 7일 정도 지나도 답변이 없었다. 원래 메일 답변이 느린 프랑스이기 때문에 알아보고 있겠지라는 생각을 했다. 10일째, 나는 다시 한번 메일을 보냈다. 그리고 덧붙여서 우리 집 수입 및 세금 고지서 첨부한 메일을 함께 보냈다. 나는 분명히 학기초에 보내라는 서류를 다 보냈다고 다시 한번 상기시켜줬다. 한 달 후, 시청에서는 자신들이 착오가 있었다며, 나머지 금액을 돌려주겠다고 했다. 이 처리를 하는데 뇌이쉬르센 시장 친필 사인이 찍힌 서신이 우편으로 날아왔다. 또 서신이다. 시장까지 올라가기 위해 많이 거쳐갔겠구나 싶었다.


이 외에도 행정 실수 및 오류가 잦다. 그때그때 스스로 확인할 수밖에 없다. 내 권리는 내가 찾아야 한다. 행정이 느리면, 실수라도 없어야 하는데 느린데 실수도 잦다. 그들은 대체 왜 이러는 걸까? 한국은 빠른데, 실수도 없다. 한국 마트 계산원들을 한번 보라. 빨간 조끼를 입은 캐셔 직원들은 하나같이 손동작이 빠르다. 매의 눈이다. 눈빛은 살아 있다. 머릿속은 영화 매트릭스 어느 장면처럼 숫자가 빠르게 돌아간다. 어떨 때는 너무 정확하고, 빠르고, 빈틈없는 그들의 강도 높은 업무에 스트레스가 많으시겠다는 안쓰러움도 든다. 그 와중에 친절하기까지 하다. 아픈 속사정이 있을지라도 고객님들을 위해 미소를 잃지 않는다. 한국은 감정 노동이 심한 편이다.


반면 이곳 프랑스는 계산원들이 고객 줄이 아무리 길어도 할 말 다 하고, 앞에 있는 손님과 농담도 섞어가며 바코드를 찍는다. 그렇다 보니 계산 실수가 자주 생기는 것 같다. 찍어야 할 것을 놓치거나, 찍는 것을 또 찍거나. 정신 바짝 차리고 계산에 열중해야지 이런 마인드가 아니다. 한국 같았으면 뒤로 길게 줄 선 손님들이 "거 좀 빨리 하시오!"라고 한마디 거들었을 수도 있다. 여긴 그런 것 없다. 그냥 사람들이 묵묵히 기다린다. 세월아 네월아 계산하면서 실수는 잦고, 친절하지도 않다(물론 간혹 친절한 분들도 있지만 보통 그렇다).


까르푸에서는 손님과 대화를 해드린다는 계산대가 새롭게 생겼다는 뉴스를 봤다. 코로나로 인해 대화할 상대가 없는 사람들의 고립감 및 고독감을 덜기 위한 취지라고 했다. 노인들이 특히 반가워했다. 취지는 참 좋다. 하지만 안 그래도 계산 실수가 잦은데 대화까지 하게 되면 계산 오류는 더욱 증가할 것 같은 우려가 개인적으로 들었다.


이쯤에서 어떤 것이 맞는 건지 또 한 번 헷갈리기 시작한다. 기계처럼 빡빡하게, 빠르게 일하는 한국이 힘든 사회인가? 아니면 일이란 빠르고, 정확해야 하며, 빈틈없어야 하는 것이 맞는 것인가? 일할 때 여유가 있고, 빈틈도 살짝 있어주며, 이로 인해 실수는 잦지만 그래도 인간적인 면이 있는 것이 좋은 노동 환경인가? 아니면 느리고 실수 투성이라면 이는 일을 위한 일을 만드는 것이며, 일의 효율은 떨어지고, 결국 사회 발전은 없는 것인가?


옛 것을 고수하려는 민족성과 가치관으로 인해 100년, 200년 된 역사적 문화유산을 곳곳에서 매일 쉽게 즐길 수 있다. 동시에 옛 방식을 고수하느라 변화하지 않는 아날로그식 행정을 감수하며 고구마 백 개 먹은 듯한 기분으로 이곳에서 살아가야 하는 것 인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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