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의 재설계와 감사
용인에서 직장까지 약 2시간.
예전에는 왕복으로 4시간이 걸리는 출퇴근 시간을 헛되이 보내고 싶지 않아 매일 이어폰을 끼고 자기 계발 영상을 듣곤 했습니다.
하지만 피곤에 지친 몸은 어김없이 잠으로 빠져들었고, 정작 기억에 남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아쉬움을 달래고자 영상에서 추천한 책들을 하나둘 사 모으곤 했습니다.
언젠가는 읽겠다는 다짐으로 구입한 책은 어느덧 책장 한편을 가득 채워갑니다.
지금 먼지가 가득 쌓여 방치되고 있는 자기 계발 책들을 보니 마음 한 구석이 찌릿합니다.
주말 동안 이어진 몸살은 오늘까지 계속되었습니다.
아프다는 핑계로 며칠을 잠으로 보내는 것보다 몸을 움직이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청소를 시작했습니다.
먼지 쌓여 방치된 책들을 다시 정리하고, 서랍 속을 정리하다 15년 직장 생활동안 함께해 온 다이어리를 발견했습니다.
회사의 역사와 이직의 흐름을 알 수 있는 다이어리들 속에는 제가 어떤 가치를 두고 기획을 했는지, 어떤 다짐을 세웠는지가 빼곡하게 적혀 있었습니다.
그 글씨들을 들여다보니 새삼 깨달았습니다.
제가 회사에서 인정받았던 이유도, 그 울타리를 벗어나고 싶었던 이유 모두 이 다이어리에 기록되어 있었다는 것을요.
바쁘고 팍팍한 일상 속에서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는 절박함으로 시작했던 자기 계발의 시작도, 실천하지 못했던 꿈도 모두 글씨로 남아 '나'의 무의식 어딘가에 새겨져 지금의 현실로 이어진 것이 아닌가 싶을 만큼 과거의 나는 지금의 나를 바랐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막상 원하는 시간의 여유를 얻었지만, 경제적 고난이 자꾸 나를 초조하고 불안하게 만듭니다.
앞으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막상 원하는 대로 퇴사를 했는데, 왜 자꾸 불안하고 초조할까요?
그 물음에 답하고자 내가 가진 것들을 차근차근 들여다보기로 했습니다.
수많은 자기 계발서들
15년 넘게 게임 기획자로 일하며 쌓은 경험과 통찰
당장은 마이너스인 주식들.
제가 부양해야 하는 가족
이미 각자 길에서 성공한 지인들
기획과 개발 PM 강의를 통해 쌓아 온 노하우
들여다보니 현실이 조금 보이는 것 같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가진 것 같기도 하고요.
그래서인지 과거의 선택들이 더 이상 후회로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요소들이 분명히 있으니까요.
지금 통장 잔고는 0에 가깝습니다. 마이너스인 주식을 처분해 생활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저에겐 경험과 지식을 활용할 전문성을 가지고 있고, 지켜야 할 가족이 원동력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 나은 삶을 만들어가겠다는 의지로 매일 반복되는 불안을 이겨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우선 불안함과 초조함의 원인을 찾아보고 이를 이겨낼 수 있도록 내면을 키우는 일부터 시작해야겠습니다.
제가 가진 것이 분명히 있다는 걸 인정하고, 이를 토대로 더 이상 생존의 굴레에 매이지 않는 진짜 풍요로운 삶을 일궈나가고 싶습니다.
결국 제가 먼저 변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으니까요.
앞으로 20년이 지나면 당신이 한 일보다 하지 않은 일들 때문에 더 후회할 것이다.
그러니 닻을 올리고 포구를 떠나라. 당신의 돛에 무역풍을 가득 안고 출발하여 탐험하라.
꿈꾸라 그리고 발견하라 <마크 트웨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