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 휴식, 그리고 회복
주말 아침, 지끈거리는 두통과 어지러움이 있었지만, 물을 좋아하는 아이들의 기대에 찬 눈빛을 외면할 수 없어 해열제를 삼키고, 스스로 '괜찮아질 거야.' 스스로를 다독이며 워터파크로 향했습니다.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것입니다. 체력이 떨어지면 회복 아이템을 쓰고, 죽으면 리스폰해서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걸요. 하지만 지금 내가 플레이하고 있는 '엄마'라는 게임에는 그런 친절한 시스템이 없는 것 같습니다.
체력 게이지가 빨간색으로 깜빡이는데도 게임은 멈춰지지 않는 것을 보면요.
아이들과 파도풀과 유수풀에서 놀 때까지는 아픈 것을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집에 돌아온 후 몸이 갑자기 여기저기 맞은 것처럼 아파오네요.
뼈가 시릴 만큼 아팠지만, 워터파크의 잔재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젖은 수영복과 타월들, 그리고 마트에서 받아야 할 예약 물건까지요.
몸이 으슬으슬 떨려 열을 재보니 38.5도. 완전히 HP 0 상태였습니다.
게임이었다면 이미 게임오버 화면이 떴을 상황이지만, 현실에서는 리스폰 버튼을 찾을 수 없었다.
저녁 시간에도 해열제로 버티며 식사를 준비하고, 식사 후. 설거지를 마치고 혹시 코로나가 아닐까 걱정되어 아이들과 따로 잤지만, 혼자 자는 게 서툰 둘째가 잠에서 깨어 자꾸 다가오고, 남편이 아이를 데려가는 일이 새벽까지 반복됐습니다.
겨우겨우 잠에 들었지만 온몸이 너무 아팠습니다. 해야 할 일은 산더미인데 몸은 이미 한계를 넘어선 듯 말을 듣지 않은데, 마음은 조급하기만 합니다.
'오늘 계획한 일을 다 못 했다'는 자책감과 '내일은 남은 일까지 해야 하는데'라는 걱정이 꿈속에서까지 나를 괴롭히는 것 같습니다.
다음 날 아침, 남편이 사 온 코로나 키트 결과는 다행히 음성이었습니다.
일요일에도 문을 여는 병원을 찾아가 약과 주사를 처방받았지만, 여전히 목을 포함한 온몸이 아픈 디버프 상태에 걸려 있네요.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려 해도 목이 아프고, 집안일을 하기엔 몸이 너무 시렸습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 몸이 새롭게 재구성되고 있는 건 아닐까?'
그동안 무리했던 몸을 제대로 쉰 적이 있었던가? 워킹맘으로 15년을 달려오다 퇴사 후 새로운 길을 모색하며 육아까지 병행하는 지금, 잠시 멈춰 서라는 몸의 신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몸을 회복하는 데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따뜻한 차 한 잔과 약으로 버티며 쉬는 이 시간이 어쩌면 나만의 리스폰 포인트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몸이 완전한 회복되진 않았지만, 잠시나마 나 자신을 돌아볼 여유가 생긴 만큼 여러 생각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중 하나가, 지금의 내 삶도 하나의 게임처럼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힘들지만 완전히 불가능하지는 않은 적절한 난이도의 미션들. 그리고 이 미션들을 하나씩 완료해 나가며 스스로를 인정해 주는 것. 오늘 아픈 몸으로도 아이들을 토닥이며 함께 시간을 보내고, 집안일이라는 미션을 수행하는 나를 돌봐주는 가족의 고마움을 느끼는 모든 것들이 미션과 보상이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을요.
삶에는 리스폰이 없지만, 잠시 쉴 여유까지 없는 건 아닙니다.
항상 완벽할 필요도 없고요. 오늘 하루 버텨낸 '나'를 인정해 주고 다독이다 보니 조금은 나에게 관대해져도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오늘도 고생 많았다,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