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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인메이커 Jul 15. 2020

여러 관점으로 고객경험 파악하기

#4. 백엔드 업무 프로세스를 고려한 UX 혁신


2017년, 우리나라에 지점이 없는 인터넷 전용 은행이 생겨났다. 1호는 케이뱅크였고, 2호는 카카오 뱅크이다. 2020년 케이뱅크는 경영정상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카카오뱅크는 천만명이 넘는 가입자를 유치하며 새로운 금융상품을 내놓고 있다. 이 두 은행의 차이는 무엇일까?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를 둘 다 가입해서 사용해 보면,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였듯 케이뱅크는 기존 은행의 모바일앱과 차이가 없게 느껴졌고, 카카오뱅크는 너무나 심플한 경험을 주었다. "사용자들은 심플한 경험의 가치를 기가막히게 알아차린다. 그리고 그 서비스를 계속사용한다."라는 모바일 서비스 UX의 원칙이 다시한번 적용되는 사례이다. 


사용자들은 심플한 경험의 가치를 기가막히게 알아차린다. 그리고 그 서비스를 계속 사용한다.

하지만 카카오뱅크의 사용 경험을 분석한 글이나 발표를 보면, '뱅킹 앱의 심플한 UX'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것들이 많다 (https://story.pxd.co.kr/1253, https://newsroom.koscom.co.kr/2987?print=pdf,). 물론 앱 UX를 심플하게 만드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고 의미있는 것이다. 하지만 앱 UX를 심플하게 한 것이 카카오뱅크의 성공을 위해 그들이 고민한 전부일까? 


잠깐 다른 사례를 설명하고자 한다. 이전에 근무한 회사에서 엔터프라이즈 UX와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에서의 UX의 역할에 대한 케이스 스터디로 '맥도날드 키오스크의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는 사내 과제를 한 적이 있다. 당시 맥도날드 잠실점에 주문 키오스크가 설치되었는데, 우리가 맥도날드 키오스크를 디자인한다면 어떻게 해야할지 생각해보는 것이었다. 주문 키오스크라는 새로운 기술과 장치가 고객경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를 조사하려는 의도와, 주문 키오스크 같은 커다란 프로젝트를 대비하기 위한 과제였다 (전세계 맥도날드 점포의 숫자, 키오스크의 제조 및 납품까지 고려해보면 몇 천억은 되는 큰 규모의 프로젝트이다). 


맥도날드 매장에 설치된 주문 키오스크, 최근엔 거의 모든 패스트푸드 매장에 키오스크가 설치되었다. 하지만 무인 키오스크로 고객경험이 좋아졌다고 할 수 있을까?


과제의 진행은 UX팀의 신입사원 6명을 3개조로 나누어서, 한 달 정도의 기간 동안 리서치부터 혁신컨셉 제안까지 하는 것이었다 (직접 과제를 수행했던 디자이너의 글 보기: https://brunch.co.kr/@lddog/37). 이 글의 제목("여러 관점으로 고객경험 파악하기")처럼 3개 조의 UX 디자인 결과물이 과제를 진행하는 디자이너의 관점에 따라 다르게 나오는 것을 기대했다. 다행이 두 조는 '매장 고객의 경험'에만 초점을 맞추어서 리서치를 진행하고 아이디어를 냈고, 나머지 한 조는 '키오스크 사용자 뿐 아니라 맥도날드 직원들의 업무'까지 관찰하고 통합된 관점으로 문제를 정의해서 해결하는 컨셉을 제안하였다. 


아래는 매장 고객의 경험에 초점을 맞춘 두 조가 제안한 아이디어이다. 하나는 스타벅스의 사이렌 오더처럼 모바일 앱으로 고객이 자주먹는 햄버거를 모바일로 미리 주문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고, 다른 아이디어는 키오스크에서 사용자의 모바일 기기를 인식하여 메뉴를 추천하고 결제까지 해결하는 것이다. 고객이 매장에서 주문하는 과정의 번거로움을 줄이는, 매우 전형적인 사용자 관점의 UX 개선안이다. 

고객의 주문을 편하게 하기 위해 모바일 앱으로 주문하게 하자는 아이디어와 모바일 폰을 키오스크가 인식하게 하는 아이디어


위의 두 아이디어가 좋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고객 관점으로 혁신을 이끈 사례들은 시장에 많다. 하지만 맥도날드가 많은 돈과 기간을 들여서 주문 키오스크를 도입한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어떤 비즈니스 목적을 가지고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는지 생각해본다면 이 아이디어들은 놓치고 있는 것들이 있다. 


위의 두조와 달리 다른 한조의 신입사원들은 직장인이 많은 회사근처의 맥도널드에서는 점심시간에 갑자기 사람이 몰리면서 주문도 많아지고 매장이 매우 혼잡해지는 문제를 가장 심각한 문제로 보았다 (키오스크 주문을 못하거나, 주문은 했는데 오래기다리거나, 음식 준비되었다고 번호가 나왔는데 음식은 없거나). 이 문제를 영어로는 모쉬핏 Mosh Pit이라고 하는데 갑자기 군중이 몰리는 현상을 말한다 (로마의 콜로세움의 건축이 칭찬받는 것 중 하나가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들어가고 나가는 것을 잘 설계했기 때문이다. Mosh Pit 문제를 해결한 것). 


점심시간의 맥도널드 내부 상황. 주문하는 사람과 기다리는 사람이 많아서 고객과 직원 모두 힘든 상황이다.


맥도날드가 주문 키오스크를 도입한 목적을 생각해보면, 주문을 담당하는 인력의 비용을 절감하고, 주문과정의 오류를 줄이고, 커스터마이즈 가능한 프리미엄 메뉴 (당시에 맥도날드가 밀던 시그니처 버거) 판매를 촉진하는 것이 목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위 사진처럼 사람들이 몰리는 점심시간에는 이런 비즈니스 목적이 잘 달성되지 않은 것 같아 보인다. 키오스크 덕에 고객들의 주문은 키오스크 도입 전보다 한꺼번에 빠르게 진행되었지만, 주방에서 처리하는 음식의 제조 속도와 양은 고객들의 주문량을 감당하지 못해서 결국 고객들이 매장에서 서서 기다리는 시간이 매우 길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었다. 인터뷰에 따르면 고객은 기다리는 시간이 “더 길어져서” 불만족이다 라는 의견이 많았고, 직원들은 밀려오는 주문을 담당하기 위해 더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즉, 새로 도입된 키오스크는 주문하는 고객경험만 빠르고 쉽게 한 것이지, 이후 음식을 제조하고 고객에게 제공하는 단계의 고객경험 및 직원업무는 고려되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이 조는 키오스크 도입 이전와 이후의 여정지도 Journey Map을 그렸는데, 가장 주목할 점은 고객의 경험은 물론 카운터 직원 (직접 주문을 받기도 하고, 조리 업무가 많으면 조리를 하기도 함)과 조리 담당직원 (매장 안쪽에서 음식 조리를 담당)의 경험을 한꺼번에 정리한 것이다.  


맥도날드 주문 키오스크 도입 후의 여정지도 (고객만의 여정이 아니라 고객과 직원의 업무가 함께 정리됨).


이를 통해 이 조는 새로운 디자인 문제를 정의한다. “주문 후에 기다리는 시간이 더 길게 느껴진다.” 그리고 주문 후 대기 시간이 길어지는 문제를 해결할 아이디어를 탐색하였고, 그 중 하나는 대기시간이 길어질 경우 햄버거 주문 시 햄버거 만들기 게임을 하게하는 것이다 (아래 그림). 


대기시간이 길어질 경우, 햄버거 만들기 게임을 하게 해서 키오스크 주문 시간을 길게하는 아이디어


다시 말하지만 이 아이디어가 좋냐/나쁘냐/쓸모있냐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매장 직원의 경험까지 고려하기로 한 디자이너의 관점의 변화가 다른 디자인 문제를 발견/정의할 수 있게 하고, 새로운 해결책을 찾도록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키오스크에 대한 UX 과제들을 살펴보면 (최근에 많아졌다) 크게 둘로 나눌 수 있는데 하나는 키오스크의 사용성을 개선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모바일을 활용한 주문절차를 심플하게 하는 것으로 모두 고객이 주문 시에 겪는 어려움을 해결하는 것에 관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이 조는 다른 관점의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고자 했고, 이 관점을 신입사원들이 스스로 찾은 것에 대해 크게 칭찬을 했었다. 


관점의 변화는 다른 디자인 문제를 정의할 수 있게 하고, 새로운 해결책을 찾게 한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에서 직원의 업무를 보는 관점은 필수 요소이다.

기업용 소프트웨어 또는 직원들이 관여되는 모든 제품은 직원들의 업무와 업무 프로세스를 파악하는 관점을 필요로 한다. 다시 말하면 사용자 경험을 보는 관점과 직원과 직원의 업무를 보는 관점을 모두 필요로 한다. 잘 디자인된 직원들의 업무는 업무생산성을 올리고 결국 제품 경쟁력 향상과 서비스 품질 향상으로 이어진다. 


사용자 뿐만 아니라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원들의 경험도 고려해보자.


이런 통합적인 관점으로 문제를 해결한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미국의 외식업체인 파네라 Panera Bread가 있다. 파네라는 2010년 경에 사용자가 직접 주문할 수 있는 키오스크를 도입했는데 (메뉴를 조합해서 주문할 수 있기 때문에 주문 과정이 꽤 복잡한 편이고, 처음에는 이런 어려움을 해결하면 다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도입 이후 파네라도 맥도날드 사례처럼 Mosh pit 문제를 겪게 되었다. 하지만 이후 CEO인 로날드 쉐이크가 직접 참가하여 직원들이 주방에서 주문을 처리하는 과정까지 개선하면서 비즈니스 목적을 달성하게 된다.


파네라는 키오스크 도입 후 주방 업무처리혁신을 통해 서비스 품질 향상은 물론 비즈니스 확대에 성공한다.


그는 우선 주문 처리 시간을 ‘고객이 음식을 주문하는 시간'이 아닌 ‘고객이 매장 방문 후 음식을 가지고 떠나는 시간'으로 확장해서 생각했다 (우리나라 보다 상대적으로 짧은 점심 시간에 매장까지 차를 타고와서 음식을 주문해야하는 미국의 상황을 생각해보면 저렇게 정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실제로 주문을 처리하는데 관련된 문제를 찾는 것으로 관점을 확장했고, 아래와 같은 해결책을 만들었다.


키오스크 사용성 지속 개선

메뉴 줄이기 (400개에서 100여개로, 고객들이 많이 찾는 레시피 위주로 줄임)

주방에서 만들어야 하는 메뉴의 사진과 레시피 보여주기 (주문 실수 방지)

음식 만드는 과정 분업화해서 음식 만드는 속도 높이기 

그 외 수백가지의 작은 것들 Hundreds of little things 


그 결과 조리 시간은 주문 접수 후 8분에서 1분으로 줄었고, 고객이 주문하고 음식을 받는 시간이 30분에서 수 분으로 줄어들었다. 또한 매장 직원들의 생산성이 올라간 만큼 남는 인력을 해고하지 않고, 기존에 주문을 받던 인력은 매장 내 고객의 요청을 처리해주는 홀 서비스 인력으로 변경해서 고객의 매장 이용 경험을 개선할 수 있게 했고, 결국 주문 처리 능력이 향상되면서 온라인 배달 서비스까지 시작할 수 있게 되어 더 많은 매출 향상까지 가져오게 되었다고 한다 (Wall Street Jornel, How Panera Solved Its ‘Mosh Pit’ Problem). 


업계의 역성장 흐름에도 꾸준히 성장한 파네라의 성장률 (Wall Street Journal)


직원의 업무와 업무 프로세스를 파악하는 것은 서비스 디자인의 백엔드를 파악하는 것과 동일하다. 서비스 디자인에 대해서는 많은 소개자료가 있으므로 이글에서는 짧게 설명하겠다. 아래는 서비스 디자인의 관점을 가장 정확하게 설명한다고 생각하는 서비스 디자인 개념도이다 (Stephan Moritz, 2005, https://www.slideshare.net/freazeidea/practical-access-to-service-design-12828225). 서비스 디자인은 고객 client과 서비스 제공자 organization을 둘 다 고려해야하며, 고객의 만족도 satisfaction을 올리고, 서비스 제공자의 업무생산성 productivity를 올리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 정리되어있다. 엔터프라이즈 UX와 동일하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서 고려되어야 할 UX와도 같다. 


서비스 디자인 모델, 서비스 사용자와 서비스 제공자를 둘 다 고려해야함을 강조함 (S. Moritz, 2005)


다시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사례로 돌아가보자. 케이뱅크는 하지 않는 것인데 카카오뱅크는 한 것이 무엇일지 외부인인 우리는 거의 알 수 없다 (카카오뱅크의 기밀일 것이다). 하지만 공인인증서를 없앤 것과 같이 카카오뱅크는 수많은 백엔드 업무와 업무 프로세스의 혁신을 이루었을 것으로 확신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고객 경험을 생각하는 모든 기획자들과 디자이너들의 노력이 있었을 것이다. 결국 우리는 "카카오뱅크 UX는 어떤 노력을 통해서 심플해질 수 있었을까"라는 질문을 해야하고, 우리가 진행하는 디자인 프로젝트에서 고객 뿐 아니라 직원의 업무까지 고려하고, 이들의 업무와 업무프로세스를 정리하고 개선하는 노력을 함께 진행해야 한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이 고객과 직원이 사용하는 소프트웨어에 심플한 UX로 제공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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