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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라떼 Jul 04. 2023

칭찬은 주부의 인센티브

당연한 일이지만 당연하지 않은 일들에 대한 보상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주부로 전향했을 때 가장 힘들었던 점은 바로 집안일엔 보상이 없다는 것이었다. 


월급루팡 같은 삶을 살진 않았지만 그래도 꼬박꼬박 한 달 동안 출근하면 통장에 꽂히던 월급이 사라지고 내 통장에 들어오는 건 남편으로부터 받는 생활비가 전부. 처음 회사를 그만뒀을 땐 스트레스부터 해방되었다는 기쁨에 춤을 추었지만 그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 기분은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말았다. 


더군다나 아이가 태어나고 집안일에 육아까지 더해지니 집은 그야말로 전쟁터와 다름없었다. 신혼 때 알콩 달콩 예쁘게 살아보겠다며 마련했던 귀여운 인테리어 소품들은 하나씩 아이의 손에 의해 없어지기 시작했다. 바닥엔 알록달록 소음방지 매트가 깔리기 시작하고 가뜩이나 좁은 집은 아이의 물품으로 가득 차 버리고 말았다. 그땐 정리라는 것을 할 시간도 여유도 없었다. 아이의 울음소리에 일어나고 아이가 자는 시간을 틈타 나머지 집안일들을 할 수 있었기에. 그때를 돌이켜 보면 거의 인간다움을 포기하고 짐승 같은 삶을 살았던 것 같다. 돼지우리란 말이 딱 맞았을지도 모른다. 

집이 왜 이모양이야?

남편은 집안일을 잘 도와주는 편이다. 하지만 퇴근하고 들어오면 꼭 저 말을 일단 시작하고 청소를 시작했다. 이건 뭐 병 주고 약주고도 아니고. 그냥 도와줄 거면 조용히 도와주면 안 되나? 이런 잔소리를 듣기도 싫었다. 남편의 지적질은 주부가 해야 할 최소한의 의무도 저버린 것 같다는 비난처럼 들렸다. 자존감이 날로 떨어졌다. 집안일도 육아도 무엇하나 잘하지 못하는 자신에게 실망하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이럴 거면 다시 회사 다니고 싶다. 콩나물시루 같은 지하철을 타고 회사 다니던 그 시절이 그리워지다니. 나는 주부가 체질이 아닌 사람인 걸까? 




주부는 매일 반복되는 삶 속에서 성취감을 느낄 일이 없다. 누가 대청소 깨끗하게 했다고 크게 칭찬을 해 주는 것도 아니고 보너스가 나오는 것도 아니다. 회사를 다닐 때 프로젝트를 완료하면 상사의 칭찬을 받거나 동료들과 함께 으쌰으쌰 하다 보면 뿌듯함이 몰려오곤 했는데. 주부는 어디 하나 자랑할 곳이 없다. 인정받을 곳도 없고. 누군가는 청소하는 과정에서 그런 성취감을 느낀다곤 하는데 난 한 번도 청소를 하며 그런 기분을 받은 적이 없다. 나는 주부가 체질이 아닌 사람이 맞나 보다.


칭찬에 목마른 주부가 바로 여기에... 있네?  

그럼에도 매일 집을 정리해 본다. 좋아하는 음악을 틀고서 산더미 쌓인 책을 책장에 하나하나 꽂고 청소기를 돌려본다. 닦아봤자 티가 나지 않는 책장의 먼지를 닦고 개어봤자 티가 안나는 빨래를 하나씩 개서 옷장 안에 넣는다. 하루를 투자해서 집을 정리해도 누구 하나 칭찬해 줄 사람은 없지만 말이다. 


언젠가 받을 칭찬이라는 인센티브를 기대하며, 오늘도 집안일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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