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장비 신발
드디어 3월이 되었다. 3주 정도 있으면 출발이다. 나 혼자 떠나는 첫 여행이다. 나만큼 가족들도 떨려한다. 식구들은 다 큰? 나를 너무 불안해한다. 사회에서 만난 지인이 말했다. 자기가 바라보는 "나"와 식구들이 바라보는 "나"가 무척 다른 것 같아 놀랍다고. 남편에게 의존도가 높기는 했다. 해외여행에서 졸졸 쫓아만 다녔으니까. 무슨 일만 생기며 바로 전화를 하니까. 자식들에게 의존도도 높았다. 모르는 요즘 용어, 아이폰 사용, 기계 사용법을 많이 물었다. 그리고 아픈 모습을 너무 자주 보여줬다. 그래도 내가 엄마인데 불안한가 보다. 이제는 장비를 장만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신발, 배낭, 스틱을 사러 가족이 총출동했다. 나는 호카 브랜드를 알고 이 신발만 신는다. 만족도가 높다. 엄청난 정보 속에서 그 많은 신발을 일일이 신어볼 수도 없으니 그냥 이 브랜드로 정했다. 중요한 점은 방수 기능이다. 지금 신고 있는 신발도 고어텍스 기능이 있다. 그런데 발가락 양말을 신고 울양말을 신으면 너무 딱 맞는다. 5mm 큰 신발이 필요하다. 매장에 간 김에 목이 올라온 신발을 신어봤다. 같은 사이즈로 여성용, 남성용을 따로 신어봤다. 산길이 많으니 목이 올라온 신발을 신을까 고민을 했다. 목이 없는 신발을 신는 순간 고민은 사라졌다. 너무 가벼운 나머지 날개를 달고 날아가는 기분이 들 정도로 가볍다. 오래 걸어야 하는데 목이 올라온 신발은 육체적으로 힘들 것 같다. 남편이 양말을 벗더니 자기 양말을 더 신고 신발을 신어보라고 한다. 걸어보니 남성용 신발이 더 여유 있고 튼튼한 것 같다. 아들이 선물이라며 결제를 했다. 내일부터 신어서 길들여야겠다.
다음으로 중요한 장비는 배낭이다. 배낭도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뭘 사야 할지 감이 오지 않는다. 설명회에서 얻은 정보로 축소시켰다. 등산 전문 브랜드 osprey, deuter, gregory, summit이다. 몰에 이 브랜드들이 없어서 다른 브랜드로 배낭을 살펴봤다. 36리터가 크지도 작지도 않고 적당하다. 배낭 자체가 가벼워야 하고 레인커버도 있어야 하고 허리와 어깨 벨트를 몸에 꼭 맞게 매야 무게중심이 내 몸 쪽으로 되어 가볍게 들 수 있다. 또 중요한 부분은 등 부분 열과 땀을 배출하는 기능이다. 이 부분 때문에 고생했다는 사연이 많았다. 여기는 마음에 드는 등산용 배낭이 없었다. 그래도 좁혀진 정보 안에서 움직이니 쉽게 선택을 할 수 있고 조금 배낭에 대해 알게 되었다.
이제야 내가 떠나는 것이 조금 실감이 난다. 순례길은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혼자 떠나는 여행이며 40일 혼자 있는 시간이다. 어떤 친구는 가지 말라고 왜 힘든 여행을 하냐고 한다. 내가 좋아서 하는 여행이다. 걷기는 힘든 일이 아니고 즐거운 힐링이다. 나는 스스로 할 수 있다는 것을 나 자신에게 보여주고 싶다. 친구는 자기는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평생 식구들에게 의지하며 살 거라고 한다. 가족이니까 사랑으로 다 받아줄 수 있다. 그런데 나는 나 자신이 그렇게 하기 싫다. 독립적인 아내, 엄마, 나 자신이 되고 싶다. 어쩌면 나도 친구처럼 가족에게 너무 의지를 많이 해서 이번 여행을 선택했는지도 모른다. 나도 친구와 비슷한 마음인 것이다. 나는 동화 “순례주택“ 속 인물처럼 다 커도 부모에게 의지하고 누구를 탓하기도 하면서 제대로 어른이 되지 못했다. 사람은 겪어봐야만 알게 된다. 부모가 없는 고아? 나는 어쩌면 혼자가 된다는 느낌에 대한 공포가 친구보다 더 클 것이다. 그 공포를 없애기 위해 제대로 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내향적인 내가 외국에서 잘 지낼지 누구보다 내가 걱정이다. 그래도 용기를 내어보기로 했다. 처음으로 나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