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를 설계하는 디렉터 JOHN의 창업현장노트
서울 광진구 자양동에 작은 Bake Shop이 오픈했다.
15평 정도 되는 '보라롱'이다. 근처 작은 마카롱 전문점에서부터 시작한 보라롱은 이번에 확장 이전을 계획하면서 나와 인연이 되었다.
처음 미팅이 있던 날은 따뜻하고 날씨가 좋았다. (이런 날 현장을 방문하면 괜히 더 멋진 그림이 그려지곤 한다.) 기존에 운영하고 있었던 마카롱 전문점은 한 200m 정도 떨어져 있었던가? 예정지에서 정말 가까웠다. 처음엔 5-6평 정도 작은 점포에서 시작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카롱을 만드는 주방과 쇼케이스 그리고 카운터를 제외하면 홀이라고 할 수 있는 공간은 없었다. 테이크아웃과 배달 위주 매출로 운영되던 곳이었다.
나중에 미팅 끝나고 몇 개 마카롱을 선물해 주셔서 알게 된 것이지만 마카롱이 맛있었다. 역시 메뉴가 맛있다 보니 작은 점포지만 빠르게 확장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확장 이전하는 곳이 몇 배 규모로 커진 것은 아니다. 15평형 정도 되는 규모로 이전한다.
이동하는 곳은 작은 원룸 건물의 1층이었다.
건물주가 골목길 방향으로 출입구를 만들어 준다고 했다. 건물 마감재가 벽돌로 되어 있어서 느낌이 좋았다. 원룸 건물이다 보니 일반 상가보다 창이 작아서 조금은 아쉬웠지만, 오히려 보라롱만의 개성으로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라롱 오너는 *주방을 많이 신경 쓰고 있었다. 아무래도 협소한 주방에서 첫 매장을 운영했던 탓인지 메뉴를 마음껏 잘 만들 수 있는 주방을 원했다. 이 부분만큼은 자신 있었다. 내가 카페나 식음공간을 전문이라고 말하는 이유 중엔 주방설계와 시공에 대한 자신감이 포함되어 있다. 일반적인 인테리어 업체나 디자이너는 메뉴나 주방에 대한 이해가 나보다 부족할 가능성이 높다. 난 실제 주방에서도 전문적으로 메뉴를 만들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자신감이다. 이번 보라롱 프로젝트에서도 비록 협소한 주방이지만 웬만한 매출은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주방을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주방과 홀 사이 동선이나 주방에서 작업할 때 느낄 수 있는 답답함을 기존에 있던 창문과 홀 쪽을 살펴볼 수 있는 적당한 창을 이용해 해결했다.
주방이 쾌적해지니 보라롱 오너는 스콘에서 마들렌, 까눌레까지 맛있는 디저트 메뉴들을 마음껏 더 만들 수 있었다. 그리고 하나 같이 맛있었다. 난 프로젝트를 마치고 나면 기념으로 대표 메뉴들까지 촬영을 한다. 그만큼 식음공간에 애정이 크다. 어떤 메뉴를 만드는 공간을 만들었는지 남겨 놓겨놓기 위함도 있지만 오픈 초이 홍보에 사용하시라고 오너에게 사진을 선물하기도 한다.
보라롱은 이다음 성장이 기대되는 지역 브랜드다. (사실 오너는 다른 지역으로 가려는 마음도 있는 것 같던데... 이 지역에서 성장했으면 좋겠다...)
또 보라롱 오너는 *여전히 작은 공간인데 손님들이 잠깐이라도 앉아서 즐길 수 있을지 걱정했다. 물론 15평형 규모에 주방 빼고, 카운터 빼고, 창고를 빼면 더 이상 남는 공간이 없을 수 있다. 그렇다고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기에 최대한 보장해 줄 수 있는 좌석을 만들었다. 그리고 기능적인 것 보다도 나름 이미지적인 부분을 좀 더 느낄 수 있게 연출을 했다. 여기에선 보라롱 오너의 감성도 한 몫했다. 난 프로젝트에 있어서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어필하고, 함께 회의하는 것을 좋아하는 오너를 좋아한다.
왜냐하면 현실적으로 더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오너와 난 프로젝트 덕분에 만난 처음 본 사이다. 그 관계에서 서로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고, 조율하고, 일치시키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짧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만들려면 적극적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어야 하는데... 70% 이상은 일을 맡겨기 때문에 알아서 해주겠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맡는 말이기도 하지만 짧은 시간에 좋은 결과를 만들어야 하는 프로젝트에 있어서는 도움이 안 되는 생각이라 본다.
현실적으로 예산이 넉넉한 오너는 없다.
0%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는 예산 내 최대 결과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것도 짧은 시간에... 보라롱 오너는 보라롱이라는 브랜드명으로 운영을 해왔는데, 브랜드명에서 알 수 있듯 *보라색을 어디에 사용해야 될지 고민이라고 했다. 첫 매장에서는 인테리어에 보라색을 사용했더니 오히려 마음에 안 들었었다고 과거 이야기를 들려줬다. 사실 컬러 중 보라색을 주 콘셉트로 공간에 풀어내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표현하기 어려운 색이기도 하지만 마감재마다 또 비슷한 톤을 만들기가 어려워서 오히려 유치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이번 보라롱에서 이런 디자인 전략을 제안했다.
"매장에서는 그래픽적인 요소에서만 지정된 브랜드 보라색을 느낄 수 있게 하자! 그리고 화장실을 보라색으로 만들자! 일종의 재미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작은 규모 매장에 화장실이 함께 있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장점일 수 있는 화장실을 전체 보라색으로 과감하게 만들면 재밌을 것 같다!"라고 제안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단지, 오너의 고민을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했다. 공간에 직접적으로 넣기는 싫고, 아주 빼자니 정체성이 없어지는 것 같고... 이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주 공간에서는 보라색을 빼고, 부 공간에 짠뜩 넣어버리는 것이었다. 오너는 마음에 들어 했다.
그리고 원룸이었던 건물의 특성상 남게 된 창문을 활용해 작은 디스플레이 쇼윈도를 만들었다. 사실 욕심이 생겨 로고 외 브랜드 관련 시각적인 디자인까지 다 작업을 해보고 싶었지만, 오너 지인이 작업해준다고 해서 아쉽지만... PASS.
그 외 프로젝트에서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 오너는 아기자기 안 소품들이나 브랜드 감성에 맞는 상품들을 잘 구성할 줄 알았다. 이미 경험이 있으니...
창업 경험이 있는 오너의 프로젝트를 맡는 건 처음 창업하는 오너의 프로젝트보다 수월한 면이 있다. 경험치가 있다 보니 프로젝트 진행이 매끄럽고, 서로 역할 분담이 잘 된다. 무엇보다 일단 한 번의 경험은 정말 큰 차이를 보여준다.
프로젝트에 따라서 15평형대 규모는 그 전략이 시작점에 따라서 두 가지 스타일로 나뉜다.
1. 제대로 된 스몰 브랜드 콘셉트 기획에서부터 시작하던지, 2. 오너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설루션으로 가던지! 이 둘은 업무 방향이 좀 다르다. 이번 보라롱은 두 번째 스타일에 가까운 프로젝트였다. 콘셉트이고, 브랜딩이고, 기획이고... 다 떠나서 이미 오너 머릿속엔 자신의 매장에 관한 성격이 잘 잡혀 있기 때문에 오너의 고민만 실무적으로 잘 해결해주면 Clear!
이런 스타일의 간판 사인물 등은 나와 함께 일하는 협력 간판 업체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해 해결했다. 우린 팀으로 움직인다. 그리고 각 프로젝트에서 필요한 팀들로 매번 다르게 구성되어 움직인다. 협업은 항상 좋은 결과를 낳는다는 믿음이 내겐 있다.
그렇게 만들어진 보라롱에서는 요즘도 맛있는 마카롱 외 다양한 디저트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 마카롱 전문점 '보라롱'
▶️ 15평형
▶️ 설계기간 2주 / 시공기간 3주
▶️ 주방설계, 시공 / 냉난방기 / 간판 및 사인물 / 화장실 / 내부 인테리어 / 창호교체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