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를 설계하는 디렉터 JOHN의 창업현장노트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갈 때쯤이었나?
아직 따뜻함을 만나기 전 여전히 추운 어느 날 주소가 찍힌 문자를 한 통을 받았다.
'남양주시 진접읍?'
생소한 주소였다. 그래도 남양주면 서울에서 가깝겠지... 싶었는데, 네비 주소를 찍어보니 제법 멀었다. 북쪽.
현장에 도착해서 보니 이곳은 서울보다 추웠다. 현장은 카페로 운영 중이었고, 이번에 그 옆 건물까지 매입하게 됐는데 어떻게 카페를 확장시킬지... 고민이 된다고 했다.
한참 건축주와 대화를 나눈 후 현장을 둘러보는데 방문했을 땐 이미 해가진 저녁이었고, 날씨 탓인지 왠지 쉽지만은 않은 프로젝트가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위 사진은 일이 진행되고 철거작업을 할 때 촬영한 사진이다. (프로젝트가 시작 된 후)
이 사진을 보며 그 날의 현장 첫인상을 추측해보면 어떤 느낌이었을지... 어느 정도는 간접적으로 느껴볼 수 있다. (저녁에는 가로등도 많이 없어서 많이 어두운 곳이다.) 이번 프로젝트의 목표는 좌측 건물과 우측 건물을 하나의 카페로 만드는 것이다.
첫 미팅 때 느꼈던 점.
일단 오너는 카페를 운영 중이긴 했지만 많은 경험 지식이 있는 것 같진 않았다. 반면 프로젝트의 규모나 목표가 매력적이었다. 그래서 이왕이면 컨설팅까지 맡아보고 싶었지만... 살펴보니 이미 누군가로부터 컨설팅을 받고 있는 중이었다. 아쉽지만, 난 공간만 연출해주기로!
결과부터 공개하자면 차갑고 싸늘했던 공간이 따뜻하고 멋진 공간으로 거듭났다.
근처에 '광릉수목원'이라고 역사 깊은 수목원이 있는데 덕분에 카페는 지금 많은 사람들이 찾는 그 지역 명소가 됐다.
'트윈 하우스 카페'다.
기존 건축물의 구조는 보존하고, 그 위에 보완된 새로움을 입힌다? 이런 작업이 완전 뿌개고 처음부터 새롭게 시작하는 프로젝트보다 훨씬 어렵다. 일단 과거의 내용을 제대로 파악할 수가 없기 때문에 모든 게 추측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누수... 과거 누수가 없었다 해도 최근 철거작업을 하며 균열이 갔을 수도 있고, 과거 누수가 있었다고 해도 정확한 지점을 찾기가 매우 어렵다. *한 가지 Tip을 공유하자면... 만약 이런 유사한 프로젝트에 있어서 현장을 방문한 전문가가 '전혀 문제가 없다.' '쉽게 다 해결 가능하다.'라고 말한다면 계약을 다시 고민하는 게 분명히 좋다. 이런 프로젝트는 절대 쉽지 않고, 문제가 많은게 기본이다. 난 이런 프로젝트 클라이언트에게 솔직하게 말한다. 완성을 한다 하더라도 수개월은 튀어나올 수 있는 문제를 항상 대비하고, 해결해야 한다고... 문제가 없을 수 없다고 미리 말한다.
그 다음은 동선... 건축물이 태어난 년도에 따라서 규모가 애매한 경우가 많다. 특히 오래된 건축물일수록 요즘 상공 간 규모를 적용시키기에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동선 설계가 상당히 어렵다. 적당히 계획하면 남는 공간이 많던지, 제대로 계획하면 여유가 부족해진다.
그래도 카페 오너와 많은 대화 끝에 적당한 공간 계획이 나올 수 있었다.
난 이번 프로젝트에서 직접 조명보다 간접 조명을 더 많이 사용했다. 간접 조명을 활용해 벽면의 질감이나 색감을 좀 더 은은하게 드러나게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곳 카페의 위치는 간단하게 표현하자면 '산속'이다. 큰 대로에서도 산도로를 따라 몇 키로를 들어가야 되고, 바로 인근에는 '광릉수목원'이라는 굉장히 오래된 깊은 수목원이 있다. 저녁이나 밤에 이곳을 지나가면 칠흑 같은 어둠이란 게 뭔지 경험할 수 있을 정도다.
그래서 간접 조명의 비중을 높였다.
간접 조명은 직접 조명보다 훨씬 분위기를 편안하게 해 준다. 눈부심이나 그림자가 선명하게 생겨나기보단 공간의 정체를 은은하게 밝혀주니 사람들에겐 아늑함을 선물할 수 있는 방법이다. (그래서 대부분 호텔에서 많이 사용한다.)
이 카페에서 간접 조명을 많이 사용한 이유도 이런 간접 조명의 장점 때문이다. 아무래도 이 길을 지나거나, '광릉수목원'을 찾는 사람들은 잠깐이라도 휴식(?)이라는 개념을 찾아온 사람들일 거라 생각했다. 그런 사람들에게 스포트 라이트를 통해 역동적인 공간의 느낌을 보여주고 싶진 않았다.
이 카페가 가진 큰 특장점 중 하나는 옥상이다.
근처에 높은 건물들이 없어서 이곳 카페 옥상에 오르면 탁-트인 근처 풍경을 느낄 수 있다. 카페 앞으로는 작은 실개울 물이 흐르고, 옆으로는 수목원의 초록 초록한 기운이 느껴진다. 하지만, 모든 프로젝트가 공간의 모든 부분을 최상의 상태로 표현하기엔 부족한 예산을 갖고 시작한다. 사실 이번 프로젝트도 마찬가지였다. 실내에도 해야 될 업무가 많았기 때문에 옥상까지 완벽하게 꾸미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예산이었다.
그래서 우린 최대한 가볍게, 간단하게 끝낼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이런 경우 옥상이 해줄 수 있는 기능 딱! 한 가지에만 집중하는 것으로 전략을 세운다. 이 옥상은 사람들이 앉아서 쉴 수만 있으면 됐다. 그러면 주변 환경이 알아서 해결해 주는 곳이었다. 그래서 간단하게 난간을 두르고, 인조잔디를 설치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프로젝트에서 예산을 어떻게 활용할지 얼마나 고민하느냐에 따라서 결과가 달라진다.
많은 초보 창업자가 힘 분배를 못해서 힘들어한다. 모든 창업자의 공통점은 원하는 결과 대비 예산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많은 창업자가 부족한 예산으로 완벽하게 원하는 것을 다 하려고 하니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우린 완벽한 창업보다 최적의 창업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 프로젝트의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고 생각했다. 바로 메뉴.
다른 분이 컨설팅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내가 이러쿵- 저러쿵- 하는 건 예의가 아니었지만... 내 기준에서는 메뉴 구성이 카페 오너를 위한 게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상권을 조금이라도 제대로 이해하고 있었다면 이런 구성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분이 이 글을 읽게 된다면... 불쾌하겠지? 만! 어쩔 수 없다. 사실은 사실이기에...)
난 프로젝트를 맡으면 현장에서 카페가 완성되는 동안 매일 상권을 관찰한다. 일을 위해 일부러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럴 수 밖에 없다. 매일 현장에 나와야 하니... 사실 이런 작업 환경이 내가 하는 일에는 큰 도움이 된다. 집중된 기간이긴 하지만 창업자보다 상권을 더 집중적으로 관찰할 수 있다 보니 어느 경우엔 오히려 창업자보다 상권을 더 많이 이해할 때도 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도 상권에 오래 머무르다 보니 사람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게 됐다.
그런데 내가 알게 된 사실과 이 카페에 세팅된 메뉴 구성은 잘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사실을 오너에게 전달해야 할까? 고민을 했던 것 같다.
이곳은 주말이면 도로에 차가 꽉 막힐 정도로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그리고 평일에도 날씨가 좋은 날이면 제법 많은 사람들이 이 상권을 찾았다. 즉, 리모델링을 통해 규모가 커진 카페가 오픈을 하면 엄청 많은 사람들로 붐비게 될 것이 뻔했다. 그런데... 세팅된 메뉴 구성은 이 많은 사람들을 커버할 수 없는 구조의 메뉴 구성이었다. 어떡하지...?
이 카페에 도움이 되는 메뉴 구성은 간편하게 만들 수 있는 레시피여야 했다. 그리고 메뉴 가짓수가 압축적이어야 한다. 다양한 듯 보이지만, 그 수가 절대 많아서는 안된다. 즉, 오퍼레이션이 쉽고 간략했어야 했다. 하지만, 세팅된 메뉴 구성은 굉장히 가짓수가 많고, 복잡했다.
그리고 음료에 굉장히 치우쳐져 있어 객단가가 너무 낮았다. 이런 사실들은 카페를 만들때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조건들이다. 레시피 하나에 매출이 좌우 된다.
그래도 입을 꾹- 닫을 수밖에 없었다.
내가 여기서 입을 심하게 열어버리면 어느 한쪽에서는 관계가 깨질 것이고, 난 괜히 영업하는 사람 꼴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입을 닫고 있었다.
하지만, 오너는 운이 좋았다.
오너와 함께 일을 하게 된 두 딸이 있었는데, 현재는 실질적인 카페 오너 역할을 이 두 딸이 하고 있다.
이 두 딸이 주방에서 호흡을 맞춰보다 오너에게 메뉴에 관한 큰 불평을 했다는 것이다. 오너는 내가 카페 컨설팅도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어느 날 늦은 밤 카톡으로 내게 상담을 조심스럽게 요청했다. 현재 메뉴는 운영하는데 지장이 없는 것인지, 더 발전적인 계획이 있는 것인지 등...
내 클라이언트가 도움을 요청해 왔을 때부턴 난 정식적으로 내 할 일을 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내 클라이언트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주방을 마지막으로 갈아엎게 됐다.
전 메뉴가 변경됐다. 베이커리 메뉴를 대폭 늘렸고, 주방에서는 베이커리 장비를 최대한 갖췄다. 그리고 음료는 최대한 간소하게 수정됐다. (난 이 부분에 있어서 컨설팅 비용을 청구하지 않았다.)
그리고 숨은 곳곳에 재미를 만들어주면서 프로젝트는 마무리됐고, 현재 '트윈 하우스 카페'는 많은 사람들에게 휴식공간을 제공하면서 운영되고 있다. 그리고 지금도 가끔 고민이 있으면 오너들은 내게 연락을 준다.
좋은 인연을 만들게 된 프로젝트로 남았다.
▶️ 베이커리&커피 '트윈하우스카페'
▶️ 홀 60평 + 루프탑 + 40평 + 테라스 20평
▶️ 설계기간 3주 / 시공기간 3개월
▶️ 전체 리모델링 설계 / 냉난방기 / 간판 및 사인물 / 화장실 / 주방 / 메뉴 컨설팅 / 장비 납품 및 설치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