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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맛있는 오리지널 시그니쳐

카페를 설계하는 디렉터 JOHN의 창업현장노트

by Director John Apr 28. 2022

# 시그니쳐 시대

어떤 기업 제품 광고 때문이었을까?

시그니쳐라는 단어가 업계에 퍼지기 시작했다. 덩달아 나도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그것도 카페 이름 자체가 시그니쳐다. 

그것도 부족하다고 오리지널까지 붙였다.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오리지널 시그니쳐'는 커피를 잘 만드는 곳이다. 

2층에서 커피를 로스팅을 하고, 1층에선 커피를 판매한다.

과거 청담동엔 커피미학이라는 커피로 유명한 카페가 있었다. 과거 스타벅스 커피 가격이 비싸다고 할 때 커피미학은 당시 스타벅스 커피값의 4-5배를 받았다. 그래도 커피 한잔 마시러 오는 손님들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도 당시 커피를 경험하러 찾았었다. 당시 김사홍 바리스타가 있었는데, 사이폰 커피를 마셨던 걸로 기억한다.

어쩌면 '오리지널 시그니쳐'는 사라진 커피미학을 되살려보고 싶었을 수도 있다.

# 기능적인 Bar

커피를 잘하려면 Bar를 잘 만들어야 한다.

셰프에게 꼭 맞는 주방이 있는 것처럼 바리스타에겐 Bar가 있다.

오픈 주방이 어려운 것처럼 커피 Bar를 잘 꾸미는 것도 어렵다. 기능적이면서 미학적일 수 있을까? 

비용이 고려되지 않아도 된다면 상관없다. 마음껏 기능적이면서 아름답게 꾸밀 수 있다. 

하지만, 카페 오픈에 무한정 투자가 이루어질 수 없기에... 

Bar를 꾸미는 건 언제나 내게 고민이다.


'오리지널 시그니쳐'의 Bar는 나름 성공적이었다. 

POS 앞에서 주문하는 손님에게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는 바리스타의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었고, 홀에 앉아서 커피를 즐기는 손님에겐 브루잉 커피를 만드는 바리스타의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었다. 

여러 명이 함께 근무해도 동선이 심하게 겹치지 않았고, 한 사람이 근무하더라도 여러 메뉴를 해결하기에 편리한 동선을 갖고 있었다.

일반적인 Bar보다 비용은 조금 더 들었지만, 만족도는 몇 배가 더 높았다.

# 커피 이미지

상업공간에서는 브랜드 이미지를 보여줘야 한다.

주 상품에 대한 이미지를 보여줄 수도 있어야 하고,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오리지널 시그니쳐'의 주 상품은 커피였다. 무엇보다 강렬한 커피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여주려고 했고, 외부에서는 브랜드의 시간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철학을 보여주려고 했다. 

우리가 만나야 하는 소비자는 많이 직설적인, 직관적인 이미지를 좋아한다. 

과거 대학 전공 시절 외국의 광고 포스터 아이디어를 보고 감탄을 했던 적이 있었다. 적절한 직관적임과 항상 공존하는 유머와 위트가 부러운 시장이었다. 과거가 그립다.


요즘은 조금만 은유적으로 돌아가도 그 찰나를 지루해한다.

사실적이다 못해 극 적나라해야 한다. 그리고 자극적이어야 한다.

아쉬운 부분이다. 점점 더 강한 자극을 주는 쪽이 우세하다. 마치 전쟁 같지만, 진짜 전쟁이다.

그래도 난 최대한... 싸구려를 만들어 팔고 싶은 생각은 없다. 

# 꽃에 담긴 여유

난 작은 소품으로 뭔가를 표현해 놓는 걸 좋아한다.

'오리지널 시그니쳐'에서는 꽃이었다. 생화. 

매일 테이블에 그날그날 어울리는 생화를 화병에 담아 두었다. 사람들은 은근 생화를 좋아한다. 받는 것은 귀찮아 하지만 예쁘게 핀 생화를 보면 잠시 향기와 아름다움을 느낀다. 

사실 매일매일 준비된 생화는 여유를 보여주기도 한다. 그리고 레스토랑은 아니지만 손님을 맞이 할 준비가 됐다는 의미를 보여주기도 한다. 


사실 카페는 메뉴 객단가 자체가 너무 낮다. 그래서 물량으로 승부해야 하는 업종이라 생각하고 있다.

이런 카페에서 레스토랑처럼 분위기를 잡는다? 큰 의미가 없을 수 있으나 커피를 유독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다면 기꺼이 테이블에 생화를 준비하고 싶었다.

# 클래식과 공존

이번 프로젝트에선 클래식한 가구들을 초이스 했다.

직접 커피를 로스팅하고, 핸드드립 커피를 주력으로 한다는 것을 분위기로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쉬웠던 건 예산의 한계로 고가의 가구를 구입할 순 없었지만... 그래도 나름 손님들에게 호감 사는 것엔 성공한 듯싶었다. 


Bar를 스텐으로 제작했는데, 무늬가 있는 유리로 한 번 더 마감하면서 클래식한 분위기를 입혀보려고 노력했다. 이렇게 제작한 Bar에 대한 결과를 보는 것이 즐거웠다. Bar는 굉장히 성공적이었다. 기능적으로도 우수했고, 느낌과 이미지 자체가 너무 만족스러웠다. 

# 포인트 타일과 벽지

벽지는 주거에서만 사용한다?

선입견일 수 있다. 난 가끔 벽지를 상업공간에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벽지가 주는 느낌이 있다. 따뜻하면서 개성도 살릴 수 있다. 벽지가 꼭 아파트에서 사용하는 단순한 패턴만 있는 게 아니다. 마치 패션처럼 디자인이 다양하다. 

그래, 난 공간에 옷을 입힌다는 생각으로 벽지를 고를 때가 많다.


타일도 마찬가지다. 

벽지와는 또 다른 느낌을 제공한다. 

벽지는 따뜻함을 제공한다면 타일은 화려함을 제공한다. 적절한 부분에 아주 강렬한 타일을 사용하면 공간에 멋이 확- 살아난다. 이번 프로젝트에선 벽지와 타일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었던 것 같다. 

# 어떻게든 공간 활용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공간 규모가 작다.

특히 구도심으로 갈수록 큰 평수 규모를 찾기가 힘들다. 그래서 인테리어 할 때 공간 활용을 최대한 신경 써야 한다. 전체적인 큰 느낌이 깨져서는 안 되겠지만... 남는 공간 없이 최대한 활용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물론... 디자인적으로 봤을 땐 비워두는 게 훨씬 좋겠지만... 규모가 작은 매장은! 실용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도 어떻게든 남는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려고 노력했다.

벽은 벽대로 두지 않고, 원두를 판매할 수 있는 선반장을 만들었고, 애매한 코너 구석에는 붙박이 소파를 절반만 붙여 놓았다.

# 프로젝트 후기

모든 프로젝트는 예산의 한계가 명확하다.

무한정 예산을 증액할 순 없다. 내용 대비 너무 적은 예산으로 프로젝트를 실행하는 것도 무리가 있지만, 어느 정도 내용이 갖춰지면 그에 맞는 예산을 만들어야 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내용 대비 예산이 빠듯했다. 그래서 계획이 중요했고, 계획만 2개월 정도? 소요됐던 것 같다. 

다행히 디테일한 계획으로 예산 내에서 원했던 모든 것들을 진행할 수 있었다.

역시...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또 한 번 계획의 중요성을 알 수 있었다.


▶️ 로스터리 카페 '오리지널 시그니쳐'

▶️ 25평형 2개 층

▶️ 설계기간 8주 / 시공기간 6주

▶️ 공간 전체 설계 / 냉난방기 / 간판 및 사인물 / 로스팅실 / 장비 구성 및 납품 / 카페 브랜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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