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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아 Feb 01. 2022

#15. 인생 날로 먹고 싶다.. (유튜버의 영상편집)

< 보통유튜버 이야기 > Chapter 2. 유튜버 이야기

My working routine #4. 영상편집




"영상편집 매주 하는 거 힘들지 않으세요?"

많은 사람들이 그냥 적당히 힘들 거라고 생각하지만, 내가 세상에서 가장 하기 싫어하는 일이 바로 편집이다. 가장. 가장. 가장 싫어한다. ....!!!! 그리고 애석하게도 가장 좋아하는 일은, 다 편집된 영상을 보는 일 ..... 어째서 인생은 좋아하는 걸 위해 가장 싫은 걸 견뎌내야 하도록 만들어져 있는 걸까?


영상편집은 유튜버의 모든 작업 과정 중 가장 많은 시간이 들어가는 일이다. 촬영한 영상을 하나하나 다시 보면서 자르고 붙이고를 해야 하니, 최소한 촬영한 만큼은 시간을 들여야 한다. 영상을 초 단위로 수십번씩 돌려보며 이렇게 붙여보고 저렇게 붙여보고를 반복하는 나는, 보통 3-4일 정도는 꼬박 편집에 시간을 쏟는다. 반나절만에 한 편을 뚝딱 만들어내는 사람도 있고, 영상편집자를 고용해 외주작업을 맡기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직접 공들이지 않으면 성에 차지 않는다. 


나에게 영상편집이란, 글쎄,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는 일이 레스토랑에서 손님들에게 음식을 가져다주는 일이라면, 영상편집은 그 요리를 담아내는 일과 같다. 모든 레스토랑에서 꼭 음식을 화려한 접시에 정갈하게 담아내는 것은 아니다. 30원짜리 종이컵에 툭 담아주는 컵떡볶이도 눈물나게 맛있을 수 있고, 100만원짜리 명품 접시에 정성스레 플레이팅했는데도 입맛에 안 맞는 게 있듯, 영상마다 어울리는 스타일이 다 다르고, 채널 주인과 구독자들의 성향에 따라 모든 것들이 달라진다. 다만 해피새아 채널은 계절에 맞춰 메뉴를 바꿔가며, 요리 재료의 색감을 고려해 접시까지 메뉴마다 따로 고르는... 일종의 집착증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래서 나는 매번 두 평 남짓한 작업실에 앉아 고뇌와 인고의 시간을 거쳐, 한 편의 영상을 만들어낸다. 그렇게 만들어낸 영상이 약 200개.


이제는 프리미어 프로 사용도 참 익숙해졌다. 수년전, 주변에서 영상편집 좀 가르쳐달라는 이야기를 지겹도록 듣다가 찍어서 올렸던 영상편집 방법 영상이 해피새아 채널에서 가장 인기 있는 영상이 되기도 했다. (https://youtu.be/C5zjeQqMrVU) 사실 C (구간 자르기), V (선택) 만 누르면 되는 단순 작업일 뿐인데, 이 영상 덕분에 여기저기서 강의 문의도 많이 받았다. 1~2회 단기 속성으로 필요한 핵심을 강의하기도 했고, 8회 커리큘럼으로 유튜브 채널 기획부터 편집까지 함께 해보는 수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영상 편집을 계속 하면서 그리고 가르쳐도 보면서 느낀 건, 편집에서도 역시 스킬이 가장 중요한 건 아니라는 것. 자르고 붙이고, 트랜지션 효과를 넣는 스킬보다는 '왜'가 중요하다. '악마의 편집'이라는 말이 괜히 생긴 게 아니다. 왜 그렇게 자르고, 왜 그렇게 붙이는지, 왜 그런 분위기의 BGM을 골랐는지. 편집의 의도에 따라 완성된 영상의 모습이 확연히 달라진다. (아직 나도 잘 못하는 것이지만) 어떤 영상을 만들어내기 위함인지, '왜'를 늘 고민해야 한다. 


싫어도 어쩔텐가.. 힘들게 찍어왔으면 더 힘들게 편집해야지...


유튜브 플랫폼에서는 짧은 컷들로 빠르게 편집하는 영상이 인기가 많은 편이다. 언제든 뒤로가기를 누를 수 있는 플랫폼 안에서 짧은 시간 안에 흡입력 있게 몰입시켜 유출을 막기 위함이다. 


카메라 앞에 서서 "여기는 지금 서울역이고요. 저는 서울역에서 경복궁까지 지하철을 나고 갈거예요."라고 말한 뒤, 서울역 개찰구를 통과하고, 1호선 지하철을 타고 세 정거장 가다가 환승을 하고, 경복궁역까지 가는 모든 장면을 촬영했다고 해서 그 모든 장면들을 전부 보여주지 않아도 괜찮다. (이미 이 글을 쓰고, 읽는 것만으로도 지루하다.) 서울역 전경 한 컷, 지하철 타는 장면 한 컷, 경복궁역 전경 한 컷. 이렇게 세 컷만 짧게 잘라 이어붙여도 시청자는 1초만에 서울역에서 경복궁까지 지하철을 타고 이동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길게 촬영된 원본 영상에서 덜어낼 것을 덜어내고, 필요한 요소들만 사용하는 게 편집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앞서 말했던 '왜'에 따라 편집 방식이 달라지게 된다. 만약 영상의 주제가 '경복궁 나들이'라면, 위의 예시처럼 경복궁까지 이동하는 내용은 짧게 편집하거나, 혹은 아예 경복궁에 들어가는 것에서부터 시작할 수도 있다. 경복궁에서의 일정이나 스토리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 불필요한 부분을 덜어내는 것이다. 하지만 영상의 주제가 '서울역에서 경복궁까지 가는 법'이거나, '서울역에서 경복궁까지 가다가 생긴 일'이라면, 해당 내용을 보다 더 자세히 담아내도 괜찮고, 편집방법도 달라질 것이다. 기획 의도에 따라 어떤 것이 중요하고 필요한지 생각해 짜깁기를 잘 해보아야 한다. 


해피새아 채널은 시청자에게 친절한 영상을 만들기 위해 애쓰는 편이다. "와, 이 호수 정말 예쁘죠!"라고 말해놓고서 시종일관 내 얼굴만 예쁘게 나오는 장면을 넣으면 시청자는 영상의 내용에 공감할 수 없게 된다. 현장에 실제로 함께 있는 것이 아니지만,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함께 여행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내 눈에 보이는 모습들을 최대한 많이 담으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포인트는 오디오다. 많은 사람들이 영상과 사진의 가장 큰 차이점에 대해 '움직임'이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소리'라고 생각한다. 사진보다 영상이 더 생동감 있게 느껴지는 이유는 현장음이 함께 담기기 때문이다. 영상에서 소리의 역할은 굉장히 크다. 잔잔한 호수가 보이는 화면에 시끄럽게 웅성거리는 사람들의 소리를 넣으면 안정감이 느껴지기 어렵고, 사람들이 소리지르고 있는 운동경기 영상에 잔잔한 클래식음악을 넣으면 함께 열광하기 어렵다. 사운드, 그리고 배경음악에 따라서 영상의 분위기는 매우 크게 달라지고, 심지어 영상의 퀄리티까지도 다르게 느껴진다. 해피새아 채널의 초반 영상과 요즘의 영상을 비교해보면 배경음악이 꽤나 많이 달라졌음을 알 수 있다. 이전과 지금의 음악 취향이 달라진 건 아니다. 다만 초반에는 딱히 음악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었고, 지금은 음악에서 주로 사용되는 악기의 종류까지 고려한다. 배경음악을 덜어내고 여행지 자체가 느껴질 수 있도록 현장음을 그대로 사용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10분 이상의 영상에서 어떤 BGM도 사용하지 않는 건 자칫 영상을 지루하게 만들 수 있기에, 각 여행지마다 그 분위기에 어우러질 수 있는 음악을 선곡하는 건 필수다. 배경음악을 고르기 전에 '브금신'에게 기도를 올린다는 건 우스갯소리가 아닐지도 모르겠다. 



찍어온 영상들을 하나하나 펼쳐보며 컷 편집을 하고, 이후에는 오디오 편집, 색감 보정에 자막까지 넣고나면, 그제서야 한 주 중 가장 행복한 시간! 완성된 영상을 보는 시간을 만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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