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llein May 03. 2019

엄마의 꿈

엄마의 꿈은 무엇이었을까?

그녀에게는 초록그러 꿈이 있었다. 녀는 이루고 싶었다. 그러나 세상에 나온 작은 아이가 그녀 품에 들어왔을 때, 그녀는 더 이상 무언가를 좋아하고 무엇이 되고 싶고 무엇을 열망할지 꿈꿀 수 없었다. 대신 그녀는  눈을 맞추는 아이의 맑은 눈을 보며 다짐했다. 자신의 꿈은 이루지 못도 아이의 꿈은 꼭 이루어 주겠다고.


그녀는 아이에게 사랑을 쏟았다. 이는 하루가 다르게 자라 옹알이를 하고 말을 하고 스스로 일어나 걷게 되었다.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게 되 좋아하는 것 표현하고 하고 싶은 것을 말했다. 그럴 때마다 그녀는 아이가 먹고 싶어 하는 음식을 만들고 아이가 하는 것을 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형편이 좋지 않아 삶이 힘들어도 그녀는 최선을 다했다. 느덧 아이는 그녀보다 키도 고 덩치도 커진 청년이 되어 따스한 봄날 대학에 입학했다. 일 년 후에 입대를 하고, 몇 년이 지나 전역을 고 복학을 했다. 그렇게 아이는 청년을 지나 어른이 되어갔다. 반면 그녀는 점점 늙고 쇠약해졌다. 하지만 아이는 그런 그녀를 알아 채지 못했다. 아이에게 그녀는 늘 힘세고 강한 엄마였다.


아이는 학교를 졸업 회사에 입사했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 계획을 세워 미래의 삶을 준비했다. 아이는 이제 스스로 자신의 삶을 살 수 있다. 더 이상 그녀의 돌봄이 없어도 되었다. 그녀는 그런 아이가 대견했다. 그리고 슬프기도 했다. 자신이 더 이상 아이를 위해 무언가를 해줄 수 없어서였다. 게다가 그녀는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자신도 모르게 아픈 곳이 많아져 밤이면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기억도 자꾸만 가물가물 해는 것이 아이를 사랑했던 마음마저 잃어버릴까 두려웠다. 아이가 집에 없을 땐 쓸쓸했다. 홀로 있는 그녀의 삶은 마른 꽃처럼 건조했다. 아이가 품 안에 들어왔을 때 사라져 버린 그녀의 젊음처럼. 아이 그녀 곁에서 멀어져 가는 것 같았다.



어느 . 이는 오랜만에 그녀와 TV를 보았다. 가요무대라는 흘러간 노래가 나오는 프로였다. 사실 아이는 자신과는 세대가 다른 오래전 노래가  즐겨보지 않는 프로다. 그런데 날은 니었다. 아이가 학창 시절 친구들과 즐겨 부르던 노래 나오고 있었다. 아이는 기분이 이상했다. 자신이 늙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 어색했다. 이는 자신 옆에 있그녀 다. 작아진 몸. 굽은 허리. 얇아진 다리. 쭈글쭈글한  손. 아이 눈물이 났다.  모습이  녀의 눈동자는  많은 아이 눈처럼 선하고 투명했다. 아이는 궁금했다. 그녀의 꿈이 무엇이었는지.


아이는 흥얼흥얼 옛날 노래를 따라 부르는 그녀에게 꿈이 무엇이었는지 물었다. 그녀는 기억을 더듬는 듯하다 생각나는 한 가지가 있다고 했다. 이룰 수 없었기에 하염없이 멀어져 버린 꿈이어서인지 그녀는 단정 짓지 못하고 추측하듯 말했다. 그녀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고 했다.


아이는 학교 시절이 생각났다. 그림 그리기 숙제를 할 때면 그녀는 아이 옆에 슬쩍 다가와 함께 그림을 그리곤 했다. 그녀는 스케치북 위에 아이보다 더 열심히 나무 꽃 구름을 그리고 색칠했다. 그림이 완성되고 나면 그녀는 아이보다 더욱 뿌듯해하며 기뻐했다. 그러면 아이는 어른이 그린 그림 같아서 선생님께 혼 날 것 같다고 했다. 다음날 아이는 선생님께 칭찬을 받았다. 며칠 뒤 교실 에는  대표로 아이의 그림 있었다.



아이는 그녀에게 꿈을 선물해 주고 싶었다. 아이는 꽃과 나무와 새와 소녀가 있는 컬러링북을 샀다. 서른여섯 개 색이 담긴 색연필도 샀다. 어두운 거실에 환하게 불을 켜고 컬러링 북과 색연필을 그녀에게 주었다. 책을 펴자 그녀는 눈이 침침해져 옅게 스케치된 밑그림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그녀의 불평엔 설렘이 가득했다. 아이는 알 수 있었다. 그녀의 가슴이 콩닥콩닥 뛰고 있다는 것을.


그날부터 그녀는 그림을 그렸다. 적적한 마음으로 창 너머 핀 봄 꽃을 보다가도 컬러링 북을 펴 밑그림을 그리고 색을 칠했다. 부슬며 내리는 비를 바라보다가도 색을 칠했다. 따스한 볕 아래에서 빨래를 너는 소녀의 그림이 완성되던 날. 아이가 녀에게 완성된 그림을 보여달라 하자 그녀는 수줍게 그림을 펼쳤다.


그림 속에는 말간 하늘 아래에서 빨래를 너는 양 갈래로 리를 땋은 소녀가 있었다. 녀 곁에는 푸른 잎 빨래 바구니 있었다. 아이는 그녀에게 대단하다고 했다. 그녀는 수줍었는지 그림 속 소녀처럼 맑은 웃음을 지었다. 그 후로도 그녀는 하루도 빼놓지 않고 색을 칠했. 그림이 완성되면 아이는 그날을 잊지 않기 위해 날짜를 적었다. 그러면 그녀는 전보다 더 웃으며 흐뭇해했다.


어느 날 그녀가 말했다. 요즘 색칠하는 꿈을 자주 꾼다고. 여행에서 돌아온 날  또다시 어딘가로 떠나는 꿈을 꾸는 것처럼. 아이는 여행을 동경했기에 알 수 있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꿈에 나타난다는 것은 그 일을 정말 좋아하는 것. 그녀는 그림 그리는 것을 사랑하고 있었다. 꽃을 좋아했고 나무를 사랑했고 하얀 종이 위에 그 모든 것을 그리기 좋아했던 소녀였다. 아이는 슬프고 미안했다. 셀 수 없이 많은 시간이 지나서야 그녀가 좋아하는 일을, 꿈이었지만 꿈인지 아닌지 몰랐던 그림 그리기를 하게 되었다는 것이.


최근 그녀는 컬러링 북 한 권을 끝내고 다른 컬러링 북 색칠을 시작했다. 하루하루 색이 칠해지는 속도가 빨라진다. 아이는 그런 그녀가 무리가 될까 싶어 천천히 하라 한다. 그러면 그녀는 알겠다고 한다. 그러나 마음은 이미 그림에 가 있어 슬쩍 아이의 눈치를 보고는 꾸부정이 어깨를 움츠리고 색한다. 그럼 아이는 모른 척한다.


오늘도 그녀는 색칠을 한다. 그녀 손이 닿으면 밑그림만 있던 꽃과 나무와 새가 마술처럼 화사하고 푸르게 변해 땅에서 솟아나고 하늘을 난다. 자신의 손에서 피어나는 푸른 나무와 아름다운 꽃처럼, 그녀는 온갖 꽃들과 푸른 잎들이 솟아나는 봄을 닮은 소녀가 되어간다. 누구에게도 관심받지 못했고,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꿈을 그리기 위해 초록색, 분홍색, 하늘색 색연필을 손에 쥐고 색을 칠한다. 사십일 년생 나의 어머니. 그녀가 꿈을 그린다.




이전 09화 거부할 수 없는 것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